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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고 '위폐탐정'…"슈퍼노트도 한 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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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억선 외환은행 위변조대응센터 차장
2008년 국내 최대규모 위폐 알아본 전문가
감별전문가 양성…면세점 등에 노하우 전수


박억선 외환은행 위변조대응센터 차장

박억선 외환은행 위변조대응센터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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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은임 기자] 2008년 겨울. 부산의 한 경찰이 배낭을 짊어지고 서울로 올라왔다. 배낭 속에는 위폐로 의심되는 100달러 지폐 1만장이 가득 차있었다. 그가 향한 곳은 서울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 이 경찰이 만난 사람은 바로 박억선 외환은행 위변조대응센터 차장이었다. 박 차장은 지폐를 보는 순간 정교하게 위조된 '슈퍼노트'임을 직감했다. 국내 최고 위폐감별사인 그가 우리나라 사상 최대 위폐 사건을 맞닥뜨린 순간이었다.

박 차장은 "숨은 그림과 암호로 표시된 미세문자, 도형까지 완벽하게 복제된 초정밀 위폐였다"며 "19년간 쌓인 위폐감별 노하우가 없었다면 알아차리지 못했을 것"이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박 차장은 위폐감별 노하우를 시중은행들은 물론 외화를 많이 취급하는 세관, 면세점, 환전소 직원들에게까지 전파하고 있다. 각 국가별 위조방지 요소는 극비사항인 탓에 특정한 자격증이 없는 만큼 위폐감별 교육에선 '노하우'가 거의 전부다.
그는 "위조범들의 기술이 발전하면 위폐를 감별하는 기술도 따라 발전해야 한다"며 "위폐가 나올 때마다 꾸준히 연구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연간 국내에서 발견되는 위폐는 약 20만달러 수준이다. 이 대부분이 외환은행 위변조대응센터로 옮겨져 박 차장의 손과 눈을 거쳐간다. 2년 전부터는 이미지만으로도 위폐 여부를 판별할 정도로 기술이 발달했다. 영업점이나 세관 등에서 위폐로 의심되는 지폐가 발견되면 이를 스마트폰으로 찍어 보내기만 해도 감별이 가능하다. 덕분에 위조범들을 즉시 체포하는 일도 가능해졌다.

하지만 지폐에는 예방이 불가능한 만큼 그는 늘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다. 박 차장이 처음으로 위폐감별 업무를 시작한 1996년에는 지폐를 직접 사람이 들여다봐야만 했다. 최근에는 기계의 도움으로 예전보다는 감별이 수월해졌다. 박 차장을 포함해 현재 센터에 상주하는 16명이다. 날이 갈수록 늘어가는 외화 감별이 가능토록 충원된 것이다.

박 차장은 외환은행에서 위폐감별 전문가를 양성하는 데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위폐감별 교육을 받은 직원은 현재까지 33명이다. 매년 10명 안팎의 정규직 직원이 6개월의 교육을 거쳐 전국 각지 외환은행 영업점과 세관 등에서 근무 중이다. 1차적으로 영업점, 2차적으로 센터에서 외화를 감별하면서 철저하게 위폐를 막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국내 금융권에서 위폐감별에 대해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실제로 시중은행의 위폐감별 인원은 외환계나 출납계 소속 직원 1∼2명이 전부다. 그는 최근의 정보유출 사태를 언급하며 사건이 벌어진 뒤 인력을 충원하는 것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고 안타까워했다.

박 차장은 "공식적으로 보도되는 위폐 규모는 실제량의 5%에 불가하다"며 "이미 유통되고 난 뒤에는 막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박 차장은 외환은행만의 위폐감별 시스템을 널리 알리는 데 일조하고 있다. 외환은행은 위변조대응센터를 지난 21일 본점 영업점 1층으로 이전하고 일반인들에게 공개했다. 앞으로는 지하 1층에 위치한 센터와 1층 영업장, 2층 딜링룸을 한번에 둘러볼 수 있는 투어도 가능할 전망이다.

그는 "위폐를 기계와 사람이 감별하는 모습을 모두 보여줄 것"이라며 "영업점을 둘러봄으로써 화폐순환과정을 한눈에 알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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