"혹시 못 돌아와도…" 절박했던 주진우 무죄
박지만 '5촌 조카' 사건 보도, 항소심 재판부도 무죄 판결…"언론자유는 인간존엄 핵심가치"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언론의 자유는 인간 존엄의 핵심적 가치이며 국민의 행복 추구권에 필수불가결한 요소이자 국가권력을 합리적인 방법으로 감시·통제하는 수단이다.”
16일 오전 11시49분 서울고등법원 형사6부(부장판사 김상환)는 주진우 시사인 기자(41)와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46)에 대한 검찰의 항소를 기각했다. 1심 재판부 판결처럼 다시 한 번 ‘무죄’라는 판단이 내려졌다. 판단의 핵심적인 근거는 '언론자유'의 중요성이었다.
항소심 판결 전만 해도 법조계 안팎 기류는 미묘하게 엇갈렸다. 무죄 가능성에 무게를 실은 이들도 적지 않았지만, 실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최근 법원이 민감한 사건과 관련해 대체로 보수성향의 판결을 내린 점도 이러한 관측의 배경이었다.
박지만 EG 회장이 5촌 조카인 박용철씨가 살해된 사건에 연루가 됐는지가 논란의 초점이었다. 경찰은 2011년 9월 박 회장의 5촌 조카인 박용수씨가 금전관계 때문에 자신과 사촌 관계인 박용철씨를 살해한 뒤 자살한 사건으로 판단했다. 수사기관은 박 회장과 이번 사건은 무관한 것으로 판단한 셈이다.
그러나 박용철씨가 재판 과정에서 박 회장에 불리한 증언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숨을 거두자 의혹이 제기됐다. 주진우 기자는 박 회장 연루 의혹을 다룬 기사를 작성해 내보냈고, 김어준씨와 함께 팟캐스트 방송인 ‘나는 꼼수다’에서 관련 내용을 다뤘다.
검찰은 주 기자와 김씨의 행위는 범죄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지만 1심 법원은 국민참여재판을 통해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항소했고 지난해 11월17일 주 기자에게 징역 3년, 김씨에게 징역 2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특정인에 대한 비방 목적과 명예훼손의 고의가 인정된다”면서 실형을 구형했다. 주 기자는 “수사기관에서 외면한 증거를 확보했는데 보도하지 않고 눈감을 수 없었다”면서 “재판에 끌려나오는 게 고통스럽다. 이제 그만 취재현장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1월16일 항소심 판결에 따라 주 기자는 취재현장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었다. 주 기자는 항소심 판결을 앞두고 자신의 트위터에서 절박한 심정을 전했다.
그는 “오늘도 기약 없이 집을 나섭니다. 혹시 못 돌아오더라도 너무 걱정 마세요. 전 괜찮아요. 정말요. 어둠이 깊을수록 새벽이 가깝잖아요”라고 말했다.
법원은 결국 언론자유를 존중하는 판결을 내렸다. 실형을 요구하는 검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주 기자가 취재 과정에서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노력한 점도 고려한 결과다.
항소심 재판부는 “주씨는 의혹 제기에 앞서 핵심인물인 박용철씨의 사전 행적과 평소 관계 등에 대해 적지 않게 취재를 하는 등 사실을 확인하려는 노력을 했다”면서 “재판부의 검토 결과 의혹 제기 근거들이 완전히 허위라고 단정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보도된 내용 일부는 박용철씨 피살사건 판결과 차이가 있는 부분이 있지만, 언론의 의혹제기를 원천봉쇄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언론보도에 대한 형사처벌이 쉽게 허용된다면 표현의 자유가 위축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의 이번 판결로 주 기자는 다시 본업인 취재 현장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됐다.
주 기자는 “이상한 사건을 이상하다고 말할 수 있는 당연한 권리를 지켜준 사법부 판단에 감사드리고 그 권리를 지지해준 국내외 많은 분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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