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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경선 칼럼]'아름다운 나눠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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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후면 '7ㆍ30 재ㆍ보궐 선거'다. 재ㆍ보선으로는 역대 최대인 15개 지역이 대상이다. 서울 동작을, 부산 해운대ㆍ기장갑, 광주 광산을, 경기 수원을ㆍ병ㆍ정, 충북 충주, 전남 순천ㆍ곡성 등 전국에 고루 걸쳐 있다. '미니 총선'이라 불릴 만하다. 박근혜정부 중간 평가, 세월호 심판론의 성격도 띠고 있다. 결과에 따라선 여대야소(與大野小)가 깨질 수도 있다. 정국 주도권의 향배를 가를 분수령이다. 여야 지도부가 선거전에 당력을 쏟아붓는 이유다.

총력전을 펼치는 데는 다른 이유도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대표로서 처음 치르는 선거다. 공천을 주도하지 않아 패배해도 책임론에 시달리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김 대표 체제 연착륙에는 좋은 출발이 아니다. 현재 147석으로 4석 이상을 얻지 못하면 원내 과반이 무너지는 점도 부담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사정이 더 심각하다. 김한길ㆍ안철수 공동대표 체제는 '6ㆍ4 지방선거'에서 고전했다. 이번에도 지면 자리를 보전하기 어려워진다.
지나치게 승부에 집착하면 무리수를 두기 마련이다. 후보자 공천이 그렇다. 정치권은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를 '망사(亡事)'라고 비난해왔다. 욕하면서 배운다든가, 원칙 없는 독선이 판을 쳤다. 지도부와 계파의 이해관계에 따라 하향식, 돌려막기, 뜨내기 공천이 이뤄졌다. 당선 가능성이 큰 후보를 찾는 건 당연하다. 그렇다고 그것이 밀실공천, 낙하산공천의 명분이 될 순 없다.

새누리당은 올 초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겠다며 당헌ㆍ당규에 국민참여 상향식 후보 경선을 명문화했다. 헛말이 돼버렸다. 동작을을 보자. 한사코 고사하는 김문수 전 경기지사를 쫓아다니더니 막판에 나경원 전 의원을 '꽂았다'. 평택을에 나서려던 임태희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평택엔 연고가 없어 적합하지 않다며 수원정으로 보낸 것도 그렇다. 그는 수원에도 연고가 없다. 김 전 지사나 나 전 의원도 동작을과 인연이 없기는 매 한가지다.

새정치연합은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 않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측근인 기동민 전 서울시 부시장을 난데없이 동작을에 전략공천했다. 그는 애초 광주 광산을에 선거사무실을 열었다. 대신 광산을엔 18대 대선 때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 수사의 외압 의혹을 폭로한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을 내려보냈다. 김두관 전 경남지사의 경기 김포 출마도 뜬금없다.
하이라이트는 정의당과의 '아름다운 연대' 혹은 '후보자 나눠먹기'다. 동작을 기 후보는 24일 노회찬 정의당 후보와 단일화를 선언하며 후보직을 사퇴했다. 그러자 약속이나 한 듯 경기 수원병ㆍ정에서 정의당 이정미, 천호선 후보가 줄줄이 물러났다. 두 당이 후보자를 2대 1로 맞거래 한 셈이다.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중요한 건 후보들의 뜻"이라며 '당대 당 연대는 없다'던 원칙을 뒤집었다.

선거 승리를 위해 정치세력 간 연대는 있을 수 있다. 중요한 건 명분이다. 합당이나 당대 당 정책연합 등은 명분이 있다. 선거를 코앞에 두고 이념과 가치, 정책과 비전의 공유가 아닌 무조건적인 반박근혜, 반새누리당을 앞세운 후보 단일화는 다르다. 야합으로 비친다. 손학규 후보가 "연대 자체를 부정해선 안 되지만 목전의 이익만을 위해 나눠먹기식으로 하는 것은 문제"라고 한 게 그 방증이다. 새정치도 민주도 사라지고 연합만 남은 격이다.

하향식 밀실공천에 정치적 야합 등 구태로 일관한 여야다. 이런 식으로 해서 상대 당보다 의석 몇 자리를 더 얻는다고 한들 국민이 흔쾌히 이겼다고 박수를 쳐주겠는가. 그들이 말하는 새 세상도, 새 정치도 국민 보기엔 다 입에 발린 소리다. 당선자 수와 관계없이 둘 다 이미 진 것이나 다를 바 없다.





어경선 논설위원 euhk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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