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키즈는 자유가 넘실거리는 도시, 뉴욕의 자랑이다. 그런데 양키즈 선수들은 예외 없이 몇 가지 원칙을 지켜야 한다. 양키즈의 줄무늬 경기복에는 번호만 새긴다. 선수의 이름은 들어가지 않는다. 장발도 턱수염도 안 된다. 원정을 떠날 때 선수들은 고급 정장을 빼입는다.
기자는 이 정신을 홍명보(45)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 팀에서 발견했다. 홍 감독은 지난해 6월 부임한 뒤 대표선수들의 드레스 코드부터 정했다. 선수들은 정장 차림으로 파주 국가대표 훈련장(NFC) 입구에 도착해 본관까지 약 500m를 걸었다.
선수들은 정장에 익숙하지 않아 무더위에 겨울 양복을 입는가 하면 넥타이를 맬 줄 몰라 쩔쩔매기도 했다. 그러나 어색함은 곧 사라졌다. 선수들의 표정과 태도도 달라졌다. 그들은 ‘원 팀’을 외치며 태극마크의 자부심과 사명감을 되새겼다.
선수들은 편한 옷차림으로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그리고는 코칭스태프가 건네주는 운동복을 받아들고 화장실로 향했다. 정장 차림으로 카메라 앞에 나타나던 선수들이 이 날은 왜 옷가지를 옆에 끼고 공항을 누벼야 했을까?
고된 여행이기에 기자도 정장을 강요하지는 않는다. 다만 홍명보호의 정신도 선수들의 의지만으로 지킬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대표 팀의 자존심이 옷차림에만 있지 않지만, 최선의 지원은 협회가 할 일이다. 대표 팀은 모든 면에서 우리 축구를 대표하는 얼굴이므로.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