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하이데거도 존경한 '홍익정신'…재독한인 정체성 되찾아야"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최완 21세기한민족문화포럼 대표…한-독 교류로 어깨 다독인다

[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1960~70년대 모국의 경제 성장과 근대화를 위한 '산업전사'로 이국으로 떠난 사람들. 당시만 해도 낯설고 먼 나라, 독일로 파견된 2만여명의 광부와 간호사다. 3년의 고된 노동이 끝나면 귀국해야 했지만, 한국에서의 삶이 더 나을 거란 보장은 없었다. 일부는 서독에 남거나 주변국으로 이민을 택했다. 약 5만명으로 늘어난 재독동포의 위상은 세대를 거듭하면서 개선되고 있지만, 한민족으로서의 정체성과 공동체의식은 갈수록 흐릿해지고 있다.

"독일 이주 한인 2, 3세들이 대부분 한민족의 피가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부끄러워하고 감추려는 경향이 있어요. 이들이 우리 고유의 정신문화와 철학을 이어받아 한국인으로서 정체성을 찾고 자부심을 느꼈으면 합니다."
2일 서울 안국동에서 만난 최완 21세기한민족문화포럼 대표(72)의 말이다. 21세기한민족문화포럼은 재독동포를 대상으로 한민족의 정신문화 계승과 정체성 함양 운동을 펼치고, 한ㆍ독간 인적교류를 하기 위해 2012년 설립됐다. 최 대표는 단체의 활동에 힘을 실어줄 각계각층의 지원자를 찾기 위해 3주간 방한 중이다.

최 대표는 "차세대 재독동포은 부모들의 높은 교육열과 무상교육 시스템 덕분에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을 가진 이들도 많고 사회적 지위도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2, 3세들이 사회생활 10여년 후에는 외국인이란 이유로 진급에서 소외되는 차별대우를 겪는 등 어려운 고비가 닥칠 것"이라고 그는 내다봤다. 이어 한글과 한민족의 역사, 문화를 아는 것이 국제무대에서 경쟁할 자신만의 무기가 된다는 사실을 젊은 재독동포들이 알아야한다고 강조했다. "독일의 철학자 하이데거도 생전에 단군의 홍익인간 정신을 언급하며 '동양사상의 종주국인 한국인을 존경한다'고 말했어요. 이러한 전통철학을 이어받은 차세대 재독동포들이 앞으로 세계를 리드할 인재가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최 대표는 이번 한국 방문을 통해 일련의 성과를 거뒀다. 김영수 전 문화공보부 장관을 고문으로 추대했고, 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 회장은 내년께 전통문화공연단을 꾸려 독일에서 동포 위문공연을 하기로 약속했다. 최 대표는 조규형 재외동포재단 이사장에게도 지원을 요청해 공감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최 대표 역시 29살에 지인의 권유로 독일로 건너가 에린(Erin) 광산에서 땀 흘린 파독광부였다. 지하 1000m 깊이에서 체감온도 40℃를 견뎌야 하는 혹독한 노동은 계속됐다. 그렇게 1년여 지난 무렵 그의 운명을 바꾼 결정적 사건이 일어났다. 업무 도중 커다란 바위가 그를 향해 굴러왔다. 다행히 구사일생했지만 바위가 스치면서 갈가리 찢긴 셔츠를 보며 간담이 서늘해졌다. '난 노동할 운명이 아니구나' 그는 일을 관두고 진로를 바꿔 현지에서 독일어 공부를 시작해 대학에도 입학했다.

이후 그는 프랑크프루트 인근에 위치한 비스바덴에서 한글학교에서 교장을 6년간 역임하고, 지역 한인회장을 맡으며 한인사회에 몸을 던졌다. 지난해 10월에는 한독 수교 130주년을 맞아 쾨니히슈타인시와 함께 아리랑 등 전통음악과 서양의 클래식 음악이 조화를 이룬 공연을 무대를 세워 성황리에 마쳤다.

향후 그는 재독동포들이 허심탄회하게 대화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열고, 한국과 독일 젊은이들이 교류하는 자리를 마련할 계획이다. 그는 "차세대들의 미래에 힘을 실어줄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며 "우리의 유수한 인재들이 한민족의 얼과 자부심으로 무장해 세계 어디서든 당당해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이슈 PICK

  • 6년 만에 솔로 데뷔…(여자)아이들 우기, 앨범 선주문 50만장 "편파방송으로 명예훼손" 어트랙트, SBS '그알' 제작진 고소 강릉 해안도로에 정체모를 빨간색 외제차…"여기서 사진 찍으라고?"

    #국내이슈

  • 美대학 ‘친팔 시위’ 격화…네타냐후 “반유대주의 폭동” "죽음이 아니라 자유 위한 것"…전신마비 변호사 페루서 첫 안락사 "푸바오 잘 지내요" 영상 또 공개…공식 데뷔 빨라지나

    #해외이슈

  • [포토] 정교한 3D 프린팅의 세계 [포토] '그날의 기억' [이미지 다이어리] 그곳에 목련이 필 줄 알았다.

    #포토PICK

  • "쓰임새는 고객이 정한다" 현대차가 제시하는 미래 상용차 미리보니 매끈한 뒤태로 600㎞ 달린다…쿠페형 폴스타4 6월 출시 마지막 V10 내연기관 람보르기니…'우라칸STJ' 출시

    #CAR라이프

  • '뉴진스의 창조주' 민희진 대표는 누구[뉴스속 인물] [뉴스속 용어]뉴스페이스 신호탄, '초소형 군집위성' [뉴스속 용어]日 정치인 '야스쿠니신사' 집단 참배…한·중 항의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