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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맞는 세월호 유족, 단식 농성장의 눈물 속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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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청운주민센터서 만난 세월호 유가족·시민들 교황방문에 "기대"

[아시아경제 김재연 기자, 박준용 기자] "낮은 곳을 향하시는 교황님이시니까 우리들에게도 힘이 돼주시겠지요"
전날 바티칸을 출발한 교황이 서울공항으로 오고 있던 14일 오전 9시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 장군 동상 앞. 세월호 유가족과 시민들은 교황의 방한을 마치 '구원'처럼 기다리고 있었다.

광화문광장은 고요함 속에 차량 소음을 제외하면 여느 아침과같이 조용했다. 건너편 KT와 동아일보 건물 앞에선 16일 시복미사 관련 무대 설치가 한창이었다. 경찰버스도 한두 대씩 모여들고 있었다.

'416 국민농성'에 참여 중인 황인덕(47)씨는 "교황님이 정확한 답을 주시기보다 가야 할 길을 알려주실 것이고, 이를 많은 이들이 동의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애들키우는 입장에서 남의 일 같지 않아 농성에 참여했다는 한미령(43·여)씨도 "교황님의 방문이 많은 상처를 입은 유가족들에게 많은 위안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교황이 세월호 구조상황을 교황청에 매일같이 물어보는 등 세월호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유족들의 기대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날로 단식 32일째를 맞은 고(故) 김유민양의 아빠 김영오씨는 "인권과 평등을 중시하고 약자를 위해 힘쓰시는 교황님이 우리를 지켜봐주시고 전 세계에 우리를 알려주길 기도한다"고 말했다.

교황의 세월호 참사에 대한 관심은 유가족들의 교황 행사 참여 일정에서도 나타난다. 유가족들은 14일 서울공항 도착 시 교황 마중단으로 참여하는 것은 물론 15일 대전 월드컵 경기장 성모 승천 대축일 미사에 참석해 교황과 면담할 예정이다. 교황은 이 자리에서 세월호 도보순례단이 메고 온 십자가와 팽목항 인근 바닷물을 전달받는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16일 시복미사, 17일 제6회 아시아청년대회 폐막미사에도 참여한다. 세월호 유가족 대책위원회의 유경근 대변인은 "유가족들이 짧은 메시지를 메모로 주면 이를 낭독해주겠다는 이야기도 하셨다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힘을 실어주고자 농성장을 찾은 시민들도 같은 심정이었다. 이날 오전 단식농성에 참가하기 위해 온 김명선(27)씨는 "교황 방한을 맞아 세월호 특별법 제정에 도움이 되기 위해 왔다"며 "교황이 종교인이기 이전에 인도적인 일을 많이 하시는 것 같아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같은 시각 종로구 효자동 청운주민센터 앞에서 농성 중인 세월호 유가족 5명도 교황 방한에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3~4시간밖에 못 잤다며 입을 뗀 안산 단원고 2학년1반 고(故) 김수진양의 아버지 김종기씨는 "교황은 낮은 자들을 사랑으로 품어주시는 분이라 들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보고를 한국 사제들을 통해 받는다고 하니 교황이 억울한 문제를 언급해주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이 늦어지니 참담함과 억울함, 분노가 합쳐진 심정"이라고 밝힌 김씨를 비롯한 청와대 앞 농성장의 유족 6명은 이날 교황이 방한하는 모습을 휴대폰 DMB로 지켜봤다.

한편으로는 지나친 기대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었다. 결국 세월호 문제를 푸는 것은 한국인 자신의 몫이라는 것이다. 안산 단원고 2학년7반 고(故) 김건호군의 아버지 김재민씨는 "교황이 온다고 잘 될지 모르겠다"면서 "정치인들이 이제까지 특별법에도 수사권 기소권을 빼고 진상규명에 소흘했는데 교황 방한이 이를 바꿀 수 있을까"라고 말했다.

정치권의 합의 실패로 다른 나라의 종교지도자에 기대야 하는 현실을 개탄하는 시민도 있었다. 광화문 농성장에서 만난 황모씨는 "정치권에서 특별법을 잘 해결해줬으면 교황에게 말씀드릴 이유도 없었을 텐데 아쉽다"고 지적했다.

한편 16일 시복미사 때 농성장 철거문제는 유가족 단식 농성장을 그대로 두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교황방한준비위원회가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제일 먼저 찾아가는 교황' 방한에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을 내쫓을 순 없다'며 강제퇴거 반대 입장을 분명히했기 때문이다. 유가족 측은 다만 교황의 퍼레이드를 보고 싶어하는 시민들의 입장을 고려해 유가족 단식농성장 양 옆 천막을 잠시 치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재연 기자 ukebida@asiae.co.kr
박준용 기자 juneyo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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