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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박원순號의 위험신호

최종수정 2014.10.14 11:12 기사입력 2014.10.14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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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박원순 서울시장은 가을 고목처럼 말라가고 있는 한국 정치계에서 눈에 띄는 '꿈나무'라고 할 수 있다. 재야 인권변호사ㆍ시민단체 출신으로 참신함, 도덕성, 소탈함, 소통 능력, 겸손함, 유연한 사고 등을 골고루 갖췄고, 행정가로서 갖춰야 할 식견이나 업무 능력도 뛰어나다.

이러한 장점은 2012년 10월 보궐선거에서 승리해 취임한 후 잘 발휘돼 6.4 지방선거에서의 압도적 지지로 이어졌다. 소속 야당의 고전에도 불구하고 수도권에서 유일하게 큰 표차로 당선되는 원동력이 됐다.
이제 재선에 성공해 두번째 임기를 시작한 박 시장을 지켜보는 시민들의 기대감은 커지고 있다. 특히 박 시장의 탈이념ㆍ소통ㆍ치유ㆍ현장 위주의 시정은 많은 시민들로부터 "우리가 진정 원하는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다"며 환영받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박 시장도 최근 들어 부쩍 '초심'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지난 7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초심불망'(初心不忘, 처음의 마음가짐을 잊지 않음)의 자세로 시민의 목소리를 듣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같은 박 시장의 '초심 불망' 다짐은 과연 얼마나 제대로 실천되고 있을까? 공과가 있지만 2기 취임 100일이 넘은 현재 순항 중이던 '박원순호'에 잇딴 위험신호가 켜지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본인은 그렇다 치더라도, 측근들의 잡음과 오판ㆍ보좌기능 미흡 등이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전직 정무직 측근들을 전례없이 서울시립대 초빙교수에 앉혔다가 기존 공무원들의 반발과 여론의 비판에 밀려 사퇴시킨 일이 대표적 사례다.
이 초빙교수 자리는 그동안 정무직이 아닌 일반직 퇴직 공무원들이 독차지해 왔던 것으로, 박 시장의 측근들이 무리하게 '자리 챙기기'에 나섰다가 일반공무원들의 반격에 좌초한 꼴이 됐다. 외부로부터 영입된 지 6개월도 채 안 된 서울메트로 임원을 사장으로 승진시켜 놓고 '사상 최초의 내부 승진'이라고 포장해 홍보한 일도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40대 중반의 '무명' 경영컨설턴트를 경제진흥실장에 임명한 것도 검증되지 않은 인사라는 점에서 '무리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 시장이 공무원들에 포위돼 휘둘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박원순 진돗개'로 불리우는 시장 관사 방호견 문제가 대표적이다. 공무원들의 과잉행정을 제대로 체크하지 못했지만 책임은 온전히 박 시장에게로 돌아갔다. 제2롯데월드 임시 사용 승인 과정에서는 시민의 안전보다는 행정 위주의 사고를 하는 공무원들의 조언에 지나치게 의존한 것 아니냐는 아쉬움이 있다. 서울역고가도로 문제, 경전철 10개 노선 건설 논란 등에선 박 시장이 지양하고자 했던 토건ㆍ개발ㆍ비즈니스ㆍ관광객ㆍ행정ㆍCEO적 관점이 느껴진다는 지적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역대 대통령 등 선출직ㆍ임명직 최고위직을 수행한 리더들은 대개 이 두 가지, 즉 측근들의 물의ㆍ무능을 관리하지 못해 온갖 구설수에 시달리거나 공무원에 휘둘려 겉돌다가 임기를 끝내곤 했다. 그리고 이는 정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져 시민들의 삶의 질 저하를 초래해온 게 한국사회의 현실이다. '여태까지 봐 온 정치인들과는 다른 것 같다'는 지지자들의 기대를 박 시장이 앞으로 만족시켜줄 수 있을지, 지켜보겠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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