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영화 ‘바세코의 아이들’ 제작·감독한 김경식 교수
청주대 학생들과 재능기부로 만들어 지난 14일 개봉…필리핀 빈민가에 핀 ‘희망’ 영화로 한국선교사들 15년 나눔봉사 기록, 처참한 삶 딛고 꿈 키우는 스토리
[아시아경제 왕성상 기자] 최근 극장가를 강타한 영화 ‘명량’ 못잖게 눈길을 끄는 작품이 있어 화제다. 지난 14일 롯데시네마청주점 등 전국 15개 극장에서 개봉된 ‘바세코(Baseco)의 아이들’이 그것이다. 세계 3대 빈민지역 중 한 곳인 필리핀 마닐라 바세코지역 주민들의 참혹한 일상과 이들을 위해 헌신·봉사하는 한국선교사들 모습을 담은 74분짜리 다큐멘터리영화다.
2011년 ‘세계선교공동체’를 통해 바세코의 실상과 신승철(47)·이경욱(여, 46) 선교사 등의 소식을 접한 김경식(54) 청주대 영화학과 교수(학생처장, 충북영상산업연구소 이사장)가 영화를 만든 주인공이다.
김 교수는 학생들과 2011년 12월부터 재능기부형식으로 3년여 제작·감독을 맡았다. 대학에서 재능기부로 만든 다큐멘터리영화가 일반극장에 개봉된 건 국내 최초다. 이에 앞서 지난 5월 ‘제11회 서울국제사랑영화제’에 출품, 전회 매진을 기록했다.
“2011년 8월 처음 학생들과 현지에 가보니 처참했다. 쓰레기더미에서 음식물찌꺼기를 주워 먹는 아이, 마약운반에 동원되거나 장기밀매로 팔려가는 어린이도 있었다. 6?25전쟁 때 아시아국가 중 가장 먼저 전투병력을 보내줬던 나라였는데, 이젠 우리가 도울 때라고 생각했다.”
김 교수는 “나눔은 생명의 물줄기와 같다”며 “그곳에 사랑과 나눔을 줌으로써 어려운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역할을 하려고 영화를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시작된 영화제작은 결코 쉽지 않았다. 그는 “잦은 태풍, 폭염 속에서 악취가 진동했고 전기도 불완전해서 편집에 많은 고생이 따랐다”며 “그러나 봉사와 재능기부를 한다는 것 때문에 보람차게 일할 수 있었다”고 힘들었던 때를 떠올렸다.
마닐라항구 끝자락 바세코는 하루에 한 끼를 먹기도 힘든 빈민촌이다. 약 11만명이 살고 있고 주민등록증도 없이 살아가는 주민이 절반이다. 상당수는 마약, 매춘, 장기밀매로 삶을 이어가고 있다.
처참한 그들의 사정을 알려야겠다는 생각 하나로 뛴 김 교수는 방학을 이용, 재능기부로 동참한 학생 20여명과 4차례 현지를 오가며 그곳의 일상과 희망을 심어주고 있는 한국선교사의 감동적인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제작비는 6000여만원으로 학교에서 주는 특별연구비와 지인들 도움을 받아 충당했다.
바세코엔 지금 희망이 싹트고 있다. 15년 전부터 바세코에서 나눔봉사를 벌이고 있는 선교사들이 음식나눔센터와 학교를 지어 제빵기술과 복싱, 태권도 등을 가르치고 있다. 주민들은 “일을 하고 싶다”고 희망의 노래를 부른다.
김 교수는 후속작품을 준비 중이다. 학교에서 배운 기술로 제과점을 연 학생, 복싱선수가 된 청년, 영화제작에 뛰어든 사람 등 어두운 현실을 이겨내고 꿈을 키워가는 바세코사람들의 달라진 모습을 2년여 담아 2017년쯤 내놓을 예정이다.
영화 및 방송드라마 감독출신인 김 교수는 “영화인에게 사랑을 전파하는 현장을 기록, 알리는 것만큼 값진 재능기부는 없다”며 “영화를 보는 이들이 주변의 어려운 사람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영화수익금은 바세코주민들을 위해 쓰인다.
한편 이시종 충북도지사는 21일 밤 롯데시네마청주점에서 김 교수와 도청 간부 등과 ‘바세코의 아이들’을 관람하고 제작진들을 격려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