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지어 "저 큰 배가 뒤집혔는데, 사망자가 없는 게 이상하다. 어딘가에는 한두 명 못 빠져 나왔을 수도 있다"는 '망발'까지 내뱉었다. 이날 점심때까지 그렇게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중대본의 분위기는 안이했다.
얼마 후 나는 진도로 내려가는 고속버스에 몸을 실었고, 마치 거대한 영안실ㆍ장례식장과 같은 분위기인 팽목항ㆍ진도체육관에서 취재를 했다. 이때만 해도 이른바 '에어포켓'설을 어느 정도 믿었다. 최소한 몇 명이라도 구조하길 빌었다. 그래야 죄책감도 일부나마 덜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3~4일째 되던 날, 내용 없는 범정부대책본부의 브리핑을 참다 못해 "잠수해서 수색 중이면 선내 생존자들의 구조 신호가 들렸을 수도 있는데, 포착했냐?"고 물었다. "구조 신호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다 죽었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그 분노는 여태 사그라들지 않은 채 타오르고 있다. 안일했던 나 자신에 대한 죄의식도 여태 마음을 짓누르고 있다.
세월호 참사를 접하는 우리 국민들의 마음이 대부분 이렇지 않을까? 사고를 만들어 낸 온갖 문제점들에 대한 사회적 반성과 죄의식, 가라앉은 배에서 아무도 구출해내지 못한 것에 대한 자책감ㆍ책망ㆍ분노,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다짐 등을 등에 지고 우리 국민들은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많은가보다. 소수의 '정신적 문제가 있는', 예컨대 소시오패스같은 이들만 그럴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집권 여당의 주요 간부들은 물론 일반 시민들 중에서도 많은 것 같다. 이들에게 세월호 참사는 '교통사고'에 지나지 않는다. 진상규명을 요구했더니 '돈으로 해결하겠다'는 식의 특별법을 내놓고선 뒷짐을 지고 있다. 단식 농성 중인 유가족들을 향해 막말과 망동을 서슴치 않는다.
묻고 싶다. 도대체 얼마나 더 많은 목숨을 잃어야 하는가? 300여명의 목숨값이 고작 이정도인가? 300여명이면 충분할 줄, 아니 차고 넘칠 줄 알았던 내 생각은 착각이었다. 이것 또한 반성한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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