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여성 최초로 미국 LA 카운티 고등법원 판사 당선된 박향헌 씨 "일· 가정 균형, 정말 힘들다"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지난 6월 미국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고등법원 판사 선거에서 박향헌(52) 씨가 한인 여성 최초로 당선됐다. 1994년부터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연방 지방검찰청 검사로 재직하며 성범죄와 가정폭력 분야에서 활약한 점, 그리고 라티노·흑인·이민자 등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과 폭넓게 교류한 점이 유리하게 작용했다. 당선 당시 소감에 대해 묻자 그는 "이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믿기지 않았다. 이런 일도 있구나 싶었고, 주위에서 축하를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미국 판사는 연방 판사와 주 판사로 나뉘는데, 연방 판사는 대통령이 임명하지만 주 판사는 지역별로 선거로 뽑는다. 선출직 판사가 임기 도중에 사퇴하면 빈자리는 주지사가 임명해서 뽑고, 임명직 판사의 임기가 끝나면 다시 선거를 치르는 식이다. 20년 동안 검사로 명성을 쌓아왔던 그는 "미국에서도 검사는 신임을 많이 받는 직업이기 때문에 유권자들이 검사 경력을 좋게 봐준 것 같다. 또 한인검사협회를 만들어 흑인, 라티노 등 다른 공동체와 활발하게 소통했기 때문에 많은 지지를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동·청소년 성범죄는 끊임없는 교육과 예방이 가장 우선이다. 아이들한테도 이러한 교육을 철저하게 시켜야 한다. 또 피해자들을 보호하고 보상받도록 하는 부분도 중요하다. 성범죄 피해자들이 신고를 꺼리지 않도록 형사사건 조사를 받을 때에도 피해자들의 편의를 세심하게 봐줘야 한다." 2012년 내한 당시에도 그는 '나주 어린이 성폭행사건'과 관련한 기자회견에서도 "성범죄 예방책은 신고와 엄벌"이라고 강조했다.
일을 하면서 가장 보람된 순간은 다른 후배들이 자신을 롤모델 삼아 법조인의 꿈을 꾸게 됐다는 소리를 들을 때다. 그는 여성이자 동양인이라는 이중의 굴레를 딛고자 "이를 악물고 두 배로 일을 했다"고 한다. "'못한다, 안한다'는 소리를 하면 불평이 많고 능력이 없는 걸로 여겨질까봐 무조건 열심히만 했다. 남들한테 물어보지도 않고 혼자 무식하게 했다. 내가 못하면 다른 한국 사람들도 책이 잡히는 게 아닐까 하는 걱정도 있었다. 나중에서야 일을 할 때도 자기 피알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른 사람들은 일을 맡기면 그 일이 얼마나 하기 어려운지를 떠들고 다니는데, 나는 무조건 '오케이'라고 꾸역꾸역 했으니 사람들은 내가 쉽게쉽게 일을 했다고 생각하는 거다. 하지만 여전히 내 피알을 하는 건 어렵다.(웃음)"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물었다. "자랑스러운 엄마로서, 선배로서 판사의 임무를 열심히 수행하고 싶다. 후배 검사나 변호사들을 이끌어주고, 또 더 많은 여성과 소수자들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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