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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여오현, 현대캐피탈 '우승 DNA' 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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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찡그린 얼굴과 악다문 입술로 여오현(36)이 아스팔트 도로 위를 달렸다. 남자 프로배구 현대캐피탈이 7일 충남 천안에 위치한 팀 숙소(캐슬오브스카이워커스)에서 실시한 왕복달리기 훈련이다. 300m 거리를 두고 양쪽에 설치된 고깔을 반복해서 뛰는 오후 일정의 마무리. 초시계를 든 박희상 코치(42)가 속도를 높이라고 재촉하자 선수들의 발걸음이 더욱 빨라졌다. 3분 동안 정해진 구간을 완주한 여오현은 양 손을 무릎에 얹고 허리를 숙인 채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지켜보던 김호철 감독(59)은 "앓는 소리 하지 말고 빨리 들어가서 스트레칭을 하자"며 흐뭇한 미소를 보였다.

왕복달리기는 고참과 신예를 막론하고 혀를 내두르는 훈련이다. 먼저 목표치를 뛴 선수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바닥에 드러누워 고통스런 표정을 지었다. 베테랑 여오현도 마찬가지. 그는 "배구훈련은 어느 팀이나 열심히 하지만 체력을 강화하는 부분에서 차이가 난다. 선수생활을 하면서 가장 힘들게 시즌을 준비한 것 같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반면 김성우 사무국장(40)은 "오늘은 기존 훈련보다 강도를 낮춘 것"이라며 웃었다.
현대캐피탈이 2006~2007시즌을 마지막으로 명맥이 끊긴 V-리그 우승트로피를 목표로 하면서 택한 승부수는 체력과 안정성이다. 김 감독은 "중요한 순간 범실을 하면서 이길 수 있는 경기를 놓쳤다. 체력에서 비롯된 문제였다"고 진단했다. 정규리그가 지난 시즌(30경기)보다 여섯 경기 많아진 점도 고려했다. 김 감독은 또 "지난 시즌에는 우리만의 장점이 없이 상대에 대한 맞춤형 배구를 했다. 올 시즌은 선수들을 고르게 활용하는 팀플레이에 초점을 맞추고 상대가 우리를 연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비중이 큰 외국인 공격수에만 의존하지 않고 국내 선수들과 조화를 이룬 조직력 강화가 목표다.

수비 전문 선수인 리베로 여오현의 어깨가 더욱 무겁다. 공격의 출발이 될 그의 서브리시브와 디그(상대의 스파이크나 후위공격을 받아내는 리시브)가 뒷받침돼야 안정적인 경기 운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대캐피탈이 경쟁 팀 삼성화재의 주축 선수였던 그를 지난 시즌 자유계약선수(FA)로 영입한데도 그런 기대감이 반영됐다. 올 시즌은 주장을 맡기고 팀 내 최고연봉인 3억5000만원을 선사하며 힘을 실었다. 이적하면서 받은 2억9000만원보다 6000만원이 올랐다.


여오현은 이적 첫 해 정규리그 디그 1위(세트당 2.79개), 수비 2위로 제 몫을 하며 팀의 챔피언결정전 진출에 일조했다. 그러나 프로배구 일곱 시즌 연속 정상에 오른 삼성화재에 막혀 준우승에 머물렀다. 실업배구 시절부터 익숙하던 정상에서 물러나 오랜 만에 경험한 2인자 자리다. 코트에서 누구보다 큰 목소리와 몸짓으로 선수들을 독려할 만큼 승부근성이 강한 그로서는 익숙지 않은 실패였다.
절치부심한 여오현은 비시즌 동안 진행된 체력훈련을 묵묵히 버텼다. 천안종합운동장에서 400m 트랙을 1분20초 안에 반복해서 달리는 훈련은 물론 모래사장에서 연신 발을 구르며 몸놀림의 속도를 끌어올렸다. 근력강화 운동도 꾸준히 했다. 훈련장 벽에는 일단위로 선수들의 체중변화를 기록한 표가 붙어있다. V리그 개막을 열흘 앞두둔 그의 몸무게는 지금도 0.1㎏씩 줄어 목표치인 72㎏에 근접하고 있다.

김 감독은 "각 포지션별로 훈련 계획을 수립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공을 만지지 못하게 했다. 기초 체력훈련 때는 선수들이 욕을 할 만큼 힘들어했다"며 성과를 만족스러워 했다. 그러면서 "모든 구단의 목표는 우승이지만 자리는 하나다. 그곳에 설 수 있도록 준비를 많이 했다. 선수들의 노력이 결과로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여오현도 "이길 수 있는 경기에서 범실을 자주하고 안일하게 대처하면서 기회를 놓친 경우가 많았다. 훈련을 통해 문제점을 인식하고 생각을 가다듬었다. 올 시즌은 다를 것이다. 넘어져서라도 공을 하나 더 받아내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현대캐피탈은 18일 오후 2시 대전충무체육관에서 삼성화재와 개막경기를 한다.

여오현 프로필

▲생년월일 1978년 9월 2일 ▲출생지 인천광역시
▲체격 175㎝·72㎏
▲학력 대전유성초-대전중앙중-대전중앙고-홍익대
▲가족 부인 김안순 씨(36)와 아들 원영(9)·아들 원경(5)
▲소속팀 현대캐피탈 ▲포지션 리베로

▲주요경력
-2001~2013년 삼성화재
-2013년~ 현대캐피탈

▲수상내역
-2001년 슈퍼리그 리베로상
-2001년 세미프로리그 리베로상
-2004년 프로배구 KT&G V리그 남자 올스타전 MVP
-2006년 프로배구 KT&G V리그 수비상
-2007년 프로배구 V리그 올스타
-2010년 NH농협 V리그 수비상
-2010년 NH농협 V리그 기준기록상
-2010년 제16회 광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배구 동메달
-2011년 제3회 동아스포츠대상 남자프로배구 올해의 선수상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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