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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육, 침몰 직전 골든타임에 회복계기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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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교육감 시대…'원조'였던 곽노현을 밀착인터뷰하다

[아시아경제 이명재 사회문화부장] 6ㆍ4 지방선거의 가장 주목할 만한 특징은 진보 교육감의 대거 당선이었다. 진보교육감들의 약진을 다른 누구보다 기뻐했던 이들이 있다면 그 중 한 사람은 1기 진보 교육감의 한 축을 이끌었던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이다.

강연, 저술 활동과 함께 팩트TV '곽노현의 나비프로젝트'를 통해 자신의 교육철학과 개혁구상들을 활발히 전파하고 있는 그는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진보교육감들이 공교육 혁신에서 얻은 성과를 인정받은 것"이라면서 "한국 교육이 침몰 직전의 골든타임 복원력을 회복할 수 있는 계기를 맞았다"고 평가했다.
"세월호 아이들에게 시민들이 보냈던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다짐이 교육감 표준의 교체로 드러났다. 썩고 낡은 교육 패러다임을 바꾸는 일에 시민들이 팔을 걷어붙인 것이다. 진보 교육감 1기에 대한 후한 평가와 교육마피아에 대한 혐오의 산물이다"

그는 진보교육감들의 당선을 환영하면서 "내가 물러난 이후 혁신 정책의 퇴행과 중단을 볼 때마다 마음앓이가 심했던 나로서는 비로소 서울교사들과 학부모에 대한 마음의 짐을 좀 덜 수 있었다"면서 "내가 선보였던 교육정책과 교육행정의 새 표준이 징검다리로 쓰이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징검다리'라는 말에 자신의 교육감시절 성취와 한계에 대한 자부심과 아쉬움이 집약돼 있다. 마침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나온 그의 '교육혁신 701일간의 기록', 진지하게 교육 표준을 구상하고 모색ㆍ실천했던 정직한 기록, 안간힘을 다했던 기록에 '징검다리 교육감'이라는 제목이 붙은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내가 낸 길은 탄탄대로가 아니라 삐뚤삐뚤하고 듬성듬성한 징검다리 정도였다. 누군가 그 징검다리를 딛고서 공교육의 새 표준을 완성시키기를 기대한다."

이 책에서 그는 만악의 뿌리인 인성 없는 교육, 교실까지 옥죄고 있는 관료제의 폐해를 '오체불만족'의 교육현실로 고발한다. 그 같은 교육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자신이 내세웠던 '공교육의 새 표준'의 내용들 즉 문ㆍ예ㆍ체 교육, 체벌금지, 학생인권, 친환경 무상급식, 중학생 진로체험교육, 특성화고 개선, 방과후 학교, 장애학생 통합교육 등을 위한 약 2년간의 노력을 서술하고 있다. 그는 문ㆍ예ㆍ체 교육 강화든 진로 체험교육 활성화든 체벌금지와 학생인권 존중이든 자신의 교육혁신의 궁극은 '학생이 행복한 교육'이었다고 토로한다.

그는 또 교육행정의 변화가 얼마나 우리의 교육현실을 역동적인 것으로 바꿔놓을 수 있는지를 제시하고자 했다. 예컨대 '중식지원비율'에서 교육격차 해소의 매직 넘버를 발견한 것, 온라인 학생행복도 조사로 어린이들 자신이 교육의 주체라는 것을 경험케 한 것은 교육에 대한 깊은 고민과 열정이 얼마나 교육행정을 역동적인 것으로 바꿔놓을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지난 9일 만난 곽 전 교육감과 나눈 얘기는 그의 전방위적 교육혁신 작업에 대한 회고를 넘어서 2기 진보교육감이 펼쳐보일 교육혁신을 위한 매뉴얼, 개혁동학에 관한 시론이었다.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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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교육감 시대의 개막을 가져온 요인은 무엇이라고 보시는가.
▲진보 교육감 시절 전면적 학교 혁신이 성공하는 것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학교 문화 패러다임의 변화, 친환경 무상급식, 반부패 등에서 진보교육감 지역이 뚜렷한 성과를 보였기 때문이다.

-진보교육감의 대거 당선은 한편으로는 기회이자 한편으로는 무거운 부담을 지운 것이라고 해야 할 듯한데.
▲이제 진보 교육감들이 명실상부하게 한국의 학교 교육에 대해 책임을 지게 됐다. 전국 초ㆍ중ㆍ고생의 85%의 교육을 맡게 된 이들 진보교육감들은 교육의 변화에 대한 열망을 실천으로 보여야 할 책무를 갖게 됐다.

곽 전 교육감은 "그러나 교육은 급격한 변화가 쉽지 않은 분야"라면서 "한편으로는 점진적이면서도 뚜렷한 변화, 돌이킬 수 없는 변화를 이끌어내야 할 책무라는 점에서 쉽지 않은 과제"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므로 시민 직선 교육감은 교육전문가는 물론 행정전문가, 민주소통전문가라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진보 교육감의 성과를 평가할 수 있는 첫 번째 테스트가 내년의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일 수 있다면서 "PISA에서 한국 학생들은 늘 학업성적은 1등이지만 지적 흥미도는 최하위권인 상처뿐인 영광에 머무르고 있는데 이를 1년 만에 조금이라도 치유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감들에게 특히 무엇을 주문하고 싶은가.
▲진보교육감의 성공은 철저하게 현장 교사의 공감과 협력을 얼마나 이끌어 내느냐에 달렸다. 교육의 실천주체이자 실천현장은 학교이고 교육활동의 주체는 교사다. 그런 교사가 교육업무가 아닌 행정업무에 치여 행정업무 담당자로 전락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아이들과 뒹구는 현장 교사가 교육의 영혼, 심장, 몸통이라는 것이다. 교육을 바꾸려면 그 영혼과 심장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그러자면 교사들이 개혁의 대상이 아닌 주체가 돼야 한다.

그가 보기에 한국의 교사들은 이중적 존재다. '세계의 교사들 중 가장 우수하면서도 가장 불행하고 존경받지 못하는 집단'이다.

"그 이중적 현실을 바꿔야 한다. 그러려면 교사들이 그런 처지에 놓이게 된 제도와 구조를 바꿔야 한다. 그리고 그 작업은 교사들의 공감 위에서 교사들의 각성을 이끌어내면서 점진적 실험주의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 무엇보다 교사들의 잠재력을 믿어야 한다. 이번 세월호에서도 가장 믿음직하고 책임감이 강한 면모를 보여준 건 선생님들이 아니었던가."

그는 "교육 개혁은 철저하게 현장 중심, 평교사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 교사들의 집단지성을 꿈틀거리게 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것은 결국 관료제의 추방과 잇닿아 있다.

"학교를 지배하고 있는 관료제의 사슬을 완화시키는 것이 교육개혁의 알파요 오메가다. 관료제에 가장 시달리는 것이 교사들이다. 관료제 속에서 전문직으로서의 자부심과 긍지를 잃고 있다. 교사들은 처음에 아파하다가 포기하면서 거기에 길들여져 있다. 교육감은 그 관료제를 깨트릴 수 있는 민주적 대표자로서의 소명을 다해야 한다."

그는 "교사들을 살아나게 하는 교육감의 역할은 교원 업무의 정상화에서 시작된다"고 말했다.

"교육의 재탄생은 학교의 재탄생을, 학교의 재탄생은 교장의 재탄생을 의미한다. 진보교육감의 으뜸 역할은 교장의 역할과 학교의 작동원리를 바꾸는 데 있다. 이걸 해내려면 교사들의 공감과 협력이 필수다. 그래서 교원업무 정상화가 최우선이다. 교육 시스템의 전반적 변화는 무엇보다 교육에 대한 교무행정 우월주의, 본말이 전도된 학교 현실을 정상화하는 데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이렇게 학교를 전면적으로 재구조화하는 작업의 실험이 혁신학교에서 펼쳐졌다고 그는 설명했다.

"혁신학교의 목표는 교장의 민주적 리더십, 교사들의 집단지성과 책임감, 학생들의 자율과 책임이다. 혁신학교는 이것을 모색하고 실천하는 학교다. 이번 선거에서 진보교육감의 대약진은 1기 진보교육감들의 학교혁신과 혁신학교의 승리다."

-그러나 물러난 뒤 서울의 혁신학교는 크게 후퇴했지 않았던가.
▲아니다. 사실 별로 후퇴하지 않았다. 교사들의 자각에 의해 탄탄히 자리 잡은 혁신학교들은 외부 환경에 별로 영향을 받지 않는다. 학부모들이 좋아하고 아이들의 눈빛이 살아 있는 혁신학교는 좀처럼 후퇴하지 않는다. 혁신이 성공했기 때문에 후퇴하지 않은 것이다.

그는 "이제 문제는 혁신학교의 성공 여부가 아니다. 이미 혁신학교는 성공했다. 이제 궁금한 것은 학교 혁신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 라는 것이다. 혁신에는 끝이 없다. 필요한 것은 혁신의 혁신이며 혁신의 심화다. 혁신학교를 어디까지 혁신할 수 있을 것인가. 그건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에게 학교 혁신은 곧 사회를 바꾸는 일이다.

"학교는 20년 후의 우리 사회를 만들어 내는 곳이다. 공교육이 권력에 대한 복종과 정답에 대한 확신을 주입하는 이상 민주주의는 미래가 어둡다. 민주주의는 보통사람들의 집단지성을 깨워내 자율적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진보교육감은 학교민주주의로 민주주의의 미래를 살린다. 혁신학교는 그 민주주의의 교육장이다."

그는 그러므로 교육감들에게 그 권능과 역할에 대해 넓은 시야와 정책적 상상력을 가질 것을 주문했다. 그가 '징검다리 교육감'에서 결론처럼 제시한 교육개혁 10계명의 제10계에 '마을이 학교다'고 선언한 것은 자신이 시도했던 '교육혁신지구' 실험에서처럼 교육을 위해서는 범사회적 관심과 자원의 총동원이 필요하며 교육행정은 지역 및 전 사회의 참여와 협력을 끌어내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개혁 만능주의도 교육개혁 허무주의도 아닌 전면적이고 시스템적인 개혁을 전사회적 공감과 협력을 얻어 추진해야 한다. 기존의 사유방식과 업무방식, 운동방식을 포함해 최대한 진지하고 집요하게 교육불가능 시대를 끝장낼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명재 사회문화부장 promes@asiae.co.kr
사진=최우창 기자 smic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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