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명의 필진이 써내려간 좌파 이야기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좌파'가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순진한 질문일지도 모른다. 좌파라는 꼬리표는 '좌파 국회', '좌파 시의회'와 같은 정치조직의 정체성뿐 아니라 '좌파 지식인'에서 '좌파 민중'에 이르기까지 개인의 가치도 규정하기 때문에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다. 좌파와 우파의 구분은 자연스럽지도 않고 불변하는 것도 아니며, 필요한 것도 아닐지 모른다." (27p. 로랑 보넬리)


한국에서 진보정치란 가능한 일일까. 최근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이 있기 이전에도 한국에서의 진보정치의, 진보정당의 설 자리는 좁디좁았다. 우파정권의 철벽은 더욱 견고해져가고, 좌파에 대한 대중들의 부정적인 시선도 그만큼 확고해져갔다. 과연 한국 좌파 정당에 미래가 있을까?

중도 좌파 성향의 프랑스 최고 권위지 '르몽드'가 격월로 펴내는 단행본(마니에르 드 부아)을 기본 텍스트로 삼은 신간 '좌파가 알아야 할 것들'에서는 갈림길에 처한 한국 좌파나 방향성을 잃은 대중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진다. 프랑수아 미테랑 등 27명의 해외 필진과 6명의 국내 필진의 글 34편을 실은 이 책은 세계 진보 정치사를 골고루 훑어 내려간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의 한 기자는 서문에서 "변화와 개혁을 잘 이끌기 위해서 집권은 필요조건일 뿐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라는 사실"을 단언한다. 다만 매번 선거철마다 좌파가 성공하지 못한 까닭은 "자신들의 주장과 정체성을 일관되게 끌고 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유권자의 표를 의식해서, 혹은 언론과 미디어에 영합하고자 자신들의 색깔을 잃어버리는 순간, 오히려 좌파는 필연적으로 실패하고 만다. "대중은 좌파에게도 진정성이 담긴, 일관성 있는 정책을 요구한다는 것을" 반드시 기억하라고 이 책은 경고한다.

AD

무엇보다 우리가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세계 좌파의 다이내믹한 활동을 책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전후 서구 최초의 좌파 정권을 수립한 프랑스 사회당의 국제주의, 포르투갈의 카네이션 혁명, 중남미 국가들의 선구적 진보정치 실험 등에 이어 프랑스 좌파정권의 궤도이탈, 스페인 사회당과 영국 노동당의 탈선, 그리스와 이탈리아 좌파정치의 실종 등 진보 정치의 영광과 좌절의 순간들을 생생하게 만나볼 수 있다. 마지막 장에서는 신자유주의적 정치체제에 포획된 한국 진보정치의 새로운 길을 탐색하는 시간도 마련했다.


(좌파가 알아야 할 것들 / 세르주 알리 외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판 / 1만9800원)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