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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 교배중인 사극", '재미' VS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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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오래된 장르 '사극'은 왜 흥행 불패인가 ?" TV 드라마는 물론 영화, 연극 등에서 사극 장르의 인기는 시들 새가 없다. 최근 드라마 혹은 영화에서 "망가졌다"고 비판을 받는 작품마저 흥행을 거듭한다. 또한 왜곡 및 고증 논란, 사극 본질에 대한 담론도 여전하다.

드라마에 있어 얼마전 종영한 '기황후'의 경우 20%대의 시청률을 기록, 인기를 끌었다. '정도전' 역시 시청자의 폭발적인 관심이 소설, 연구서 등으로 옮겨 붙으며 '정도전 탐구'라는 인문학적 열풍을 부추기는 형세다.
지난달 30일 개봉한 영화 '역린' 역시 영화 '왕의 남자', '광해', '관상' 등의 사극흥행 공식을 이어가고 있다, '역린'의 경우 11일 오전 현재 300만 관객(배급사 집계 기준)을 넘어섰다. 올 하반기 영화계에서는 사극 장르가 대거 봇물을 이룬다. 오는 7월 개봉 예정인 '명랑-회오리바다'에 이어 '군도: 민란의 시대', '해적: 바다로 간 산적', '상의원', '협녀: 칼의 기억', '순수의 시대' 등이 줄줄이 개봉 예정이다.

이같은 사극은 최근 다른 장르와의 이종 결합에 적극적인 양상이다. 특히 로맨스, 판타지, 탐정, 코믹, 액션 등과도 교배하며 정통사극에서부터 팩션(팩트+픽션) 및 퓨전사극까지 다양한 형태를 드러낸다. 즉 사극은 콘텐츠로서의 '이야기산업'적인 측면이 강해졌다. 또한 기존 인물의 성격이 변형되거나 다양한 주인공이 등장한다. 왕과 왕비, 정치가, 장군 등 역사적 영웅에서 노비, 산적, 농민, 선비, 상인, 화가 등 예술인 등으로 범위가 커졌다. 내용 또한 정쟁과 권력 암투에서 민란, 신분 해방, 경제 및 예술활동 등을 보폭이 커졌다. 남성 중심의 관객층도 여성 및 청소년, 아동 등으로 확대됐다.

이와 관련, 문화평론가들은 "예전에는 사극 흥행을 현실 반영, 대안 모색 등 인문학적 태도로 이해한 측면이 있었다"며 "최근엔 스토리텔링의 힘이 크게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곽영진 영화평론가는 "사극은 현재와의 대화, 현실 반영 등 교훈적 의미를 담기 마련"이라면서 "우리 관객은 리얼리티에 대한 관심 못지 않게 오락적 재미를 동시에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른 시대의 풍속과 전통, 향수, 팩션을 통한 긴장속에서 감동을 받으려는 심리가 작용한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사극 인기는 한국적 특수성에 있다. 지적 욕구와 재미를 동시에 추구하는 우리 관객의 인문학적 배경이 사극을 생산케 하는 동력으로 작용한다. 이런 동력은 산업적 발상으로 이어져 역사 소재, 인물을 통한 새로운 유형의 콘텐츠를 만들게 한다. 여기서 현실 반영이라는 메시지와 영화의 완성도가 어떻게 결합할 것이냐하는 것은 문화예술계의 부단한 과제다."

반면 이민호 문학평론가는 "서구의 문화콘텐츠는 신화를 모티브로 한 경우가 많은 반면 한국, 중국 등에서는 역사적 사실을 소재로 스토리텔링 기법을 동원한 드라마작법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때로 드라마적 상상력이 역사 왜곡으로 나타날 경우 역사문화에 대한 창작정신에 맞는 것인지는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역사를 이야기 소재의 원형으로 한 스토리텔링을 즐기는 경향은 분명히 존재한다. 역사물이 트렌드를 이루는 것은 우리 사회의 문화 특수성이라는데도 동의한다. 또한 역사가 다루지 않은 비주류의 생애와 역사적 관계, 현실에 기반한 상상력은 문학적 자산일 수 있다. 그러나 허구가 지나쳐 사실 관계 왜곡, 스토리 라인의 답습 등으로 나타나는 것은 경계해야할 부분이다. 수요가 많다고 콘텐츠를 마구잡이로 생산해서는 안 된다."

사극은 갈수록 재미, 오락적 개념, 산업적 이해와 맞물려 스토리텔링 기법의 변주가 심화되고 있는 추세에 대해 다른 관점을 제시하는 의견도 있다. 교훈이냐 혹은 재미냐 하는 문화적 담론 이전에 스토리텔링의 산업적 가치를 따져봐야 한다는 의견이 그것이다.

이에 연극 '운현궁에 노을 지다'의 이상희 연출가는 "드라마적인 요소 자체가 교훈적"이라며 "전형적인 영웅들이 일반화된 인물로 재창조되면서 다양한 계급, 계층에 대한 이해, 현실적 반영 등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즉 재미와 교훈을 굳이 따지기보다는 작품 완성도로 논쟁해야한다는 의견이다. 결국 사극 흥행과 관련한 논란은 수요자의 수용 여부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사극 창작자들은 문화예술이 어떻게 역사를 다룰 지 더 많이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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