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찡그린 얼굴과 악다문 입술로 여오현(36)이 아스팔트 도로 위를 달렸다. 남자 프로배구 현대캐피탈이 7일 충남 천안에 위치한 팀 숙소(캐슬오브스카이워커스)에서 실시한 왕복달리기 훈련이다. 300m 거리를 두고 양쪽에 설치된 고깔을 반복해서 뛰는 오후 일정의 마무리. 초시계를 든 박희상 코치(42)가 속도를 높이라고 재촉하자 선수들의 발걸음이 더욱 빨라졌다. 3분 동안 정해진 구간을 완주한 여오현은 양 손을 무릎에 얹고 허리를 숙인 채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지켜보던 김호철 감독(59)은 "앓는 소리 하지 말고 빨리 들어가서 스트레칭을 하자"며 흐뭇한 미소를 보였다.
왕복달리기는 고참과 신예를 막론하고 혀를 내두르는 훈련이다. 먼저 목표치를 뛴 선수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바닥에 드러누워 고통스런 표정을 지었다. 베테랑 여오현도 마찬가지. 그는 "배구훈련은 어느 팀이나 열심히 하지만 체력을 강화하는 부분에서 차이가 난다. 선수생활을 하면서 가장 힘들게 시즌을 준비한 것 같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반면 김성우 사무국장(40)은 "오늘은 기존 훈련보다 강도를 낮춘 것"이라며 웃었다.
수비 전문 선수인 리베로 여오현의 어깨가 더욱 무겁다. 공격의 출발이 될 그의 서브리시브와 디그(상대의 스파이크나 후위공격을 받아내는 리시브)가 뒷받침돼야 안정적인 경기 운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대캐피탈이 경쟁 팀 삼성화재의 주축 선수였던 그를 지난 시즌 자유계약선수(FA)로 영입한데도 그런 기대감이 반영됐다. 올 시즌은 주장을 맡기고 팀 내 최고연봉인 3억5000만원을 선사하며 힘을 실었다. 이적하면서 받은 2억9000만원보다 6000만원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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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오현은 이적 첫 해 정규리그 디그 1위(세트당 2.79개), 수비 2위로 제 몫을 하며 팀의 챔피언결정전 진출에 일조했다. 그러나 프로배구 일곱 시즌 연속 정상에 오른 삼성화재에 막혀 준우승에 머물렀다. 실업배구 시절부터 익숙하던 정상에서 물러나 오랜 만에 경험한 2인자 자리다. 코트에서 누구보다 큰 목소리와 몸짓으로 선수들을 독려할 만큼 승부근성이 강한 그로서는 익숙지 않은 실패였다.
김 감독은 "각 포지션별로 훈련 계획을 수립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공을 만지지 못하게 했다. 기초 체력훈련 때는 선수들이 욕을 할 만큼 힘들어했다"며 성과를 만족스러워 했다. 그러면서 "모든 구단의 목표는 우승이지만 자리는 하나다. 그곳에 설 수 있도록 준비를 많이 했다. 선수들의 노력이 결과로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여오현도 "이길 수 있는 경기에서 범실을 자주하고 안일하게 대처하면서 기회를 놓친 경우가 많았다. 훈련을 통해 문제점을 인식하고 생각을 가다듬었다. 올 시즌은 다를 것이다. 넘어져서라도 공을 하나 더 받아내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현대캐피탈은 18일 오후 2시 대전충무체육관에서 삼성화재와 개막경기를 한다.
여오현 프로필
▲생년월일 1978년 9월 2일 ▲출생지 인천광역시
▲체격 175㎝·72㎏
▲학력 대전유성초-대전중앙중-대전중앙고-홍익대
▲가족 부인 김안순 씨(36)와 아들 원영(9)·아들 원경(5)
▲소속팀 현대캐피탈 ▲포지션 리베로
▲주요경력
-2001~2013년 삼성화재
-2013년~ 현대캐피탈
▲수상내역
-2001년 슈퍼리그 리베로상
-2001년 세미프로리그 리베로상
-2004년 프로배구 KT&G V리그 남자 올스타전 MVP
-2006년 프로배구 KT&G V리그 수비상
-2007년 프로배구 V리그 올스타
-2010년 NH농협 V리그 수비상
-2010년 NH농협 V리그 기준기록상
-2010년 제16회 광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배구 동메달
-2011년 제3회 동아스포츠대상 남자프로배구 올해의 선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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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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