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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초대석]"공적역할 강화되면 감정평가시장서 손 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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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종대 한국감정원장
녹색건축인증·리츠 감독 평가 등으로 수익 창출
부동산 조사·통계 등 공공기관 책임 강화

[아시아초대석]"공적역할 강화되면 감정평가시장서 손 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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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소민호 건설부동산부장, 정리=이민찬 기자, 사진=윤동주 기자]감정평가 시장이 어느 때보다 시끄럽다. 최고급 민간임대아파트인 '한남더힐'의 분양전환 감정가가 감정평가법인간 최대 3배 가까이 벌어지면서 촉발된 '고무줄 분양가' 논란이 확산된 때문이다. 관련법 개정을 앞두고 업계의 해묵은 갈등이 표출되면서 '밥그릇 싸움'이라는 국민의 비난에 직면해 있다.

지난 3월 취임한 서종대 한국감정원 원장은 그 논란의 한복판에 서 있다. 지난주 서울 역삼동 한국감정원 강남지사에서 만난 서 원장은 그런데도 말을 아꼈다. 감정평가 업계의 '뜨거운 감자'여서 누구보다 관심이 높고 할 말이 많겠으나 손사래부터 쳤다. 그는 "그 사안은 국토교통부가 결정할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평소 거침없이 소신을 밝히기로 유명한 서 원장의 스타일과 어울리지 않게 조심스런 입장을 보인 것은 이제 공이 국토부로 넘어간 데다 협회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는 등 예민한 시기라는 이유에서다.
대신 그는 다른 사안들에 대해서는 가감 없이, 분명한 어조로 답변을 이어갔다. 19대 후반기 국회가 개원하며 더욱 일정이 바빠졌다면서도 구체적으로 수치까지 예를 들어가며 설명해 보였다. 국회 개원이 중요해진 것은 2010년 정부가 내놓은 '감정평가 시장 선진화 방안'에 따라 감정원이 민간 영역을 줄이고 공적영역을 강화해야 해서다. 업계 내부에서는 이에 대해 여전히 이견이 존재한다. 이로 인해 입법이 지연돼 감정원과 한국감정평가협회간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서 원장은 인터뷰 내내 공공기관으로서의 책임과 희생을 강조했다.

그는 "입법이 잘 마무리 되면 현재 감정원이 하고 있는 200억원 규모의 민간감정평가 시장에서 완전히 손을 떼겠다"고 선언했다. 2011년에도 130억원의 손실을 감수하고 경·공매 시장에서도 빠진 적이 있다는 게 서 원장의 설명이다. 그는 "업계에 감정원이 희생하는 모습을 먼저 보이겠다"며 "다만 국가재정이 투입되는 보상은 감정원이 참여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했다.

업계 내에서 "말로만 민간시장 포기"라고 비판하는 것을 의식한 듯 대안이 분명하게 있다는 것도 강조했다. 감정원의 주수입원인 감정평가 시장에서 손을 뗀 이후 수익사업 대안으로는 '신사업'을 지목했다. '녹색건축 인증', '건축물 에너지효율등급 인증', '리츠(REITs) 감독·평가' 등이 대표적이다.
"올해 녹색건축 인증으로 20억원, 리츠 심사로 1억5000만원 정도의 수익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지금은 규모가 작지만 수익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서 원장은 보고 있다. 앞으로 리츠 시장이 커지면 감독을 강화해야 하는 상황이기도 하다. 이에 감정원은 금융감독원의 감독규정을 참조해 리츠감독규정을 새로 만들어 국토부와 협의 중이다. 서 원장은 "앞으로 금감원처럼 상시적으로 들여다 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시급한 일은 법안 개정이다. 현재 국회에는 감정원 뿐 아니라 감정평가 업계와 직결되는 '부동산 가격 공시 및 감정평가에 관한 법률(부감법)', '감정평가사법', '한국감정원법' 등 9개의 법률 제·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감정원과 협회 모두 여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감정원은 기관의 근거법을 마련하고 감정평가 감독업무를 맡는 등 공적역할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협회는 이른바 '선수심판론'을 제기하며 이에 반대하고 있다.

서 원장은 이에 대해 "'한남더힐' 문제 등을 계기로 국회에서도 감정원이 공적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 대해 긍정적으로 봐주시는 것 같다"며 "감정원은 국민을 위해 일하는 공공기관이기에 이 부분을 열심히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입법이 마무리되면 협회에서도 탈퇴하고 공공기관의 역할에 전념하겠다"고 선언했다.

감정원은 지난해 공적역할 강화의 일환으로 조사·평가·통계업무를 본격화했다. 전국의 아파트 가격 동향 등 각종 통계를 매주 생산하고 있다.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업무 초기 단계에서 통계 방법 등에 대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서 원장은 "현재 주간 가격 동향을 생산하는 통계 표본이 6000여개인데, 적다는 문제제기였다"며 "이 같은 지적을 받아들여 표본을 확대하기 위한 고민을 했다"고 했다.

그런데 국토부가 실시한 용역 결과 현재 통계의 표본에 대해 충분하다(문제가 없다)는 답변이 왔다고 했다. "전수조사를 하지 않는 이상 통계라는 것은 항상 논쟁거리를 갖고 있다"는 서 원장은 "대신 앞으로 통계 표본을 수시로 빠르게 교체하고 일선 중개업소와의 협력체계를 강화해 통계의 신뢰를 높여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세금과 직결되는 부동산 가격 공시제도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이에 대해선 현재 국토부가 용역을 발주해 진행 중이다. 정부가 약 418억원의 세금을 투입해 매년 진행하는 가격공시제도 방식의 변경은 업계에선 민감한 사안이다. 일선 감정평가법인의 고정적인 사업 물량이어서 일정한 수익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서 원장은 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현행 부동산 공시제도의 틀은 1989년 만들어진 이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그 동안 표준지공시지가와 실거래가 등 1800만개의 사례가 축적돼 있다. 이를 잘 활용하면 공시가격의 정확성을 높이고 예산은 줄일 수 있다. 국민권익위원회에서도 2008년 이를 상시관리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통계 전문가들이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기준을 만들고 감정평가사들이 현장에서 확인하는 방법 등을 고려해볼 만하다."

한편 공공기관의 부채 문제가 뜨거운 가운데 감정원 노사는 지난달 복리후생비 축소 등 공공기관 정상화 방안 17개항 전체를 개선하는데 합의했다. 과거 감정원 노조를 떠올리면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기관장의 의지와 노조의 성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최근 감정원이 축소돼 왔다. 이 때문에 앞으로 임기 내에 공적영역 강화 확실히 추진하겠다는 비전 노조에 제시했다. 구내식당 매일 찾아가 이런저런 지적을 했더니 직원들의 만족도가 30%에서 70%로 높아졌다. 사소한 부분이지만 신뢰가 쌓이는 것 같다."

상호 신뢰가 기반이 돼야 공공기관의 거듭나기가 성공할 수 있다는 얘기다. 서 원장은 "노조도 거시적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있다"면서 꼭 필요한 파트너로서의 인식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
윤동주 기자 doso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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