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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읽다]에볼라…시장성과 공공성 사이에서

최종수정 2020.02.04 17:56 기사입력 2014.10.10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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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죽어 가는데…에볼라닷컴 재판매 나선 기업

▲에볼라 바이러스.[사진=위키피디아]

▲에볼라 바이러스.[사진=위키피디아]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에볼라 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에볼라 사태를 보면서 '시장성'과 '공공성'을 따져보게 된다. 결론적으로 에볼라 사태를 두고 관계있는 과학자들은 지금 '쪽팔려'해야 한다. 에볼라 사태는 과학의 보편성인 공공성보다는 자본주의 속성인 '시장성'을 앞세우면서 적당한 때를 놓쳐 버렸다. 재앙이 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미국의 한 벤처회사가 자신들이 소유하고 있는 '에볼라닷컴(Ebola.com)'의 인터넷도메인을 팔겠다고 나서 개운치 않는 뒷맛을 남기고 있다. 미국 언론매체들은 9일(현지 시간) '에볼라닷컴'이 15만달러(약 1억6000만원)에 매물로 나왔다고 보도했다.
현재 '에볼라닷컴'은 네바다에 있는 '블루스트링벤처스'라는 회사가 가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회사는 도메인을 선점했다가 높은 가격에 재판매하는 회사로 잘 알려져 있다. CNBC 등 미국 매체들은 이 회사가 최근 '에볼라닷컴'의 재판매에 나섰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존 슐츠(John Schultz) 블루스트링벤처스 회장은 "에볼라닷컴 도메인은 바이러스 질병을 위한 약을 개발하고 만드는 제약회사들에 관심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에볼라닷컴'을 15만달러에 내놓은 것은 그렇게 높은 가격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올해 초 이 회사가 가지고 있던 '위스키닷컴(whisky.com)'이 310만달러(약 33억원)에 팔린 것과 비교하면 큰 액수가 아니라는 것이다.

역시 '시장성'에 주목한 상업 마케팅의 전형을 보여준다. 이 회사의 에볼라닷컴 도메인 재판매를 보면 이번 에볼라 사태에 대처하는 서방 사회와 무척 닮은 점이 많아 기분이 썩 유쾌하지 않다.
에볼라는 기니,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 등 서부아프리카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발병했다. 가난한 나라이다. 서방사회에서는 관심 밖의 나라들이다. 세계보건기구(WHO) 등도 에볼라 사태의 심각성을 무시했다. 가난하고 지역적인 아프리카에서 발생했고 곧 수그러들 것이라는 안이한 판단을 했다. 그 사이 에볼라 감염자는 계속 늘어났다. 미국인이 감염됐을 때 미국 정부가 적극 나섰다. 유럽인이 에볼라에 걸렸을 때 유럽이 뛰어들었다. 국제 공조는 없었고 WHO의 비상사태 선언은 사후약방문이 돼 버렸다.

제약업체들이 에볼라 치료제를 개발하지 않은 것도 '자본주의 논리'를 그대로 보여준다. 정기적으로 에볼라 감염자가 나타났는데도 이에 대한 백신 개발 등 후속연구는 없었다. 아프리카 등 가난한 지역이다 보니 치료제를 만들어봤자 팔리지 않을 것이라 판단한 것이다. 한마디로 시장성이 없다고 본 셈이다. 제약업체들은 에볼라 치료제를 '못 만든 것'이 아니라 '안 만든 것'이다.

이번에 매물로 나온 에볼라닷컴 도메인도 이와 비슷하다. 마치 에볼라 사태가 더 악화되고 전 세계인의 관심을 끌 때쯤 당당히(?) 팔겠다는 '전략'이 숨어 있었던 것이다. 뒷맛이 씁쓸한 이유이다. 미국과 호주, 유럽 등에서 잇달아 에볼라 환자가 발생하고 의심환자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이 틈을 노린 '바이럴 마케팅'의 천박함을 보여준다.

'쪽팔려 해야 할' 과학자들과 '바이럴 마케팅'으로 시장성만 좇고 있는 이들은 시장성에 앞서 공공성이 우선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 시장이 있기 위해서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사람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건강한 환경이 중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돈으로 따질 수 없는 공공성이 반드시 담보돼야 하기 때문이다. 시장성만 좇다보면 자신이 희생자가 될 수도 있다.

여전히 공공성보다는 시장성에만 눈독을 들이고 있는 현 상황에서 에볼라 사태를 진정시키기에는 역부족이지 않을까.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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