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과 냉정 사이…<사내연예 10계명>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마시는 물에 손 씻지 말라"


김모 과장(33, 여)이 최근 가슴 속 깊이 새기고 다니는 격언이다. 얼마 전까지 직장동료와 달달한 연애에 빠졌던 김 과장은 결별 후 사내연애의 지독한 후유증에 시달려야 했다. 설레던 출근길은 지루한 일상으로 변했고, 전 남자친구(전남친)와 마주쳐야 하는 사무실은 지옥과 같았다. 비밀연애였던 터라 일방적으로 연락을 끊어버린 전남친의 '찌질한' 이별방식을 하소연할 대상도 없다. 전남친의 소개팅 소식 등 가끔 뒷목 잡고 쓰러지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가장 분통이 터지는 상황은 전남친과 업무조율이 필요한 순간이다. 전남친이 수차례 휴대전화와 문자 회신을 피하는 탓에 업무상 필요한 대화조차 단절된 상태다. 김 과장은 "같은 공간에서 일해야 하는 만큼 깔끔하게 정리하고, '쿨'하게 직장동료로 돌아가면 될 것을 왜 그렇게 찌질하게 구는지 모르겠다"면서 "애당초 사내연애를 시작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후회했다.

사내연예 10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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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한 일터에서 로맨스까지 이루는 것은 직장인들의 로망이다. 가족보다 오랜 시간 붙어 지내는 만큼 직장동료와 정분날 가능성도 크다. 사내연애는 팍팍한 직장생활에 활력을 주며 업무능률을 대폭 높이기도 한다. 함께 일하며 신뢰가 쌓인 사이인 만큼 연애초반 어색함도 없다. 업무가 겹치다보니 연인과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 크게 싸울 일도 적다. 사랑싸움의 원흉인 잦은 야근이나 업무 스트레스를 완벽하게 이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밀스러워 더 달콤한 사내연애는 헤어진 뒤에는 쓰디쓴 독약이다. 둘 중 한명은 부서를 옮기거나 최악의 경우 퇴사하는 사례도 많다.


◇"사내연애는 최후의 보루" = 사내연애는 쉽게 시작해선 안 된다는 것이 경험자들의 조언이다. '마시는 물'과 '손 씻는 물'을 구분해 사용하는 것이 최선책이지만, 불가피하게 직장동료와 눈이 맞았다면 '마지막 연애'라는 마음가짐으로 연애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내연애 중 양다리는 물론 직장동료와 이별 후 또 다른 로맨스를 시작하는 경우에도 '손 씻은 물을 마셔야'하는 난감에 상황에 빠질 수 있다. 신입사원 연수원에서 현재의 아내를 만났다는 한 공공기관의 이모대리(30)는 "결혼은 어차피 적령기에 옆에 있는 사람과 하는 것"이라며 "사내연애는 결혼하겠다는 책임감을 갖고 시작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둘 중 하나는 회사를 그만두는 상황이 생긴다"고 말했다.

마지막 연애라는 각오로 직장동료와 사귀기 시작했다면 '비밀연애'를 철저하게 지켜야 한다. 공개연애시 다른 동료들의 눈치를 봐야하는 만큼 당사들도 불편하지만, 조직 분위기도 흐트러질 수 있다. 공기업에 다니는 박모부장(52)은 "요즘 같이 결혼을 늦게하는 시대에 연애를 한다는 것 자체가 환영할 일"이라면서도 "인사 때 두 사람이 한 부서에 배치되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한다"고 말했다.


들키지 않고 사내연애를 지속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직장생활 10년차인 권모씨(34)는 1여년전부터 사내연애 중이다. 일부 후배들을 제외하고는 연애 사실을 모른다. 이들 후배조차도 권씨가 예전 소개팅녀와 사귀는 것으로 오해할 정도였다. 이를 보다 못한 권씨의 자백으로 사내연애 사실이 일부 공개됐지만, 이후에도 권씨의 비밀연애는 철저하게 지켜졌다. 우선 회사 근처나 시내 데이트는 피했다. 불가피하게 회사 근처나 시내에서 만날 경우 손을 잡거나 하는 스킨십도 금지됐다. 사무실 안에선 대화도 섞지 않았다. 권씨는 "회사인 것을 잊고 '자기야'라는 호칭이 나와 버릴까 회사에서는 아예 눈도 안 마주친다"고 귀뜸했다.


 ◇비밀연애 유지 비법은 = 사내커플들은 최고의 비법은 위장술을 꼽았다. 회사 동료들에게 여전히 솔로인척 소개팅을 해달라고 조르고, 실제 번호를 받기도 했다. 권씨는 "주변에선 소개팅까지 하는데 사내연애를 하는 줄은 생각도 못할 것"이라며 "실제 소개팅에 나가지는 않지만 소개팅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위장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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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팅보다 '가상 애인'을 만들어 주변에 알리는 것도 사내연애를 감추는 방법이다. 특히 나이 지근한 솔로족들은 주변에서 소개팅 제안이 많은 만큼 이를 피하는 대책이기도 하다. 다음달 결혼을 앞둔 사내커플 김모씨(32)는 "주변에서 연애사실을 몰랐기 때문에 남자친구나 저나 모두 소개팅 제안이 많았다"면서 "남자친구가 '임자 있는 몸'이라고 말하는 것을 보고 믿음이 커졌고 결혼까지 간 것"이라고 말했다.
 직장동료와 연애상담은 이별의 지름길이다. 동료를 철썩 같이 믿고 연애 고민을 털어놨다 소문이 돌고 돌아 연인의 귀에까지 들어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 마지막 연애라는 각오로 시작한 사내연애도 이별이 불가피한 경우가 있다. 동료로 지낼 때 몰랐던 단점이 크게 느껴지거나 불륜도 아닌데 몰래 만나는 방식에 지칠 수 있기 때문이다.


직장 생활 8년차인 신모씨(32)는 입사 직후 동기와 떠들썩한 공개연애를 하다 헤어졌다. 사내연애의 장점보다 단점이 큰 탓이다. 첫눈에 반한 신씨커플은 상대방이 상사로부터 '깨지는' 모습까지 지켜보면서 서로에 대한 호감이 반감됐다. 헤어짐은 심플했다. 신씨가 이별을 통보하며 "어렵게 입사한 만큼 불편해도 잘 견뎌보자"고 제안했고, 남자친구도 잘 받아들였다. 신씨는 "공개연애를 한 만큼 주변에선 아직도 우리를 불편해하지만 우리는 잘 지내고 있다"면서 "연애를 하면서 실망한 부분도 많지만 헤어지고 나서 모두 잊었다. 이별 후 관계는 마음먹기 나름"이라고 강조했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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