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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의 서재에서]'가진 것÷바라는 것=행복'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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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남 유니세프한국위원회 사무총장

[아시아경제 윤승용 논설위원]
윤승용 논설고문(얼굴)의 '리더의 서재에서'는 CEO와 경제지식인들의 지적보고(知的寶庫)를 탐방해 깊이있는 성찰의 결과들을 함께 음미하는 자리가 될 것입니다. 윤 고문은 언론사 기자 출신으로 국방홍보원장,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냈으며 저서 <언론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 등을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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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떠나 제3 인생…'은퇴자들의 멘토'인 63세 책벌레
오종남 유니세프(UNICEF) 한국위원회 사무총장은 1975년 행정고시 17회로 공직에 들어선 이래 경제부처에서 항상 선두주자로 질주했다. 김대중 정부 시절에는 청와대 정책ㆍ건설교통ㆍ산업통신과학ㆍ재정경제 네 분야 비서관을 지내는 진기록을 세웠다. 2001년 3월엔 일반 공무원의 정점인 1급 관리관으로 승진했다. 이때 나이가 만 49세. 그런데 당시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정순택)의 나이가 환갑이란 걸 알고 충격을 받았다.

"아하, 내가 지금처럼 내달리면 50대 전반에 차관, 장관을 할 터인데 나는 그럼 환갑 땐 뭐하나?"

그는 고민을 거듭한 끝에 차관급 직책 이후엔 공적 영역을 떠나 새로운 인생을 살아야겠다고 다짐하고 부단히 여생을 준비했다. 그는 차관급 통계청장과 국제통화기금(IMF) 상임이사를 끝으로 공직을 떠났다. 이후 민간영역에서 후학 지도와 사회봉사로 환갑 이후의 '제3의 인생'을 통해 '은퇴자들의 멘토'로 불리는 오 총장을 서울 내자동 사무실에서 만났다.
-시사저널이 올해의 각 분야 리더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비정부기구(NGO) 부문 7위에 올랐다. 아마도 유니세프 활동 덕인 것 같은데 유니세프가 어떤 곳이고 여기와 인연을 맺은 계기는.

▲유니세프는 말 그대로 아동을 보호하기 위해 설립된 유엔(UN)의 상설 보조기관이다. 한국은 1950년 3월에 정식으로 가입한 이후 1993년까지 각종 지원을 받았으나 1994년 한국유니세프 대표사무소가 유니세프한국위원회로 바뀌면서 이젠 해외 어린이를 지원하는 국가가 됐다. 2009년 4월부터 유니세프한국위원회 이사를 지내다 지난해 전임 사무총장이 갑작스럽게 중도하차하면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사무총장직을 맡게 됐다. 공직생활을 떠나 이제는 뭔가 봉사할 나이가 됐다는 생각이 들어 수락했다. 정관상 급료를 책정해야 한다기에 '연봉 1원'으로 계약했다.

-한국이 어느 정도 기여하고 있는가.

▲올 상반기 기부자 수가 36만6000명으로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액수로는 5456만달러로 4위다. 한국전쟁 때부터 수혜를 받던 나라에서 이젠 당당한 공여국이 됐다는 게 감격스럽다. 모금액 가운데 4분의 3은 국제구호활동에 쓰이고, 나머지는 국내 아동 지원활동에 쓰인다.

-샐러리맨이나 공직자들에게 '은퇴인생설계 멘토' '행복전도사' 등으로 불리고 있는데.

너무 이른 나이에 고속승진하다 보니 은퇴 후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은퇴 후의 인생설계를 고민하게 됐는데 차관급 직책 이후엔 민간영역에서 또 다른 인생을 살기로 방향을 정했다. 과거엔 인생을 '30+30+알파'로 인식했다. 즉 배우고 준비하는 데 30년, 돈 벌며 사회활동하는 데 30년, 이어서 환갑 이후엔 죽음을 준비해야 하는 나머지 인생으로 인식했다. 하지만 이젠 평균수명이 80세를 훌쩍 넘어섰다. 이런 추세라면 환갑 이후에도 30년을 더 사는 게 보편화될 것이다. 이 환갑 이후 30년을 잘 준비하고 대처해야 한다. 난 이를 '30+30+30', 즉 트리플 30이라고 명명했다. (실제로 그는 IMF 상임이사 임기 후 두 번이나 장관직 제의가 왔으나 완곡히 거절했다고 한다.)

-엄청난 책벌레로 알려져 있던데.

▲중ㆍ고등학교 시절 학교 도서관의 모든 책을 다 독파했다. 지식에 대한 일종의 허기증이 있었던 것 같다. 중학교 땐 학과공부를 소홀히 하고 도서관의 책만 보다 보니 1등을 하지도 못했다. 3학년 때 뒤늦게 공부를 시작해 광주고로 진학할 수 있었다. 요즘도 책은 무지하게 본다. IMF 등 해외의 최신자료는 물론 신간서적도 거의 다 본다. 신문의 북섹션을 꼭 본다.

-인생에서의 행복을 정의한다면.

▲행복의 사전적 정의는 '심신의 욕구가 충족되어 부족함이 없는 상태'라고 한다. 나는 내 나름으로 '행복지수= 가진 것÷ 바라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이 공식에 따르면 행복지수를 높이기 위해선 분자(가진 것)를 늘리거나 분모(바라는 것)를 줄이면 된다. 그러면 구체적으로 어느 쪽이 쉬울까 예를 들면 분자를 1이라고 일정하게 두고 분모를 5부터 차례로 하나씩 줄여가면 즉 5분의 1, 4분의 1, 3분의 1, 2분의 1, 1분의 1이 되고 분모를 1이라고 두고 분자를 늘려 나가면 5분의 1, 5분의 2, 5분의 3, 5분의 4, 5분의 5가 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분모를 하나씩 줄여보면 처음에는 행복지수가 천천히 늘어나지만 나중엔 증가 폭이 커진다.

-본인 스스로 자신의 행복지수를 평가한다면.

▲건방진 얘기같지만 정말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다. 병원을 운영해 평생 경제적으로 내조한 아내(부인은 유명한 안과의사다)도 건강하고 세 아들, 딸들도 다 잘 자라줬다. 무엇보다도 아직 내가 사회에서 해야 할 일이 많고 부르는 곳이 많다는 점도 고맙다. 사실 행복지수가 100% 넘는다는 것은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실제로는 어렵다. 하지만 분모, 즉 바라는 것을 줄여나가면 쉽다. 우리말에 '나눔'이란 말이 있는데 아직 한글사전에 오르지도 못 했지만 민간봉사영역에선 '나눔문화' '감사나눔' 등 여러 용례로 쓰이고 있다. 나눔은 단순히 나누기(divide)를 의미하는 게 아니다. '콩 반쪽도 나눠 먹는다'란 말처럼 부족하지만 이웃과 나눠가지는 것을 의미한다. 영어의 '기부(donation)'는 여유가 있는 것을 준다는 뜻에서 우리의 '나눔'과는 차이가 있다. 나눔의 실천이 행복의 지름길이다. (실제로 국어대사전을 찾아보니 '나누다'라는 단어는 있지만 '나눔'이란 단어는 아직 등재되지 않았다.)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행복한 노후를 위해 요즘 직장인들이 꼭 새겨야 할 대목은.

두 부부가 평생 낳는 아이의 평균 숫자, 즉 합계출산율이 6명을 넘던 시절이 있었지만 이젠 지난해의 경우 1.19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저다. 두 명의 부부가 둘을 낳아야 인구가 유지되는데 이보다 적게 낳다 보니 이들의 아이는 모두 왕자 아니면 공주로 대접받고 살아간다. 아이들 입에서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명령'에 따르는 '부하'가 양가 조부모까지 6명에 달한다. 이렇게 곱게 자란 아이가 30세가 될 무렵 부모와 조부모는 평균수명의 연장으로 대부분 생존해 있지만 경제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합계출산율이 6명을 오가던 시절이라면 이 아이들이 부모를 모셨을 테지만 이젠 아이는 부양의 짐을 나눠 가질 형제가 없기 때문에 부모들의 여생을 책임질 수 없게 된다. 과거에는 평균수명이 짧고 돌봐줄 자식의 수가 많아 '자식보험'에 의지해서 여생 계획을 짜도 별 무리 없었지만 지금 이후로는 오직 자신이 준비한 '자기 보험'으로 지탱해야 한다.

-'자기 보험'을 준비한다는 게 샐러리맨에겐 그다지 쉬운 일이 아닌데 저축을 충분히 할 수 없다면 어떻게 노후자금을 마련해야 하나.

▲한국인은 자신의 행복보다 자식의 행복에 중점을 두고 사는 경향이 심하다. 때문에 자신의 노후와 인생계획을 전부 포기한 채 자식교육에 모두 '올인'하는 것을 당연시한다. 준비된 사람으로 남고 싶다면 올인을 절반으로 뚝 자르고 그 나머지를 자신의 노후에 투자하는 게 현명하다. 바로 이것이 자기 보험의 종잣돈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선 일단 자녀의 진로를 생각하는 기준을 재점검해야 한다. 최소 10년 뒤 사회에 나서는 자식의 진로를 이미 수십 년 전의 경험에 바탕한 부모가 일방적으로 결정한다. 즉 무조건 의사, 법조인 등을 만들어야 한다는 구습과 고정관념 때문에 불필요한 양육비를 쏟아붓는 경우가 많다. 자식의 진로 결정은 전문가들에게 맡기고 여기에 들어갈 재력과 정력을 자기 보험으로 돌려야 한다. 이래야만 환갑 때 여생을 '악몽'으로 받아들이는 처지는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오 사무총장의 읽어보니, 좋던데요

▲<생각 박물관> 박영규/책문= <한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으로 유명한 저술가 박영규가 동서양 철학자 100인의 철학 이론을 알기 쉽게 대화체로 풀어 쓴 철학 입문서.

▲<청소부 밥> 레이 힐버트ㆍ토드 홉킨스/위즈덤하우스= 기업 최고경영자(CEO) 출신으로 퇴직 후 청소부로 일하는 밥이 자신이 청소해주는 중견기업의 사장인 로저에게 삶의 지혜와 깨달음에 관련된 조언을 해주는 내용을 담은 책.
끟<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존 그레이/동녘라이프= 30여년간 부부 상담센터를 운영하면서, 부부간 갈등의 진정한 원인과 치유법 연구에 몰두해온 존 그레이 박사의 역작.

◆오종남 유니세프한국위원회 사무총장은…

▲1952년 전북 고창 생 뀬광주고, 서울대 법대, 미국 서던메소디스트대 대학원 경제ㆍ경영학 석ㆍ박사. 방송통신대 영문학과
▲행정고시 17회 합격, 경제기획원 예산관리과장, 대통령비서실 재정경제비서관, 통계청장, 국제통화기금(IMF) 상임이사
▲김&장 법률사무소 고문, 서울대 과학기술혁신 최고전략과정 주임교수,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사무총장(현)
▲<한국인 당신의 미래>, <은퇴 후 30년을 준비하라> 등 저서 다수
▲황조근정훈장 수상

윤승용 논설고문 yoon6733@





윤승용 논설위원 yoon673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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