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전국에 산재한 93개 문중의 분묘에서 도굴된 '지석'(誌石) 558점이 회수됐다. 이는 한 사립박물관이 불법으로 취득해 보관하고 있던 것이다. 지석은 '죽은 사람의 성명·생몰연월일·행적·무덤의 위치 등을 기록하여 무덤 앞에 묻는 판석 또는 도판(陶板)'을 뜻한다.
문화재청과 서울지방경찰청은 공조 수사를 통해 매장문화재 지석을 다량으로 불법취득·보관하고 있던 사립박물관을 압수수색해 이같이 회수했다고 28일 밝혔다.
이번에 회수된 지석은 조선 전기부터 후기까지 광범위한 기간에 걸쳐 제작된 것으로, 재료와 형태 등에서 다양성을 보이고 있으며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기록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10점의 주인공인 '박린'(朴璘, 1547~1625년)은 사헌부감찰, 이천현감, 검찰종사관, 개성부도사를 역임한 이다. 서예에 능했고, 산수·궁마(弓馬)까지 통달했으며, 사후에 이조판서의 벼슬이 올려졌다. 이 지석들은 지봉 이수광(1563~1628년)이 말년에 지은 것으로, 17세기 초 지석의 양식을 잘 보여주고 있다. 청화의 수급이 어렵자 철화안료로 글씨를 썼으며 지석의 재료인 흙도 고령토가 아닌 점과 글씨의 서풍이 선조 시대 이후 유행한 한석봉체이다. 이러한 점은 16세기 지석과 달라지고 이후 18세기 지석과 차별되는 점으로서 국난의 시기에 만들어진 의례용품의 사정을 잘 보여주는 자료라 할 수 있으며, 시대의 스승으로 평가받는 실학자 이수광의 문장을 볼수 있어 가치가 높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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