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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표 극사실주의 화가 고영훈씨 8년만에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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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훈, '세대(Generation)' 시리즈, 2014년.

고영훈, '세대(Generation)' 시리즈, 201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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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어쩌면 추상과 구상은 같은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흐릿하든, 또렷하든 심지어 허상까지도 사실로 받아들이려고 합니다. 이제 닮게 그리는 것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돌을 그릴 때 돌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그려나갑니다. 닮았다는 비교는 의미가 없지요. 우주, 신, 꽃, 인간, 문명. (이런 주제를 가지고) 화가란 세상을 이롭게 하기 위해 무엇을 그려야 하는 존재인지 고민하게 됩니다."
우리나라 대표 '극사실주의' 화가 고영훈 씨가 8년 만에 국내 개인전을 열고 있다. 실재를 생생하고 완벽하게 재현하는 '극사실주의 그림'을 1970년대 초부터 알리기 시작한 고씨는 40여년간 국내외 평단에서 대표적인 '하이퍼리얼리즘'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전시 제목은 '있음에의 경의'다.

최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고씨는 그동안의 작업과 작품세계에 담긴 철학적 고찰에 대해 설명했다. 이번에 소개된 작품에서는 아버지로서의 자신과 아들을 소재로 해 세대를 잇는 시간성이 묻어난 신작과 함께 분청사기의 위치를 각각 돌려보며 정교하게 그려낸 작품, 흐릿하고 또렷한 도자기 접시 두 개를 한 화면에 담은 그림 등 최근 작품 40여점이 출품됐다.

고씨는 "나 자신과 아들 가운데 흐릿한 그림은 둘을 잇는 중간 매개체를 뜻한다. 내가 소멸이라면 아들은 생성이다. 인간과 인간이 전해 내려가는 '세대'를 그리고 싶었다"며 "다음엔 아버지 영정을 소재로 해 '세대' 시리즈를 그려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자화상이 포함된 '세대' 시리즈가 시간의 흐름을 추적할 수 있다면, 분청사기를 소재로 한 '세상천지' 시리즈는 공간성을 함축하고 있다. 정면, 아래, 위에서 바라본 똑같은 분청사기다. 또 '접시'라는 작품은 흐릿한 장면에서 또렷한 장면으로 이어지는데 작가는 "개미나 지렁이에게는 이렇게 보일수도 있다"며 "다르게 보이는 것, 시간이 지나 변하는 것 모두 '하나'"라고 설명했다.
고영훈, '접시', 2013년.

고영훈, '접시', 201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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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작품 중에는 인간의 문명을 상징하는 고서들을 인쇄한 것 위에 자연을 뜻하는 오브제인 도자기와 꽃이 정돈돼 있는 그림들도 보인다. 작품 제목은 '축복', '꽃인지 나비인지' 등 다양하다. 고씨는 "칸나 등 정원에서 직접 기른 꽃들을 실제로 보면서 그려나가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 봉우리든, 꽃잎이 펴진 것이든, 시든 것이든 모두 꽃이다. 사물이든 인간이든 변화되는 모습들 모두를 하나로 보는 '일원론'적 시각으로 해석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렇듯 고씨는 지극히 사실적인 구상작품으로도 내용적인 면에서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작가 자신이 동양철학에 대한 관심을 그림에 녹이는가 하면, 우주와 인간, 자연을 화가로서 끊임없이 연구해 온 시간이 반영된 결과다.

이옥경 가나아트 갤러리 대표는 "작가 본인이 점심을 먹지 않고 하루 종일 작업하는 날이 비일비재할 정도로 열정과 노력이 대단하다. 작업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작품이 많지 않다"며 "현존작가 중 호당가격이 가장 비싸기도 하다. 보통 100호 작품이 1억~1억2000만원대"라고 말했다.

고영훈 작가는 제주도 출신으로 첫 개인전을 1976년 제주도 대호다방에서 열었고, 이후 독일(서독), 일본, 프랑스 파리, 미국 뉴욕·버밍햄, 영국 런던,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등 유수의 갤러리에서 단독 전시를 개최한 바 있다. 국내에서는 두손갤러리(서울), 공간화랑(부산), 롯데갤러리(광주), 가나아트(서울) 등에서 꾸준히 전시를 열어왔다. 이번 국내 전시는 지난 2006년 가나아트센터에서 개인전 이후 8년 만이다. 6월 4일까지. 문의 02-720-1020.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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