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심의 결정에 거부권을 가진 최수현 금감원장은 내ㆍ외부 법률전문가를 통해 경징계 결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꼼꼼히 따져보기로 했다. 경징계로 최종 마무리된 게 아닐 수 있다는 의미다.
이 행장은 금융지주에 언질도 주지 않고 김재열 KB금융지주 전무(최고정보책임자)와 문윤호 KB금융지주 IT기획부장, 조근철 국민은행 IT본부 상무를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들 3명은 국민은행 주 전산기 교체 논란과 관련해 이미 금감원 제재심의에서 중징계(문책경고)를 받았다. 그런데 형사처벌까지 받게 하겠다는 것이다. 회사에 피해를 줬으니 법적조치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한다.
지난 22∼23일 실시된 템플스테이는 그동안 KB금융에서 겹겹이 쌓인 오해와 불신을 풀어나가기 위해 마련한 자리다. 이런 자리에서 이 행장은 임 회장만 숙소가 단독 배정됐다는 이유로 계열사 대표들과 언쟁을 벌이다 밤늦게 먼저 귀가했다. 행사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항의였다.
회장에게 독방을 배정하려는 의도도 바람직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이 정도의 사안이 자리를 박차고 나갈 정도로 불쾌했던 걸까. 임 회장의 책임도 있다. 국민은행의 역할이 매우 크다고 하더라도 그룹의 수장으로서 계열사 대표인 이 행장의 돌출 행동을 제대로 막지 못한 것은 리더십의 문제다.
그동안 대한민국의 리딩뱅크에 근무한다는 것에 자부심을 가졌던 직원들은 좌절하고 있다. 임 회장과 이 행장은 임기를 마친 후 KB금융을 떠나야 하는 객(客)이다. 하지만 직원들에게 회사는 인생을 걸고 있는 삶의 터전이다.
이제 임 회장과 이 행장은 자존심과 상처받은 감정을 내려놔야 한다. 노자는 천하의 가장 부드러운 것이 천하의 가장 단단한 것을 부린다고 했다.
김대섭 기자 joas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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