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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낱말의 습격]풍류란 무엇인가(120)

최종수정 2020.02.12 10:24 기사입력 2014.08.07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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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완주에 풍류학교를 설립할 준비를 하고 있는 임동창은 말한다.

"인간의 본성에는 하늘의 이치와 자연의 이치인 풍류성이 본디 들어있습니다. 풍류성을 깨어나게 해서 사느냐, 잠 든 상태로 사느냐 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풍류성이 안 깨어나면 불감증 인생을 살 수 밖에 없습니다. 풍류성을 깨우면 아름답고 건강하고 신명나게 살 수 있습니다. 우리의 음악 속에, 우리의 피 속에 절대자유의 에너지인 풍류가 녹아 있습니다. 제가 풀어낸 허튼 가락이라는 것도 풍류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틀에 박힌 박자를 허문 순수한 내면의 소리이며 즉흥의 소리이며 자유의 소리입니다. 사람의 몸과 마음은 직선으로 움직입니다. 직선활동은 에너지가 있어서 얻는 것이 많아 보이지만 사실은 아무 것도 내 손 안에 잡히지 않습니다. 곡선활동은 아무 것도 얻는 것이 없는 듯 하지만 단 하나도 내 손 안에 잡히지 않는 것이 없습니다. 보이는 것은 물이 흐르듯 잡고 보이지 않는 것은 바람이 불듯 잡는 것, 이것이 허튼 가락입니다. "

빈섬은 말한다.

"풍류도는 이 땅에서 오랫 동안 흘러내려온 철학이며 신념입니다. 천손(天孫, 하늘의 자손) 사상을 지닌 이 땅의 겨레붙이는 하늘이 가르쳐준 핵심 이치를 풍류로 삼았습니다. 풍류는 말 뜻 그대로 바람과 물입니다. 바람과 물이 지닌 본성(本性)이 하늘과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바람은 하늘과 땅 사이를 떠돌며 움직이는 것이며, 물 또한 지상을 흐르다가 다시 하늘로 올라가는 것입니다. 바람과 물이 지닌 본성은 무엇인가. 그것은 빈 곳을 향한 움직임입니다. 빈 곳이 있다는 것은 헐겁다는 뜻입니다. 헐거움이 만들어내는 미묘한 자연스러움이 바로 풍류도의 정신이 된 것입니다. 화랑들은 단군의 맥을 이은 고대국가에서 신과 통하는 무리들이었습니다. 천제(天祭)를 지내는 사람들이었죠. 그들이 나이 어린 꽃미남(花郞)과 꽃미녀로 구성되었던 것은, 신과 통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인간 대표로 선발되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화랑들은 하늘과 땅 사이에서 '노는 사람'이었습니다. 신인(神人)의 지위를 지녔기에, 왕권도 그들을 존중하였습니다. 화랑의 교육 현장이 '풍류학교'가 된 까닭은, '노는 정신'이 자율성과 창의성, 자존감과 전략 마인드, 리더십 양성에 최고의 모토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지리산에서 태백산, 금강산까지 무리를 지어 몰려다니며 MT 수련을 했습니다. 그 노는 정신이 아름다운 인격체와 강한 전사(戰士)를 만들어냅니다. '놀다'라는 개념을 설명할 때, 나사의 비유를 많이 씁니다. 암나사와 수나사가 꽉 맞물려 있을 때는 강하지만 움직임이 생길 수 없습니다. 나사가 적절하게 풀릴 때 우리는 그것을 '나사가 논다'라고 합니다. 이 유격(遊隔)이 바로, 인간을 창발적으로 만드는 풍류의 헐거움입니다. 임동창선생이 말한 곡선활동이나, 허튼 가락은 바로 '자연의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비밀을 포착한 표현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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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국 편집에디터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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