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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그늘 드러낸 육감적 맨드라미…안창홍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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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창홍 작가의 '맨드라미'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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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창홍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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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그동안 눈이 감긴 군상, 적나라한 나체, 왜곡된 사진으로 기괴한 인물그림을 그려왔던 안창홍 작가(61)가 이번엔 전혀 다른 그림을 들고 나왔다. 작가의 양평 작업실 앞마당 꽃밭에서 자라고 시들어간 꽃들을 화폭에 담은 그림들이다. 흔히 자연 속 꽃그림은 따뜻하고 예쁠 거라 생각하기 쉬운데, 왠지 섬뜩하게 다가온다. 맨드라미의 진붉은 꽃잎은 육감적이면서도 스산하다.

최근 '안창홍의 뜰'이란 개인전을 연 작가는 "순간순간 간헐적으로 자연풍경을 그려왔지만 이렇게 많은 작업을 해본 적은 없었다"며 "단순한 자연풍경이 아닌 '심상풍(心想風)'이라 할 수 있다. 자연을 통해 내가 세상에 발언하고자 하는 것을 녹여 넣는 작업을 1년 정도 진행했다"고 말했다. 대개가 사이즈가 큰 대작들로, 총 20점의 신작을 선보였다.
작가가 양평의 골짜기로 들어간 지는 벌써 25년이나 된다. 고향이 산수 좋은 밀양이어서 시골 속에 묻혀 자연에 대한 경외심과 매력을 화폭에 늘 담고 싶었다는 것이 작가의 얘기다. 작가는 마당에다 글라디오라스, 수레국화, 봉숭아, 붓꽃, 사루비아 등 온갖 꽃씨를 뿌려 꽃을 키웠다. 2~3년 간 꽃의 생태를 관찰하며 스케치했고, 이번 작품에 맨드라미를 그려냈다.

하지만 그냥 '자연'을 그리진 않았다. 작가는 "즉흥적으로 그리기보다는 오랜 시간 머리와 가슴속에서 발효돼 작품 구상을 끄집어내는데 가장 익숙하게, 또 오래 마음속에 있었던 것이 바로 '맨드라미'"라며 "정육점에서 살코기를 잘라다 옮겨놓은 동물적인 느낌이다. 내가 표현하고 싶은 세상사가 맨드라미에 담겼다"고 했다. 그는 이어 "예술은 그냥 표피적으로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것이 아닌, 힘들고 고통스럽다하더라도 가치 있는 것, 삶의 의미를 찾아내는 것이어야 한다"며 "맨드라미에 그려진 세상사, 정신적 뿌리가 흔들리는 우리 사회 그 속에서 표출되는 심리적 갈등이 표현돼 있다"고 말했다. 즉, 자연을 그린 그림은 세상사를 옮겨놓은 양 냉혹함, 치열함이 드러난다. 그는 또 "맨드라미는 꽃 같지 않은 느낌이 있다. 왕성하게 자라는 과정에서는 징그러울 정도로 강하고, 시들 때는 그렇게 참혹할 때가 없다"고 묘사했다.

작가는 지난 1년 동안 작업 과정 중 터졌던 세월호 침몰사고와 러시아 비행기 추락, 미국 무인비행기의 양민학살 등을 접하며 "너무나 힘들고 우울하고 슬픈 기분이었다"며 "생명에 대한 폭력, 모든 정신 위에 물질이 올라가 있는 상황 속에서 그리지 않으면 더 고통스럽고 눈물이 났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작가는 자신의 그림이 '비관적이지 않다'고 단언한다. 그는 "세상은 늘 빛과 그늘이 있다. 희망을 갈망하기 때문에, 응달이 변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그림으로 얘기하는 것"이라고 했다. 오는 28일까지. 서울 성수동 더페이지갤러리. 02-3447-0049.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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