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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 '경고등'에도 금융당국 '뒷짐' 일관

최종수정 2014.09.14 08:50 기사입력 2014.09.14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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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장현 기자] 부동산 규제 완화 이후 가계부채 증가세가 심상치 않다는 위험신호가 잇따르고 있지만 금융위원회 등 금융당국과 한국은행은 뒷짐으로 일관하고 있다. 연초 가계부채 증가세가 우려스럽다던 당국의 목소리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내정 이후 들리지 않는다.

지난 8월1일 대표적인 부동산 규제인 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가 지역·업권별로 일괄 상향됐다. 최경환 기재부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취임 전부터 대출규제를 풀어줄 필요가 있다며 당국에 요구한 결과다. 최 부총리 내정자가 규제완화를 요구했던 당시(6월)도 가계부채가 사상최대치를 기록하던 시점. 6월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은 705조원으로 사상처음 700조원을 넘어섰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두 수장인 신제윤 금융위원장과 최수현 금감원장은 각각 "금융안정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실물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 검토하겠다", "합리적 개선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하며 '코드맞추기'에 들어갔다. 더구나 신 위원장은 열흘 전 "LTV·DTI는 가계부채 차원의 금융정책 수단으로 금융소비자 보호와 금융기관 건전성 유지를 위한 핵심장치"라며 규제완화에 부정적인 목소리를 냈던 터라 말 바꾸기 논란마저 일게 했다.

금융당국의 안일한 모습은 규제완화 이후 실제로 가계부채의 증가세가 가팔라졌을 때도 되풀이됐다.

지난 8월22일 기준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총 343조2000억원으로, 전달보다 3조9000억원 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2조원 안팎의 대출이 늘었던 점을 고려하면 배로 증가한 것이다. 금융당국은 기자들에게 배포한 자료를 통해 "비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은 100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쳐 신규수요를 은행권이 일부 흡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가계부채의 양은 늘었지만 질은 좋아졌다는 평가다.
한국은행도 가계부채 증가세는 "지켜보자"며 관망하는 모습이다. 지난 11일 한은이 발표한 '8월 중 금융시장 동향' 자료를 보면 지난달 말 현재 국내은행의 가계대출 잔액(모기지론 양도분 포함 기준)은 536조8000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4조6000억원 늘었다. 증가폭은 작년 6월(4조6000억원) 이후 1년 2개월 만에 최대다. 이주열 한은총재는 가계부채 증가세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비은행 대출은 그 이전에 비해서 증가규모가 크게 축소됐다"며 "주택금융공사의 모기지론 등 특이요인이 증가세에 영향을 미쳐 앞으로 가계대출 규모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국이 가계부채 관리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한다는 목소리도 심상찮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규제 완화와 기준금리 인하로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더 가팔라지고 있다"며 "부채 증가 속도가 소득 증가 속도를 웃도는 만큼 당국이 나서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도 "대출금리는 최저점을 찍어 사실상 상승요인만 남은 셈"이라며 "경기부양을 목표로 늘려온 빚이 금리 상승기에 대규모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장현 기자 insid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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