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잔을 소재로 한 유쾌한 그림들… '한 잔의 행복' 展
본지 만평가 최길수 개인전 21일부터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사시 눈을 한 호랑이가 발그레한 얼굴로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용맹함을 찾아보기 힘든 '좀 모자란' 모습이 코믹스럽다. 호랑이 등 위에 올려진 두 개의 술잔과 소주병이 쓰러질 듯 아슬아슬하다. 지느러미로 술잔을 든 물고기는 수다를 떠는 듯 뻐끔거리는 주둥이로 수많은 물방울을 만들어 내고 있다. 나뭇가지 위에 앉은 카멜레온도 술잔을 잡은 채로 혀를 낼름거리며 사랑을 노래한다. 청, 백, 적, 황색 등 색동으로 치장된, 우스꽝스러운 동물들이 그려진 그림들은 언뜻 민화가 연상되면서도 동화책 속 그림 같다.
'술잔'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진 이 같은 그림들을 모은 '한잔의 행복'이라는 이름의 전시가 오는 21일부터 27일까지 일주일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광화랑에서 열린다. 그래픽디자이너로 활동하는 최길수 작가(40)가 작년 한 해 동안 틈틈이 그려온 작품 스물 여점을 만나볼 수 있다.
'왜 술잔인가?'라는 질문에 작가는 "어제도 오늘 같고 내일도 오늘 같은 지루하고 지쳐가는 일상을 희망과 행복을 담는 잔으로 풀어내고 싶었다"며 "하루 일과를 마치고 가벼운 술 한 잔, 기분 좋은 안주, 술자리의 정겨운 분위기 그리고 주말이 되면 사랑하는 가족과의 여행과 잠시 여유를 갖고 마시는 차 한 잔 등 일상의 작은 행복을 그림으로 표현하려 했다"고 말했다. 그의 작품들 중에는 와인 잔 속에 하트와 꽃이 만발하는 그림, 석쇠 위에 노릇하게 구워지는 고기 냄새가 사방으로 퍼지는 풍경, 맥주잔을 든 무수한 군상들이 엉켜서 황홀하게 춤추는 모습도 보인다. 그림들을 보고 있으면 술잔에 담긴 기분 좋은 에피소드들이 떠오른다. 술 한 잔에 서로의 벽이 허물어지고, 허심탄회하게 마음을 털어놓고, 때로는 힘들고 괴로운 일도 떨쳐낸다는 스토리다. 작가는 "서로 잔을 나누는 것은 ‘정’을 나눈다는 것이고, 서로간의 인생을 토닥토닥 보듬어주는 것"이라고 얘기한다.
광고·시각 디자인을 전공한 최 작가는 현재 아시아경제신문사에서 그래픽 일러스트레이션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다. 그동안 잡지나 교과서 등에 카툰과 일러스트를 연재하거나 포스터, 광고 등 시각물을 만들어 왔지만 이렇게 캔버스 작품으로 개인전을 갖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내 삶과 주변 사람들의 일상을 투영하는 그림을 그려보고 싶었다"며 "어떤 거창한 의미보다는 보면 기분이 좋아지는, 행복은 먼 곳이 아닌 우리 주변 바로 가까이 있다는 것을 그림을 통해 이야기하려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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