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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뒤늦게 흐른 대통령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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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주 정치경제부장

조영주 정치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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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명사] 눈알 바깥 면의 위에 있는 눈물샘에서 나오는 분비물.

'눈물'의 사전적 의미는 이렇다. 우리의 눈은 알게 모르게 늘 눈물을 머금고 산다. 평소에 눈물은 눈물샘에서 늘 조금씩 흘러나와 눈을 축이거나 이물질을 씻어내는 역할을 한다. 그러다 자극이나 감동을 받으면 더 많은 눈물이 나오게 된다.
인간은 눈물로 세상을 맞닥뜨린다. 태어날 때 쏟아내는 눈물은 충격과 공포 때문일 테다. 처음 마주치는 바깥세상. 뱃속에서 겪지 못했던 새로운 환경을 접하면서 울음과 눈물로 감정을 표현한다. 성장해 철이 들어서도 수시로 눈물을 흘린다. 스스로 슬픈 일을 겪을 때만 아니라 주변인의 감정에, 때론 영화나 드라마의 주인공을 통해서도 감정을 이입한다. 때론 노래 한 곡에도 눈물을 참기 어렵다. 드라마를 보며 훌쩍거리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면 오히려 나이를 먹을수록 감정이입은 쉬워지는 듯하다.

미국의 팝아트 작가 로이 릭턴스타인(Roy Lichtenstein)의 '행복한 눈물(Happy tears)'은 기쁨에 벅차 흘리는 눈물을 잘 그려냈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거머쥐고 시상대에 오른 많은 선수들이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 모습도 종종 보게 된다. 그렇게 눈물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이 되고, 다른 이와 공감하거나 소통하는 수단이 된다.

정치인들에게 눈물은 중요한 시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008년 11월 대선 전날 자신을 길러준 외할머니의 사망 소식을 접한 뒤, 연설에서 "할머니는 조용한 영웅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며 눈물을 흘렸다. 그는 다음 날 미국 역사상 첫 흑인 대통령이 됐고, 할머니의 죽음과 그의 눈물은 세계인의 기억 속에 남았다. 같은 해 쓰촨성 대지진 사고 현장을 찾은 원자바오 전 중국 총리는 부모 잃은 아이들의 손을 쥔 채 "울지 마라. 나와 중국 정부가 너희들을 책임질 것이다"고 눈물의 약속을 했다. 오바마의 눈물이 가족에 대한 사랑과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기에 충분했다면 원 전 총리의 그것은 슬픔을 나누는 공감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9일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대국민담화를 하면서 끝내 눈물을 흘렸다. 담화문을 읽는 내내 비통한 표정이었던 박 대통령은 사고현장에서 남을 돕다 희생된 의사자들의 이름을 부를 때에는 북받치는 감정을 참지 못했다. 차가운 눈빛과 냉정한 말투로 '얼음공주'라는 말까지 들어온 박 대통령의 눈물에 국민들은 분명 새로운 대통령의 모습을 봤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대통령으로서 비애감이 든다", "최종 책임은 대통령인 저에게 있다" 등 자신의 책임을 분명히 했다. 박 대통령은 "채 피지도 못한 많은 학생들과 마지막 가족여행이 돼버린 혼자 남은 아이, 그 밖에 눈물로 이어지는 희생자들의 안타까움을 생각하며 저도 번민으로 잠을 이루지 못한 나날이었다"고 고백했다. 그의 말대로 홀로 관저에서 숱한 밤을 눈물로 보냈을 수도 있다.

아쉬운 점은 시기와 방법이다. 박 대통령이 사고 이틀째인 지난달 17일 진도 팽목항에 내려갔을 때, 피해자 가족들과 눈물로 소통하고 따뜻한 포옹으로 그들의 아픔을 나눴어야 했다. 그 자리에서 모든 책임은 자신에게 있고, 대통령직을 걸고 이번 사태에 임하겠다는 점을 명확히 했어야 했다. 국정에 대한 무한책임을 가져야 할 대통령으로서는 너무도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 오히려 해양수산부 공무원들과 해양경찰의 잘못을 따지기에 바쁜 듯한 인상을 남겼다.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으로 빚어진 인재(人災)라는 점에서 대통령은 나약한 모습보다는 문제를 끝까지 해결하려는 강한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세월호 참사가 있은 지 한 달여가 지나서야 국민들과 피해자 가족들은 대통령의 눈물을 볼 수 있었다. 한 달 동안 온 국민이 함께 울며 한숨을 쉬었다. 손으로 제 가슴을 쳤다. 대통령의 눈물은 늦어도 너무 늦었다.

국가지도자는 국민들과 함께 웃고 함께 울어야 한다. 웃을 때 웃어야 하고, 울 때 울어야 한다. 눈물도 타이밍이다.





조영주 정치경제부장 yj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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