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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또 對北 삐라 '공포의 파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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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에 파주시민들이 내 건 삐라 반대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임진각 주변에 사는 지역주민들은 25일로 예정된 대북단체들의 삐라 살포를 막을 것이라며 적극 대응 방침을 밝혔다.

23일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에 파주시민들이 내 건 삐라 반대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임진각 주변에 사는 지역주민들은 25일로 예정된 대북단체들의 삐라 살포를 막을 것이라며 적극 대응 방침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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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단체, 전단살포 강행 주민들 "몸으로 막을 것" 충돌 예고"
-일부 전문가들 "선전 역효과" 논란

[아시아경제 김재연 기자]"딴 데가서 하든가 자기 동네에서 하지 왜 맨날 여기와서 하지 말라는 짓을 꼭 하냐고. 며칠 전에 대성동에서 총격도 있었다는데 동네 사람들은 불안해서 난리도 아니야. 밤에도 아니고 대낮에 버젓이 저거(삐라) 올려서 위험하게 하는데 우리들이 가만히 있겠어?" (마장리 주민 A씨)

23일 이틀 후 대북단체의 대북전단, 일명 삐라 살포가 예정된 임진각. 진입로 한켠에는 '삐라 날리면 우리는 폭탄 맡는다. 대북 전단 살포 중단하라'는 파주시민들의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콜 택시 기사 B씨는 "이 지역 살면서 저렇게 전단 붙은 거는 처음 봤다"며 "몇몇 지역 주민들의 동요가 크다"고 말했다.
대북단체들이 25일 대규모 삐라 살포를 예고한 가운데 파주 지역 주민들의 불안과 분노도 커지고 있다. 몇몇 민통선 부근 지역 주민들은 바쁜 농번기에도 직접 물리적 저지에 나서겠다고 예고해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주민들의 생존권이 위협받는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삐라의 유용성에 대한 논란도 벌어지고 있다.

◆불안 넘어 분노하는 파주시민·강행하는 시민단체= 북한이 대북전단 살포 시 소멸 전투가 벌어질 것이라고 위협한 가운데 지난해 대북전단으로 인해 비슷한 상황을 맞았던 마정리 주민들은 불안감을 호소했다.

마정리 주민 이우희씨는 "전쟁불감증에 걸린 사람들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삐라 날리고 그래서 북한이 임진각을 공격하느니 뭐니 하면 여기 사람들은 불안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 마정2리 주민은 "연천에서 총격전도 있었던 상황에서 주민들 지장 주고 그래도 되는거냐"며 "자꾸 이런 일이 벌어져 파주에는 새로운 사람들이 안 온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파주 지역 상인들은 안전위협과 더불어 관광객 감소에 따른 매출 감소의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파주에서 4년째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함진수(43)씨는 "삐라 살포로 문제가 생길 때마다 파주로 오는 관광객들이 급격히 줄어든다"며 "위험하고 효과도 없는 일을 매번 왜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매번 삐라 사태로 벌어지는 위협 속에 분노하는 주민들도 여럿 있었다. 마정리를 비롯한 문산읍 지역주민들은 직접 트렉터 등을 끌고 보수단체들의 대북 전단살포를 막을 예정이다. 앞서 비슷한 방식으로 전단살포를 저지하겠다고 밝힌 접경지역 백연리에 이어 동참 마을이 늘어나고 있는 양상이다.

박해연 마정2리 이장은 "여기 살지 않는 사람들은 얼마나 불안한지 모른다"며 "농번기라 한참 바쁘지만 나가서 적극 막을 것"이라며고 말했다.

주민들의 불안에도 대북전단보내기국민연합 등 보수단체들은 삐라 살포를 강행할 예정이다. 대북전단보내기국민연합 대표인 최우원 부산대 철학과 교수는 "몇몇 종북시민단체들의 반대가 있지만 계획한 대로 전단을 북으로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취우원 교수는 주민들의 불안감 호소에 대해 "6·25 사변 이후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등 만행 등 북한의 위협으로 인한 불안은 상시적인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우리가 불안 속에 살아가는 방식은 북한의 위협이 있을 때 더 강력히 대응하고 경계태세를 보여주는 것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교수는 북한의 포격 가능성에 대해서도 "그동안 숱하게 한 번 쏴봐라 했지만 북한이 쏜 적이 있느냐"며 공격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구체적인 대응계획은 밝힐 수 없다면서도 보수단체와 주민들의 충돌이 있거나 주민들의 안전이 위협받을 경우 삐라 살포 제지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이다. 파주경찰서 관계자는 "주민들이 적극반대하고 있고 보수단체와 충돌이 예상되므로 이전과는 상황이 다르다"며 "경찰은 주민안전이 우선이므로 충돌이 일어날 경우 제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논란의 삐라, 뭐라고 써 있나?= 이번에 대북단체가 뿌리기로 한 삐라의 내용은 크게 ▲김정일·김정은 일가의 비리와 행태 ▲북한 주민들의 참담한 실상과 남한 사람들의 부유한 생활 ▲전 세계 독재자들의 최후로 구성돼 있다. 요약하면 '북한동포들은 김정은 정권으로 인해 끔찍한 삶을 살고 있는 반면 김정은 등 독재자들은 초호화 삶을 살고 있다. 자유가 있는 남한은 경제적으로 부유하게 산다. 김정은을 축출하고 혁명을 일으켜라'다.

삐라 앞면에는 "10년 이상 한국, 미국, 유럽, 일본 등 전 세계가 나서서 수천만 톤의 쌀, 옥수수, 밀가루를 보냈으나 김정일과 그 일당이 이를 주로 군대에만 공급하고 상당량은 중국에 팔아 달러를 챙겼다"며 '요덕 수용소 같은 수십 개의 강제수용소에 갖힌 50만 동포들은 학대와 학살을 받고 있고, 만주로 탈출한 동포 처녀들은 중국남자들에게 팔려 다니며 성노예가 되고 있다"고 적혀 있다.

삐라는 반면 '김정은이 수백만 동포들이 굶어죽고 있음에도 호화향락 생활을 하고 있다'며 '동포들이 굶주리는 동안 김정은·김정은 일족이 수백 명의 기쁨조 여성들과 온갖 변태 섹스 항락의 광란을 벌여왔다'고 지적하고 있다.

삐라는 '남한은 청소년들만 해도 매년 백만 명 이상이 유럽과 미국, 캐나다, 호주 등에 여행하고 돌아오는 등 세계적인 번영과 풍요 속에 있다"며 '북한 인민들이 봉기해 김정은을 축출하고 사살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삐라 뒷면에는 최신 뉴스로 장성택 처형 사건을 다뤘다. 고모부마저 숙청하는 김정은의 모습을 부각하는 한편 폐쇄된 북한 사회에서 장성택의 죽음을 알리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카다비 등 사망한 독재자들의 최후도 싣고 있다.
주민들의 불안에도 대북전단보내기국민연합 등 보수단체들은 삐라 살포를 강행할 예정이다. 대북전단보내기국민연합 대표인 최우원 부산대 철학과 교수는 "몇몇 종북시민단체들의 반대가 있지만 계획한 대로 전단을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실제 대북전단지의 앞면.

주민들의 불안에도 대북전단보내기국민연합 등 보수단체들은 삐라 살포를 강행할 예정이다. 대북전단보내기국민연합 대표인 최우원 부산대 철학과 교수는 "몇몇 종북시민단체들의 반대가 있지만 계획한 대로 전단을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실제 대북전단지의 앞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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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을 부를 만한 원색적인 내용도 들어 있다. '전자개표기 사기범 가짜 대통령 노무현과 원조 반역범 김대중이 그것들의 상전 김정일에게 갖다 바친 수백억 달러의 돈과 수천만t의 쌀, 옥수수, 밀가루는 모두 어디로 가버린 것입니까'라는 대목이다. 취 교수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부정 개표를 통해 당선했다며 주장했던 인물이다. 최 교수는 수업 내 '종북좌익을 진보라 부르는 언론을 비판하시오'라는 문제를 내고 이를 보수 인터넷 매체 '조갑제닷컴'에 실명으로 올리라고 학생들에게 지시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

◆"효과없는 삐라, 별그대·개성공단이 더 낫다"VS"내가 삐라 효과의 체험자"= 이렇듯 논란을 부르는 삐라가 효과는 있을까. 탈북자들이 삐라를 통해 북한의 참담한 실상을 제대로 알 수 있었다며 삐라가 북한 체제 붕괴의 첨병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는 반면 전문가들은 북한 주민에게 도달되는 개수도 적을 뿐더러 역효과만 불러올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이석영 자유북한방송 국장 "삐라를 처음 봤을 때 충격을 잊을 수 없다. 삐라를 보고 북한 주민들의 동요가 일어나는 것을 목격했다"며 "외부정보가 차단된 북한에서 무모한 충성만 강요당하던 주민들이 삐라를 통해 '우리가 속고 살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고 말했다. 북한이 삐라 문제를 고위급 회담등에 들고 와 거론하는 것 자체가 삐라가 얼마나 북한체제에 위협적인 지를 증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김창수 코리아연구원 실장은 "진실이 최고의 선전수단이라는 명제로 격양된 문구를 쓰지 않고 정부당국 정책과 병행해 나가는게 심리전의 기본인데 대북단체들이 보내려는 삐라는 기본을 지키지 않고 있다"며 "북한이 격앙되게 반응하는 것도 유일 독재체제에서 김정은·리설주에 대해 저급하게 언급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 실장은 "삐라가 날아갈 수록 북한의 주민 공안통치만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실장은 "서독은 60년대까지 정부 차원에서 삐라를 뿌렸으나 효과가 없다고 판단해 중단했다"며 "이후 사회문화·언론교류가 오히려 동독주민들의 이탈을 불렀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동독 주민들이 서독의 TV를 시청하면서 체제이탈이 가속화됐다. 삐라보다 별에서 온 그대가 더 심리전에 효과적일 수 있다"며 "정치적인 삐라를 뿌리는 것보다는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등으로 남한을 간접체험하게 하는 것이 대북심리전에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김재연 기자 ukebid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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