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4개월 지나서 신고했나…관련직원 수익금 약속받았나, 빚 갚았다면 사건 들춰냈을까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한화생명 직원 A씨는 법인인감증명서를 도용하고 대표이사 인감 및 지급확약서를 위조해 지인 B씨에게 제공했다. 확약서에는 '대출금을 90일 내에 한화생명이 지급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B씨는 이 위조 서류를 담보로 한 대부업체로부터 31억원을 부당하게 대출받았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는 분위기다. 금융기관은 소속 임직원의 위법·부당한 행위로 금융기관 또는 금융거래자에게 손실을 초래하거나 금융질서를 문란케 한 경우, 이를 인지한 즉시 금감원에 보고해야 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한화생명이 '문서위조'라는 심각한 금융사고를 알고서도 금감원에 즉시보고를 안 하고 4개월 후에야 밝힌 것은 의심을 불러올 만한다"며 "만약 금감원에 보고하지 않은 4개월 동안 A씨나 B씨가 대부업체에 31억원을 직접 갚았으면 한화생명이 굳이 사건을 들춰냈을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한화생명 직원 A씨와 B씨의 관계에 대해서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직원 A씨가 왜 지급확약서를 위조하면서까지 불법행위를 했는가에 대한 궁금증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A씨 B씨가 위조 지급확약서를 이용해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아 다른 곳에 투자한 후 수익금을 나누려 했을 수도 있다"고 진단하고 "이 부분 역시 주요 검사 대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화생명은 A씨로부터 법인인감증명서 도용 및 문서 위조 사실 등을 시인받고 지난해 12월 수사기관에 고발했다. 또 지난달 7일 A씨를 면직 조치했다. 지난달 11일 대부업체는 한화생명에 원리금 30억8000만원의 상환을 요청했지만 한화생명은 상환을 거절했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개인의 문서위조 행위에서 비롯된 금융사고로 회사 측은 법적인 책임이 없다"며 "지급확약서는 법적으로 유효하지 않고 대부업체가 위조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만큼 대부업체에 책임이 있다"고 상환거절 이유를 밝혔다.
금융당국은 14일부터 한화생명에 대한 현장검사에 들어갔다. 금감원 관계자는 "법인인감증명서 관리 등 회사의 내부통제 시스템이 취약한 데서 기인했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현장검사를 통해 위법·부당한 사항이 적발될 경우 법규에 따라 엄중 조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대섭 기자 joas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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