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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학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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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엔론·월드컴·타이코·머크·다이너지·타임워너·글로벌크로싱·퀘스트커뮤니케이션·AIG…'

회계 부정 스캔들이 터졌던 기업들이다. 미국 굴지의 기업으로 성장했고 주가도 승승장구했지만, 회계장부를 조작해 거둔 성과였다. 엔론은 빚을 숨기고 번돈을 늘렸다. 10억 달러 이상 숫자를 지어냈다. AIG는 서브프라임 손실규모를 1/4 축소했다. 남의 나라 일만이 아니다. 대우그룹이 23조원에 달하는 분식결산을 해 사상 최악의 회계부정을 저질렀고,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도 분식회계가 문제가 됐다. 국내 최대 삼일회계법인을 140억대 송사에 휘말리게 한 포휴먼 분식회계 사건도 현재진행형이다. 최근 수출채권을 부풀렸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모뉴엘도 분식회계 의혹으로 감리를 받고 있다.
회계부정은 영어로는 창문장식(window dressing)이라고도 부른다. 적자를 줄이고 수익을 과대포장해 재무상태나 경영실적을 실제보다 더 좋게 보이도록 하는 것이다. 수익을 부풀린다. 비용은 줄인다. 충당금과 준비금은 조작한다. 관계사는 많이 거느려 불투명한 거래를 한다. 회계처리 원칙과 방법은 제멋대로 보기좋게 바꿔버린다.

지난해 5월 출간된 '회계학 이야기'는 최근들어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분식회계 사건을 비롯해 회계학의 탄생과정과 그 밑바탕이 된 '대리인 비용' 문제·회계정보의 유용성·회계감사와 발생주의의 개념·재무제표 분석 등 회계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 알아야 할 회계학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상세하게 풀어썼다.

저자는 "회계부정은 경영자라는 요리사가 유인을 갖고 분식회계라는 조리법을 자행하는 행위"라고 정의한다. 분식회계는 통제장치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을 때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적절한 규제와 회계사의 전문가로서의 윤리의식이 중요하게 작용하기도 한다.
회계는 여러 사람이 모여서(會) 계산(計)해서 만들어졌다. 저자는 특히 회계가 이집트 문명보다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 더 발달했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집트는 왕 파라오가 정치·종교적으로 모든 신전의 수장 역할을 쥔다. 반면 메소포타미아는 신의 대리인으로서 왕이 한 해의 신전경제를 잘 관리했는지 보고해야만 했다. '회계의 수탁기능'이 여기서 싹 튼 셈이다. 실제로 함무라비 법전에는 상업기록으로 노예, 우마, 토지, 금전을 사고팔고 빌려준 내용이 기록돼 있다.

현금흐름표의 중요성에 대해 알기쉽게 언급한 부분도 눈에 띈다. 아무리 건강한 사람도 피가 돌지 않고 뇌에 산소가 공급되지 않으면 죽을 수 있다. 재무제표 상에는 흑자, 이익을 내지만 원자재가 급등과 임금상승, 다액의 불량채권, 과다한 재고로 인해 이자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쓰러질 수 있다. 저자는 여기서 '이익'과 '현금'이 다르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익은 발생주의에 입각해 회계적으로 기록하는 숫자이므로 '진짜 돈'을 나타내는 개념이 아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처럼 회계학의 기본원리를 인문·역사적 배경을 통해서 찾는 흥미로운 방식으로 접근한다. 영화와 책으로 잘 알려진 '머니볼'을 예로 들어 회계정보와 의사결정의 원리를 설명한다거나 모차르트가 떼돈을 벌면서도 가난에 허덕였던 이유를 회계적인 관점에서 분석하고, 정선의 '인왕재색도'에 빗대 회계정보의 유용성을 얘기하는 대목이 그렇다.

저자는 들어가며에서 "철학적 사고가 인문사회 분야의 틀을 이루듯이 회계학적 사고가 경영학의 틀을 형성한다"면서 "독자들이 회계정보의 유용성을 인식하고 지식을 활용하게 된다면 저자로서 무한한 보람을 느낄 것이다"라고 썼다.

<'회계학이야기'/권수영 지음/신영사/값 1만5000원>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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