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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융복합 원류 '바우하우스'…"백남준, 가교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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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 최초의 디지털 작곡가 스콧 조플린, 혼합매체, 1999년, 국립현대미술관.

백남준, 최초의 디지털 작곡가 스콧 조플린, 혼합매체, 1999년, 국립현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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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 슐레머, '사고의 궤도 안의 인간'(인간 연구의 체계적 개요), 1928년, 바우하우스 데사우 재단.

오스카 슐레머, '사고의 궤도 안의 인간'(인간 연구의 체계적 개요), 1928년, 바우하우스 데사우 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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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예술에서도 '융복합'이 대세다. 미술과 음악, 춤, 퍼포먼스, 영상, 건축은 물론 기술, 과학과의 접목도 활발히 시도되고 있다. 그렇다면 현대미술사에서 이러한 '융복합'의 원류를 어디서부터 찾아볼 수 있을까. 이런 물음에 답을 해주는 전시가 최근 서울 소격동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리고 있다. 바로 '바우하우스의 무대실험'전이다.

'바우하우스(Bauhaus)'는 독일어로 '집을 짓는다'의 뜻인 'Hausbau'를 도치시킨 이름이다. 1차세계대전 후 폐전국이었던 독일에서 건축과 디자인의 선구적 역할을 해 그 영향력이 현재까지 미치고 있는 양식이자, 운동을 뜻한다. 발터 그로피우스에 의해 설립된 예술·디자인 학교로 20세기 예술, 건축, 염직, 그래픽, 산업 디자인, 타이포그라피 등의 발전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이곳 교수진의 실험과 교육방법은 단순히 개인의 창의성과 능력함양에만 국한된 것이 아닌 구성원들이 함께 참여하는 워크숍 교육을 통한 종합예술을 추구했다. 당시 바우하우스에서 활동한 예술가 교수진을 꼽자면 창시자 그로피우스부터 로타르 슈라이어, 바실리 칸딘스키, 요하네스 이텐, 라즐로 모홀리-나지, 한네스 마이어, 미스 반 데어 로에, 오스카 슐레머, 파울 클레, 리오넬 파이닝거 등이 있다.
국내에서는 지금까지 바우하우스를 건축·디자인의 개념으로만 부각돼왔다. 하지만 이미 유럽과 미국에선 과거 바우하우스에서 펼쳐진 무대미술과 교육이 1960~70년대 독일에서 일어난 반예술·실험적 미술운동인 '플럭서스', 나아가 융복합 예술의 기반이 됐다는 데 주목해 온지 오래다.

오스카 슐레머의 작품을 브라질 상파울로 세낙대학교에서 재현한 모습. 바우하우스 데사우 재단.

오스카 슐레머의 작품을 브라질 상파울로 세낙대학교에서 재현한 모습. 바우하우스 데사우 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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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스트 슈미트, 기계적 무대 층별 상대위치, 1925, 바우하우스 데사우 재단

요스트 슈미트, 기계적 무대 층별 상대위치, 1925, 바우하우스 데사우 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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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르스텐 블루메(Torsten Blume) 바우하우스 데사우 재단 큐레이터가 서울에서 최근 개막한 '바우하우스의 무대실험' 전시 부대행사로 열린 강연에서 참가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는 모습. 파주타이포그라피학교 제공

토르스텐 블루메(Torsten Blume) 바우하우스 데사우 재단 큐레이터가 서울에서 최근 개막한 '바우하우스의 무대실험' 전시 부대행사로 열린 강연에서 참가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는 모습. 파주타이포그라피학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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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서울 전시를 위해 방한한 토르스텐 블루메 큐레이터는 "바우하우스는 '성인을 위한 유치원'이라고 볼 수 있다"며 "아이들의 호기심과 개방성, 기술자의 정교함, 학자의 엄정함을 모두 합해놓은 것"이라고 소개했다. 미술관 지하 전시실부터 교육동 일부 전시장을 아우르는 대규모 전시에는 고작 15년 정도만 유지돼 왔던 바우하우스 교육이 얼마나 일찍 획기적인 예술운동을 일으켰는지를 짐작할만한 자료들과 작품들이 비치돼 있다. 학생들의 신체훈련을 그린 스케치, 전자조명을 이용한 놀이기구, 기하학적인 형태와 단색 추상과 관련한 디자인, 기계를 활용한 움직이는 극장무대 등은 당시 찾아볼 수 없었던 '파격'이었다.

전시기획자이자 무대미술가, 안무가인 블루메 큐레이터는 "바우하우스는 당시 산업화와 기계화가 시작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인간에 대한 배움, 그 과정자체를 예술의 대상으로 삼았던 것"이라며 "함께 연구하고 무언가를 '짓는' 실험은 교육이 되고 또한 작품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바우하우스가 시발시킨 '기계와 접목된 예술'과 관련해 그는 "바우하우스 운동과 세계적인 플럭서스 운동을 다리 놓았던 연결고리가 바로 '백남준'"이라며 "독일에서 유학하며 간접적으로 바우하우스에 영향 받았던 백남준은 기계를 유희적 대상으로 삼고 더욱 실험적인 예술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1933년 바우하우스가 폐교된 이래 미국의 뉴 스쿨과 블랙 마운틴 칼리지, 울름 조형예술 대학과 일리노이 공과대학 등에서 유지됐던 바우하우스의 명맥은 백남준의 작품에서도 직간접적으로 나타난다. 또한 플럭서스 그룹의 멤버인 백남준이 보여준 예술과 삶의 통합, 놀이정신과 전복적인 퍼포먼스 등은 여러가지 면에서 바우하우스의 영향과 연관돼 있다.
안상수+Pati, 바우야! 놀자 집놀이 한글 활자춤, 2014년.

안상수+Pati, 바우야! 놀자 집놀이 한글 활자춤, 201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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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방공간에 비치된 김영나, 오재우 작품

개방공간에 비치된 김영나, 오재우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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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에선 또한 '바우하우스 정신'에 입각해 작품들을 제작한 국내 작가 5팀의 연계전도 관람할 수 있다. 사방형 개방공간에 설치된 경기민요의 장식음인 시김새가 파이프를 통해 들리는 오재우의 작품과 삼원색·음악·무용을 혼합해 유리창에 표현한 김영나의 디자인 작품, 기하학적 요소로 구성한 종이학·종이배·글씨를 선보인 조소희의 설치작품 등이 있다. 또한 그래픽디자이너 안상수가 학생들과 가구와 옷을 만들고 한글을 모티브로 한 퍼포먼스도 선보이는 전시 공간 그 자체가 작품으로 공개됐다. 여기에 미술관 소장품인 백남준의 '최초의 디지털 작곡가 스콧 조플린'(1991년 작)도 함께 전시됐다. 재즈 뮤지션 스콘 조플린을 로봇으로 표현한 작품으로, 백남준이 다수 제작한 로봇 초상 시리즈 중 하나다. 기계문명이 인간성을 잠식할 것이란 우려가 아닌, 인간화된 테크놀로지의 전형으로 기술을 이용해 인간의 감성을 표현한 것이다.

한편 바우하우스는 1919년 독일 바이마르에서 창설된 후 6년 만에 조용한 교외인 데사우로 이사를 가게 된 적이 있다. 전쟁 후 사회적으로 엄숙하고 고단한 분위기 속에 바우하우스의 예술운동은 주변 사람들로부터 상당히 눈살을 찌푸리게 했을 정도로 받아들여지기 힘들었다는 후문이다. 데사우로 이전한 학교는 1932년 결국 나치의 탄압으로 문을 닫게 됐고 1933년 베를린에서 해체됐다. 2차 세계대전 당시 90% 가까이 데사우에 있던 학교건물이 파괴된 후 1970년대 다시 복원돼 예전모습 그대로 재현돼 있다. 일 년에 10만명 정도가 이곳을 관람하러 오며, 현재 학교의 의미보다는 재단으로서 바우하우스와 관련한 아카데미나 특별전 등의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내년 2월 27일까지. 02-3701-9500.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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