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회원국들은 국제유가가 하락하는 상황에서도 생산량 감축을 통한 수급 조정으로 유가 하락에 제동을 거는데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수요자 확보를 위해 서로 경쟁적으로 원유 공급 가격을 낮춰 '가격 전쟁'에 나서는 모습이다. 이들은 글로벌 경제의 더딘 회복으로 중국과 유럽에서 원유 수요가 줄 것이라는 불안감에 원유 가격을 인하해서라도 수요를 확보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인 3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1.27달러(1.41%) 하락한 배럴당 89.74 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4월 이후 가장 낮은 가격이다. 런던 ICE선물시장에서 거래된 북해산 브렌트유도 1.2% 하락한 92.31달러에 거래돼 2012년 6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문제는 OPEC 회원국의 원유 가격 할인이 경쟁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데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가격 인하 결정 직후 쿠웨이트도 가격 인하에 동참했다. 쿠웨이트는 당장 이달 인도분 원유 가격 부터 인하에 나서기로 했다. 이 역시 다른 OPEC 회원국의 동의를 구하지 않았다.
시티그룹은 2015년 WTI 배럴당 평균가를 올해보다 10달러나 낮춘 89.50달러로 전망했다. 블룸버그통신이 지난달 세계 40개 글로벌 투자은행(IB)을 대상으로 단행한 유가 전망 설문조사에서는 절반 이상인 21곳이 연말까지 유가 하락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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