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용돌이에 말려들어가는 것은 태국 정국뿐이 아니다. 태국의 대규모 인프라 사업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던 한국의 건설업체와 물관리업체, 태국 관광 급증에 따른 방문객 안전을 책임지는 정부 당국도 위험에 처하게 됐다.
이 당국자는 "우리 기업들은 그동안 태국의 치수사업에 상당한 공을 들여왔다"면서 수주 차질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잉락 정부는 2011년 9월 대홍수를 계기로 태국 25개 강에 댐과 방수로, 저수지 등을 만들고 수자원 관리시스템을 구축하는 통합물관리시스템을 추진했다. 잉락 총리가 태국 치수의 모델로 삼은 것은 한국의 '4대강 사업'이었다. 잉락 총리는 한국을 방문해 4대강 공사 현장을 찾기도 했다.
그렇지만 지난해 11월 반정부 시위가 격화된 이후 모든 게 중단됐다. 새 정부가 들어선다면 기존 대형 사업을 재점검할 게 분명하며 그때도 우리 기업들이 우선사업자로 선정된다는 보장이 없다. 해외기업 지원에 나선 외교부가 우려하는 점이 바로 이것이다.
잉락 정부는 고속철도 사업도 추진해왔지만 잉락의 실각으로 차질이 불가피하다. 태국은 이르면 8월께 2563㎞ 고속철도 4개 노선을 발주할 예정이었다. 관련 예산만 261억달러에 이르는 대규모 사업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과 일본, 프랑스, 독일, 스페인 등 철도 강국들이 입찰에 관심을 보여왔는데 이 사업 또한 중단 가능성이 우세하다.
외교부가 우려하는 것은 정국 혼란에 따른 태국 방문객 안전 문제다. 태국 관광청에 따르면 지난해 130여만명의 한국인이 태국 땅을 밟았다. 세계 5위다. 잉락의 실각으로 친정부세력과 반정부세력의 시위가 이어질 전망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반정부 시위가 격화된 태국에서 아직 외국인이 공격받은 사례는 없다"면서도 "그러나 시위를 구경하다 우리 관광객이 다칠 수도 있는 만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당국자는 "오는 7월20일께 선거를 다시 실시할 경우 현 집권세력이 승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면서 "그렇더라도 그때까지 정국 혼란으로 대규모 사업 추진 중단 등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전망했다.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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