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결혼·출산 3포세대의 문제점 지적…"청년 솔로는 줄어들지 않는다"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썸탄다'란 말이 유행이다. 연애하기 직전, 서로의 마음을 알듯 말듯한 그 간질간질한 단계를 가리키는 말이 '썸(썸씽(Something)의 준말)'이다. 친구와 연인의 애매한 경계, 그 어디쯤에 놓인 많은 청춘들을 '썸남썸녀'라고 부르기도 한다. 연애하고 싶은 마음은 충만하지만, 적극적으로 관계를 진전시킬 여력은 없는 청춘들의 '썸'은 '썸'으로 그친다. 연애를 하려면 돈과 시간이 있어야 하는데, '썸'은 그런 부담에서 어느 정도 자유롭다. 취업을 위해 연애를 포기하고, 돈이 없어서 결혼을 포기한 '삼포세대(연애·결혼·출산 세 가지를 포기한 세대)'들은 사랑에 대한 기회비용마저 계산기로 두드린다.
'88만원 세대'에서 청년들의 비정규직·취업난 등을 다뤘던 저자 우석훈이 이번에는 청년들의 솔로 현상에 초점을 맞췄다. 신간 '솔로계급의 경제학'에서는 더 이상 결혼을 선택하지 않는 청년들이 등장한다. 연애마저도 '썸'으로 대체하는 청년들에게 결혼이란 사치다. "내가 지금 20대 여대생이라면 결혼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저자마저 "솔로로 남는 편을 선택할 것 같다"고 말한다. 정규직으로 취업할 가능성은 점점 낮아지고, 취업을 한다고 해도 남성에 비해 소득도 낮다. 결혼과 함께 시작될 가사노동과 육아에 대한 여성의 책임도 여전히 무겁기만 하다. 남자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결혼을 하려면 전세금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대졸 취업자들의 평균 연봉으론 어림도 없다. 결혼을 하고 출산에 성공한다고 해도 막대한 육아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까.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자녀 1명을 대학 졸업시키기까지 평균 3억원이 든다고 한다.
기성세대의 시각에서는 답답하게 보일 수도 있다. 지금보다도 훨씬 가난했던 시절에 취직도 하고 결혼도 했던 아버지들의 눈으로 보면 현재 청년들의 망설임은 "참고 견디다 보면 언젠가는 해결되는 문제"로만 보인다. 정치권에서도 청년 솔로 문제에 대해 무관심하기는 마찬가지다. 설사 안다고 해도 자신의 기득권을 양보하면서까지 해결하려 들지는 않는다. 2000년, 한국의 한 방송팀이 영국 총리 토니 블레어를 인터뷰한 자리였다. 토니 블레어는 인터뷰가 끝난 후 "한국은 솔로 대책을 어떻게 세우고 있느냐"고 제작진에게 되물었는데, 아무도 이 질문의 뜻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앞으로 가장 심각한 사회 문제는 결국 솔로 문제가 될 것"이라는 블레어 총리의 단언처럼, 영국, 독일, 프랑스, 스웨덴, 일본 등의 나라에서는 이미 이 현상을 국가적 난제로 여기고 있다.
마르크스는 노동력 이외에 생계 수단을 갖지 못한 빈곤층을 지칭해 '프롤레타리아'라고 불렀다. 이 말의 기원인 '프롤레스(proles)'는 라틴어로 '자식'을 뜻한다. 자식만 있고 재산은 없는 시민들이 바로 프롤레타리아다. 우리는 '무산자'나 '무산계급'이라고 번역하지만, 원래 의미는 '유자식자'에 더 가까운 것이다. 저자는 이 '유자식자'에 반대되는 '무자식자'가 지금의 청년 솔로라고 정의한다. '무자식이 상팔자'라는 말은 지독한 경제적 은유다. 저출산이 국가의 성장을 저해한다는 우려가 날로 커지고 있지만 비자발적으로 솔로를 선택하는 청년 역시 갈수록 늘어날 것이다. 이미 그 징후들은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청년 솔로들이 혼자 살기 편리한 도심으로 몰려들면서 지역경제와 방송국형산업이 침체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솔로계급의 경제학 / 우석훈 / 한울 / 1만8500원)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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