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예산정책처(예정처)가 최근 발행한 경제동향&이슈에 따르면 기업의 사내유보금 규모가 크지 않았던 1980년~1990년대 중반에 실물투자 활동은 연평균 10%대로 이뤄진 반면, 사내유보금이 확대된 2000년 이후에는 실물투자 활동은 연평균 2%대 증가율에 머문 것으로 나타났다. 예정처는 계량모델을 통해 분석한 결과 사내유보금이 기업의 실물투자를 증가투자를 증가시키는 효과를 갖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기업의 사내유보금 비율을 나타내는 사내유보율(기업의 미처분이익잉여금 중 배당처분액을 뺀 사내유보분의 비중)은 다른 외국의 사내유보율에 비해서도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2012년을 기준으로 한국 기업의 사내 유보율은 94.7%로 미국(62.1%)와 일본(16.2%)을 크게 상회했다.
우리나라 기업이 이처럼 높은 사내유보금을 쌓을 수 있는 배경에는 기업의 당기순이익 규모 확대와 함께 배당성향이 줄어든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기업의 당기순이익은 1990년대 평균 6조5000억원 수준이었지만 2000년대 평균 78조2000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뿐만 아니라 기업들이 발생한 당기순이익에 대해 배당을 적게 함에 따라 회사에 남게 되는 사내유보금은 늘었다. 실제 2003년부터 2012년 사이에 우리나라의 기업은 13.3%의 배당율을 보였는데 이는 미국(32.1%), 일본(34.9%), 독일(42.1%)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기업이 사내유보금을 쌓아감에 따라 기업의 투자활동은 줄고, 이에 따라 고용창출 또한 줄어드는 일들이 만성화됐다. 그 결과 기업의 유보금은 쌓여가지만 투자활동은 사내유보금 규모가 크지 않은 시절에 비해서도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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