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r_progress

아시아경제 최신 기획이슈

[교황방한]세상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교황의 소통법

최종수정 2014.08.11 09:07 기사입력 2014.08.11 08:56

댓글쓰기

'교황이 만나는 사람들'

[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프란치스코 교황은 14∼18일 방한 기간동안 각계 각층을 만난다. 교황은 낮은 곳에 임하며 가난하고 소외된 자들과 함께 해온 행보처럼 신도 및 사제 등은 물론 장애인, 위안부 할머니, 세월호 가족, 쌍용차 해고 노동자, 제주 강정마을 주민들, 경남 밀양 송전탑 관련자 등과 만나 대화와 소통을 나눈다. 이에 메시지 내용에 따라 한국 사회 의식 저변에 상당한 변화를 일으킬 전망이다.

이번 방한은 1984년, 1989년 요한 바오로 2세에 이어 세번째다. 교황 순방단은 국무원장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 인류복음화성 장관 페르난도 필로니 추기경 등 고위성직자 20여명을 비롯, 200여명의 대규모로 규모로 꾸려진다. 이번 방한에서 아시아청년대회와 서울 광화문광장 시복식 행사가 가장 주요한 일정이다. 아시아청년대회는 1999년 태국에서 1회 대회가 열렸으며 이번이 6회째다. 교황이 집전하는 시복식 행사는 매우 이례적이다. 교황이 시복식을 거행한 사례가 없고, 광장이라는 열린 공간에서 치뤄지는 것도 극히 드물다.
◇ 14일 청와대 예방 = 도착 첫날인 14일 교황이 만나는 사람은 정치인과 성직자들이다. 교황은 이날 10시30분 전세기편으로 서울공항을 통해 입국한다. 이어 교황은 청와대 인근 주한교황청대사관 들러 여정을 풀고 오후엔 청와대를 예방, 박근혜 대통령 및 주요 공직자들을 만난다. 교황이라는 지위의 성격은 두가지를 내포한다. 하나는 교회의 수장이며 다른 하나는 바티킨시국의 국가 수장이다. 바티칸시국은 엄연히 유엔에도 가입돼 있는 정식 국가다. 따라서 교황은 국가원수를 겸한다. 이번에 청와대의 초청도 받아들임으로써 국빈 성격을 갖는 이유다. 청와대 및 공직자들과의 만남은 정치적 성격을 띤 의례로 해석할 수 있다. 이어 교회 수장으로서 한국 주교단 등 사제들과 만난다.

◇ 15일 세월호 가족과의 만남 = 15일 오전 10시, 교황은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성모 승천 대축일 미사’에 참석, 세월호 유가족과 생존 학생들을 위로하고, 비공개 면담도 진행한다. 면담 자체가 비공개돼 실제 유가족과 주고 받은 내용이 나올 지는 미지수다. 교황방한준비위원회 관계자는 "면담 이후 교황청 대변인의 브리핑 형식으로 내용을 일부 공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며 "이 자리에서는 유가족을 위로하고 아픔을 나눌 것"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작년 10월 이탈리아 시칠리아 람페두사 섬 앞에서 아프리카 난민 350여명이 수장된 것과 관련, "이 세상의 극단적인 이기심과 물질 만능주의가 이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며 "오늘날 우리 사회가 만들어낸 참혹한 결과"라고 질타하기도 했다. 이어 지난 4월 한국에서도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것에 대해 슬픔과 아픔을 토로했다. 성모 승천대축일 식전 문화 행사에는 조수미, 인순이 등이 참여한다.
이어 대전 가톨릭대학교에서 '아시아청년들과의 오찬'을 갖는다. 교황은 오찬에서 인도, 방글라데시, 캄보디아 등 아시아 17개 나라 청년 대표 20여명들과 함께 식사를 나눈다. 이 자리에는 가수 보아도 참석한다. 보아는 아시아청년대회 홍보대사로 활동중이다. 최근 보아는 홍보영상 촬영 등을 아시아청년대회 홍보에 노력하고 있다. 청년대표는 영어 회화 가능자로 각 나라 교계에서 추천한 이들이다.

오후에는 한국 최초 사제인 김대건 신부의 생가터인 충남 당진 솔뫼성지에서 ‘제6회 아시아 청년대회’에 참석, 아시아 청년들을 만난다. 평소 프란치스코 교황은 청년들에 대한 관심이 각별하다. 교황의 해외 방문은 이번이 세번째다. 작년 7월 브라질에서 열린 세계청년대회에서 참석한 것을 비롯, 지난 5월 중동을 방문했다. 따라서 교황 해외 순방은 두번이 청년 행사다. 그만큼 청년들과의 만남을 중시하고 있다. 주로 청년들에게 주는 메시지는 '희망', '세상에 대한 개방된 삶', '도전' 등으로 요약된다. 특히 청년들에게 '도전하고 두려움을 떨치라", "결혼하라", "편협과 증오, 이기주의의 벽을 허물라", 쾌락에 도취되지 마라", "시류에 저항하라" 등을 주문한다.

더불어 청년들이 세상의 불의와 부정, 시류에 대항하는 것을 지지한다. 또한 수시로 양극화와 물질만능이 판치는 사회에서 직업도 없이 방황하는 청년들에게 용기와 희망의 말씀을 전한다. 즉 세상이 청년들의 삶을 보장하고, 존엄성을 지켜달라는 주문도 포함된다. 특히 마약과 소비 문화 등에 찌든 청년들에게 자기보다 더 큰 세상을 위해 가슴을 열기를 기도한다.

16일 오전 10시, 교황은 한국 천주교 최대 순교성지인 서소문 성지를 찾아 참배하고 광화문광장에서 진행되는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의 시복 미사를 집전한다. 이 행사는 30만여명의 신자들이 참석하는 대규모 행사다. 이 자리에는 1000명의 장애인이 특별 초청된다. 장애인들은 별도의 주차장과 검색대를 통해 행사장에서 들어온다. 또한 좌석도 제대와 가까운 곳에 위치, 교황과 눈을 마주치기 쉬운 장소에 마련될 정도로 세심한 배려가 돋보인다.

오후에는 충북 음성 꽃동네에서 장애인 및 연수원 수도사들을 만난다. 여기서는 장애인 시설인 '사랑의 연수원' 등을 둘러보고 장애인들의 고통을 나눈다. 교황은 부에노스 아이레스 대교구장 시절, 에이즈 환자의 발을 씻겨준 일화도 있다. 그런 점을 감안하면 특별한 이벤트도 예상된다. 꽃동네는 1976년 오웅진 신부가 설립한 장애인 사회복지시설로 교황 방문에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장애인 단체들은 “장애인의 대규모 시설 수용 탈피라는 사회적 흐름에 역행한다"며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 롬바르디 교황청 대변인은 "교회 기관에는 많은 문제가 있을 수 있으며, 다양한 의견이 있다는 걸 안다"며 "한국 천주교 측을 요청에 따라 장애인들과 만나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17일 오전 충남 서산 해미읍성에서 '아시아청년대회 폐막미사'를 갖고, 아시아지역 주교들을 만난다. 아시아 청년대회에는 총 23개 국가, 2000여명의 청년들과 4000여명의 한국 청년 신자들이 참석한다. 오후에는 서울 명동성당에서 7대 종단 지도자들을 만난다. 이 자리에서는 종교간 화합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프란치스코 교황 즉위식에는 무려 1000여년만에 처음으로 동방정교회의 지도자인 콘스탄티노플리스 총대주교 바르톨로메우스 1세가 참석하기도 했다. 교황은 추기경 시절부터 개신교, 동방정교회, 유대교 등은 물론 무신론자, 불가지론자 등 다양한 이들과 소통하고 이해와 존중의 태도를 보였다. 특히 폭넓은 개방성과 포용력으로 종교간 화합을 강조해 왔다. 7대 종단 지도자들과의 만남도 소통과 화합이 강조되는 자리로 볼 수 있다.

마지막 날인 18일에는 명동성당에서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를 집전한다. 교황은 이날 미사에서 세계 유일의 분단국인 한국에 평화의 메시지를 전한다. 당초 한국 천주교회는 이 자리에 북한 천주교 관계자 참석을 제안했지만 일정 상 불참한다는 통보를 받은 상태다. 그러나 방준위는 "마지막까지 참석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을 것"이라며 "아직은 시간이 있는 만큼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교황은 이 자리에서 남한과 북한의 화해를 촉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미사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와 더불어 쌍용차 해고자, 강정마을 주민, 밀양 송전탑 주민 등도 참석한다.애초에 평화미사에는 북한 측 가톨릭 신자들과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초청했다. 당초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 참석이 결정된 이후 천주교 정의평화위원회에서 쌍용자동차 해고자, 제주 강정마을과 밀양 송전탑 주민들의 참석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허영엽 방준위 대변인은 “미사의 성격이 평화와 화해를 기원하는 미사인 만큼 화해와 평화를 염원하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정신에 맞게 사회적 갈등을 겪는 사람들과 갈등 해소를 위해 노력하는 분들이 참석한다"고 밝혔다. 교황은 미사 집전을 마치고 오후 1시 서울공항서 전세기편으로 출국한다.

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간격처리를 위한 cla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