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상 저술 '숨어 있는 한국 현대사'
이인직의 경우 우리는 최초의 신소설 '혈의 누'를 쓴 이로 배운다. 그래서 선각자라는 인식이 강하다. 비록 친일파 논란이 있기는 하나 큰 소용돌이가 될 정도는 아니다. '숨어 있는 한국 현대사'는 이인직의 뜻밖의 친일 행적을 들려준다. 여기서 이인직은 ‘매국노’ 이완용의 비서로 한일병합조약에서 실무자 역할을 한 사람이라는 것을 밝혀낸다. 특히 그는 일본측 실무자를 만나서 매국의 구체적인 조건을 논의했고, 심지어 일본의 조건에 대해 ‘대단히 관대한 조건’이라며 좋아했다는 알 수 있다.
저자는 "정작 21세기를 사는 우리와 가장 가까운 현대사는 교과서 맨 뒷장에 부록이나 장식처럼 달랑 몇 페이지가 실려 있을 뿐 건조하기 짝이 없다"고 한탄한다. 이어 현대사가 푸대접 받은 이유는 "식민지 시대와 분단· 전쟁, 이데올로기 싸움 등 핏빛 갈등의 여파"라고 진단한다.
이에 저자는 역사 교과서를 둘러싼 끊임없는 논란, 잊을 만하면 한 번씩 툭툭 불거지는 ‘친일파’ 논란 역시 역사의식의 부재에서 비롯된 문제라고 인식한다. 역사를 기계적으로 외우고 편파적으로 배우기 때문에 벌어지는 논란이라는 설명이다. 이번 책은 우리 근현대사를 민족주의와 휴머니즘이라는 따뜻한 시선으로 재구성한데다 드라마틱한 에피소드, 파란만장한 인물들의 삶이 등장해 재미를 더 한다. <임기상 지음/인문서원 출간/값 1만6000원>
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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