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중동·아프리카 관료 등…매년 20여개국 '국제연수과정'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제도가 세계 속에서 주목받고 있다. 전 세계 최단기 전 국민 건강보험 가입을 달성한 데다 정부의 재정 부담이 적은 사회보험방식인 만큼 우리나라 제도를 벤치마킹하려는 국가가 늘고 있다.
다른 나라의 건강보험 도입 과정에서 직접 돕기도 한다. 건보공단은 2011년 11월부터 지난해까지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함께 베트남 정부의 전 국민 건강보험 달성을 위한 자문역할을 맡았다. 베트남의 전 국민 건강보험 달성을 위한 여건을 분석한 뒤 운영방안과 정책 제언이 담긴 종합보고서를 베트남 정부에 제공했다. 가나와 인도네시아, 에티오피아 등에서도 우리나라의 건강보험 제도가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으로 진행되고 있다.
개도국이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제도를 벤치마킹하는 이유는 제도의 도입 시기와 여건이 비슷해서다. 우리나라는 건강보험이 처음 도입된 1977년 국민소득이 1000달러 수준에 불과했다.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제도를 벤치마킹하는 국가들도 대부분 저소득 국가들이다. '12년'이라는 단기간에 전 국민의 보험 달성이라는 성과를 거둔 점도 높이 평가받는다. 건강보험의 원조 격인 독일은 전 국민이 의료보장을 받는 데 127년이 걸렸고 벨기에는 118년, 프랑스는 72년, 일본은 36년을 소모했다. 또 세금으로 의료비를 충당하는 방식이 아닌 보험료를 걷어 재정을 뒷받침하는 점도 개도국의 관심을 끄는 이유다.
다만 건강보험의 성공적인 수출을 위해서는 손질해야 할 부분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우선 건강보험 재정에 커다란 손실을 주는 '무임승차' 문제 등 형평성에 어긋나는 건강보험 부과체계를 개선하는 일이 시급하다. 건강보험료가 같은 기준인 경우에도 큰 차이가 나는 점을 뜯어고쳐야 한다는 것이다. 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진료비를 심사하고 건보공단이 지급하는 현재의 이원화 체계도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건강보험 발전과정을 매뉴얼로 만들고 현재 제도의 한계점을 보완하면 우리나라의 보험제도가 더 많은 나라로 수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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