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제 시행 앞두고 경비원 줄인 아파트들, 자동개폐기 설치 후 외부, 손님 차량 정문 통행 막는 곳 늘어..."돈 아끼려다 서비스 놓친다"
예전에는 정문에 차량 번호판을 인식해 열리고 닫히는 자동개폐기를 설치했더라도 경비원을 배치해 손님ㆍ외부 차량의 신원을 확인한 후 출입을 허용했다. 하지만 경비원 인력을 줄이면서 정문에 사람을 배치하지 않은 채 번호가 등록된 입주민 차량만 정문 출입을 허용하고 다른 차량들은 자동개폐기가 없는 후문으로 출입을 유도하는 곳들이 점점 늘고 있다.
김씨는 결국 아파트 후문을 찾기 위해 한참을 이리 저리 헤매는 바람에 약속 시간에 20여분이나 늦고 말았다. 그는 "손님맞이에 최선을 다하는 게 동방예의지국인 우리 민족의 전통이라고 알고 있는데 자기들만 정문으로 출입하고 손님들은 뒤로 돌아오라고 하니 어이가 없었다"며 "보안 등 출입자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면 정문에 경비원을 두고 신원을 확인해 들여 보내면 될 것 같은데 너무한 것 같다"고 말했다.
택배나 택시 등 업무용 차량들도 아파트를 드나들 때 불편을 겪긴 마찬가지다. 인천의 한 택배 회사에서 일하는 박모(37)씨는 "대형 아파트 단지들 중 상당수는 경비원도 없이 자동 개폐장치만 달아놔서 후문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처음 업무를 시작했을 때는 멋도 모르고 정문으로 들어갔다가 돌아 나온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자동개폐기를 통해 외부 차량을 통제하고 있는 아파트 단지들도 할 말은 있다. 경비 인력 부족 때문이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경비원 최저임금 현실화 등으로 각 아파트들이 미리 경비원 숫자를 줄이면서 인력이 줄어들어 정문에 사람을 둘 여력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인천의 H아파트 관리소 관계자는 "이전에는 경비원을 정문에 배치해 외부 차량이 올 경우 확인한 후 들여 보냈는데 경비인력을 줄인 후부터 정문에 사람을 배치할 여유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또 정문에서 경비원이 외부 차량의 신원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정체가 생겨나는 것을 막고, 주차난ㆍ보안 등을 위해 일부러 외부 차량의 정문 출입을 제한하는 아파트단지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 시내 일선 자치구 한 관계자는 "최저임금제가 시행된다고 꼭 경비원 인건비가 오른다는 법은 없다. 직고용을 통해 용역업체에 주는 수수료를 줄이는 등 여러가지 방법이 있다"며 "경비원을 줄이면 결국 입주민들이 받는 서비스도 줄어든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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