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력전을 펼치는 데는 다른 이유도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대표로서 처음 치르는 선거다. 공천을 주도하지 않아 패배해도 책임론에 시달리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김 대표 체제 연착륙에는 좋은 출발이 아니다. 현재 147석으로 4석 이상을 얻지 못하면 원내 과반이 무너지는 점도 부담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사정이 더 심각하다. 김한길ㆍ안철수 공동대표 체제는 '6ㆍ4 지방선거'에서 고전했다. 이번에도 지면 자리를 보전하기 어려워진다.
새누리당은 올 초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겠다며 당헌ㆍ당규에 국민참여 상향식 후보 경선을 명문화했다. 헛말이 돼버렸다. 동작을을 보자. 한사코 고사하는 김문수 전 경기지사를 쫓아다니더니 막판에 나경원 전 의원을 '꽂았다'. 평택을에 나서려던 임태희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평택엔 연고가 없어 적합하지 않다며 수원정으로 보낸 것도 그렇다. 그는 수원에도 연고가 없다. 김 전 지사나 나 전 의원도 동작을과 인연이 없기는 매 한가지다.
새정치연합은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 않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측근인 기동민 전 서울시 부시장을 난데없이 동작을에 전략공천했다. 그는 애초 광주 광산을에 선거사무실을 열었다. 대신 광산을엔 18대 대선 때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 수사의 외압 의혹을 폭로한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을 내려보냈다. 김두관 전 경남지사의 경기 김포 출마도 뜬금없다.
선거 승리를 위해 정치세력 간 연대는 있을 수 있다. 중요한 건 명분이다. 합당이나 당대 당 정책연합 등은 명분이 있다. 선거를 코앞에 두고 이념과 가치, 정책과 비전의 공유가 아닌 무조건적인 반박근혜, 반새누리당을 앞세운 후보 단일화는 다르다. 야합으로 비친다. 손학규 후보가 "연대 자체를 부정해선 안 되지만 목전의 이익만을 위해 나눠먹기식으로 하는 것은 문제"라고 한 게 그 방증이다. 새정치도 민주도 사라지고 연합만 남은 격이다.
하향식 밀실공천에 정치적 야합 등 구태로 일관한 여야다. 이런 식으로 해서 상대 당보다 의석 몇 자리를 더 얻는다고 한들 국민이 흔쾌히 이겼다고 박수를 쳐주겠는가. 그들이 말하는 새 세상도, 새 정치도 국민 보기엔 다 입에 발린 소리다. 당선자 수와 관계없이 둘 다 이미 진 것이나 다를 바 없다.
어경선 논설위원 euhk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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