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미국이 순채무국으로 전락하면서 가치저장 수단으로서의 달러의 위치가 흔들리자 중국 위안화가 달러화를 대신하는 기축통화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던 것을 기억하는가.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역설적으로 달러는 다시 강세로 전환됐고, 위안화가 기축통화 역할을 하리라는 논의는 더 이상 나오지 않고 있다. 또 미국이 순순히 기축통화 지위를 포기하지도 않을 것이다.
단기적으로만 보면 중국의 위안화 시장 국내 개설은 장단점이 혼재돼 있다. 중국과 무역거래를 하면서 결제통화가 달러 이외 통화로 다변화되고 환전 수수료가 절감되는 효과가 있는 반면 위안화 보유에 따른 새로운 환리스크가 발생하고 수상한 돈들이 중국에서 한국으로 유입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주목해야 할 점은 위안화가 아시아 시장에서 기축통화로 자리 잡는 데 대한 대책이다. 위안화가 아시아 시장에서 기축통화가 된다는 것은 무역결제와 각국의 주된 지불준비자산이 위안화로 이뤄진다는 것이며 중국에 '과도한 경제적 특전(exorbitant privilege)'이 집중된다는 뜻이다.
위안화가 아시아 시장에서 기축통화가 된다는 것은 다시 말하면 우리나라가 상품을 중국에 수출하고 아세안 국가들이 원자재를 중국에 공급해봐야 중국으로선 위안화를 더 찍어내는 것에 불과하며 그나마도 벌어들인 위안화로 중국 국채를 사는 '과도한 특전'을 중국에 허용한다는 뜻인 것이다.
한 나라의 통화가 기축통화가 되기 위한 핵심은 첫째 강력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해야 하고, 둘째 지속적으로 무역적자를 내야 한다. 일본 엔화가 아시아 기축통화로 자리 잡는 데 실패한 원인은 일본이 아시아 국가들을 상대로 계속 무역흑자를 냈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국은 서방 세계에 대해선 무역흑자이지만 한국 등 아시아 국가에는 장기적 무역적자를 내고 있기 때문에 아시아 시장에서 기축통화가 되기 위한 기본적인 필요충분조건은 충족하고 있는 셈이다. 중국 위안화 직거래 시장 신설을 계기로 위안화의 기축통화 전략에 대해 한국 경제가 직면하게 될 여러 가지 영향을 신중하게 분석하고 장기적 로드맵을 작성하며 대처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홍은주 한양사이버대 경제금융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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