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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포럼]국립중앙과학관이 루브르가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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촤종배 국립중앙과학관장

촤종배 국립중앙과학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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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기구나 해외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사람은 경험한 적이 있을 것이다. 외국직원들 대부분은 여름, 또는 겨울에 거의 한 달씩 휴가를 간다. 1년간 쌓인 피로와 스트레스를 풀고 여가를 즐기기 위해 한적한 휴양지로 간다. 아니면, 미술관이나 박물관들을 섭렵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가. 휴양지보다는 주로 명소로 간다. 그곳에서 오래 머무르지도 않는다. 마치 지도에 점을 찍듯이 하루가 멀다 하고 이곳저곳으로 옮겨 다닌다. 눈도장에 사진 몇 장 남기는 것이 전부인데도 말이다. 그렇지만 루브르박물관 같은 명소라면 얘기가 다르다. 그저 점을 찍듯이 다니는 우리도 여러 번 방문하는 곳이다. 필자의 경우도 2차례 방문한 적이 있다. 기회가 있다면 몇 번이고 더 방문하고 싶다. 왜일까? '아직도 볼 게 있어서'가 아닐까? 몇 번을 방문해도 볼 게 있다니 이 얼마나 부러운 일인가. 대한민국에 그런 곳이 과연 몇 군데나 되는가?
하루 일정으로 다 소화하지 못하고 몇 날 며칠 계획을 세워 천천히 볼 수 있는 곳, 여유와 학습은 물론 삶을 되돌아볼 수 있는 곳을 우리는 얼마나 많이 가지고 있을까. 특히 과학 분야에 이르면 이런 시설을 찾아 볼 수 없다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21세기 창조 인재를 길러 내기 위한 목소리는 높은데 정작 사회적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하다.

미래의 대한민국은 과학꿈나무들에게 달려 있다. 글로벌 경쟁사회에서 꿈나무들에게 창의력을 길러주는 학교 밖 체험교육에 대한 투자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학교 밖 과학교육의 리더요, 창조경제를 이끌어 갈 과학인재 양성의 전진기지인 과학관, 특히 '국립중앙과학관'의 현실은 어떤가. 대한민국에 '국립'과 '중앙'이라는 이름을 공히 갖고 있는 기관이 여럿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국립중앙도서관, 국립중앙과학관, 국립중앙의료원 등이다.

대부분 서울에 있다. 유일하게 지방에 위치한 기관이 국립중앙과학관이다. 이공계 출연연구소가 모여 있는 대전의 대덕특구에서 시너지효과를 만들기 위해 1990년 대전에 둥지를 틀었다. 그러나 문제는 '국립중앙'임에도 불구하고 지방에 있다는 이유로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 인근에 있는 국립과천과학관보다 규모가 작고 예산이나 인력도 적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대한민국 대표 역할을 수행해야 할 '국립중앙'기관이 지방에 있다는 이유로 홀대받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이른 아침 호기심 어린 얼굴로 선생님의 뒤를 따라 과학관의 넓은 마당을 가로질러 걸어 들어오는 어린 꿈나무들을 바라볼 때 희망의 기쁨 너머로 아쉬움과 미안함이 밀려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노후화로 비가 새는 과학관, 수장고가 부족해서 귀중한 과학사물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과학관, 20년 전 전시물이 그대로 전시돼 있는 과학관, 2시간이면 볼거리가 바닥나는 과학관, 바로 그곳이 대한민국의 대표요, 중심인 국립중앙과학관의 속살이다.

과학을 직접 체험하고 늘 가까이 할 수 있는 시설이 부족하다 보니 어릴 적 과학 체험은 형식에 머물러 있다. 교과 과정으로만 과학을 접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아이들에게 '과학은 어렵고 재미없다'는 인상만 던져주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변해야 한다. 여러 가지 체험과 재미, 나아가 이를 통한 과학적 원리를 깨닫게 하는 '과학관'의 청사진을 마련해야 한다.

과연 언제쯤 과학관에서 "엄마! 다리가 아파서 다 못 보겠어요. 내일 또 오면 안 돼요?"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그래야 꿈나무들이 과학관에서 과학자가 되겠다는 꿈을 꾸고 삶을 통해 과학에 재미를 붙일 수 있다. 과학 꿈나무에 대한 투자를 게을리하고서야 어찌 밝은 미래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1인당 소득 100달러인 어려운 시절에 과감히 과학기술에 투자한 이유를 곰곰이 되짚어 봐야 한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최종배 국립중앙과학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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