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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선의世·市人]손익의 道

최종수정 2014.03.28 11:22 기사입력 2014.03.28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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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선 성균관대 경영대학원 겸임교수

정병선 성균관대 경영대학원 겸임교수

민주당과 새 정치연합이 지난 2일 통합을 공식 선언했다. 휴일 오후를 급습한 이 선언은 전격적이었으며 내용은 파격적이었다. 기대와 실망, 경악과 허탈, 배반과 분노를 담은 말의 세례가 황사처럼 어지러웠다. 졸지에 구태정치 집단으로 몰린 새누리당은 '야합(野合)'이라며 발끈했다. 야권끼리 합했으니 야합이 맞기는 하지만 대명천지에 드러내놓고 하는 야합은 없다. 야합은 주로 그믐밤에 보리밭에서 한다.

인간세(人間世)에서는 불가해(不可解)한 '126:2=5:5'라는 해괴한 등식을 풀기 위해 호랑이, 사슴, 토끼, 늑대, 여우 등 온갖 짐승이 역할을 바꿔가며 이 '통합의 메타논리극'에 출연했지만 쉽게 풀리지 않는다. 금수(禽獸)는 짝짓거나 흘레붙을 때 이해득실을 따지거나 헤아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저 '때와 본능'이라는 섭리에 충실할 뿐이다.
태생과 이념, 기반과 목적이 서로 다른 두 정치세력이 합쳤으므로 '잡종강세'를 거론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우성학적 변이'는 모든 잡종에게 적용되지 않는다. 부모의 혈연이 너무 먼 경우 생존력이 약한 '잡종약세'로 나타나기도 한다. 선거를 앞두고 불리한 세를 일거에 만회할 요량으로 급조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이 통합에 산술적 이해(利害)를 둘러 싼 계산은 치열한 데 심원한 '손익의 도'는 찾을 길 없다.

1997년 환란을 당해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 금융을 요청해야 할 절박한 시기에 304억달러에 달하는 외채를 갚기 위해 국민들은 자발적으로 자신이 소유하던 금을 나라에 기부했다. 모두 350만명이 참여했으며 약 227곘의 금이 모였다. 오직 나라를 위해 자신과 집을 잊었으니 손익의 도를 제대로 실천한 셈이다.

기초연금법 제정과 시행을 놓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기초 연금은 국민이 낸 세금으로 준비 안 된 노후를 보내야 하는 사람들에게 보태는 것인데 마치 제주머니를 털어 자선을 베푸는 것인 양 정치적 이해를 챙기고 생색내기에 바쁘다. 손익의 도를 알지 못하는 처사이다. 그러나 백성은 거지 동냥 주듯 하는 진정성 없는 물질적 시혜를 익(益)으로 여기지 않는다. 오히려 간난(艱難)의 세월에 던져져 신산(辛酸)한 삶을 이어가면서 체득하는 세상의 이치를 익으로 삼는다.
투자의 세계에서 손절(損絶)은 고수의 영역이다. 주가 상승기에는 분별없는 욕심이, 침체기에는 공포로 인한 좌절과 체념이 이성(理性)의 눈을 가리는 비정한 금융시장에서 때를 알아 스스로를 비우는 용기와 지혜는 비록 알고 있더라도 실천하기는 어렵다. 가득차면 손을 부르고 시세 앞에 겸허하면 익을 얻음(滿招損 謙受益)은 시장의 철리이다.

주역에 이르기를 '아래를 덜어 위를 더함이 손(損)이니 그 도가 위로 행함이요. 더는 데 믿음을 두면 크게 길하여 허물이 없으며 바르게 하면 갈 데가 있어 유리하다' 했고 공자는 상전(象傳)에서 이를 '군자는 손의 때를 당하여 성냄을 경계하고 욕심을 막는다(懲忿窒慾)'고 풀었다. 또 이르기를, '위를 덜어 아래에 보탬이 익이니 백성의 기뻐함이 무강(无疆)하다. 위로부터 아래로 내리니 그 도가 크게 빛난다. 무릇 익은 움직이되 겸손하여(動而遜) 날로 나아감이 끝이 없으며(日進无彊) 하늘이 베풀고 땅이 낳아서(天施地生) 그 더함이 방소가 없다(其益无方)'했고, 군자는 이때를 당해 '착한 것을 보면 바로 실천하고(見善則遷), 허물이 있으면 곧 고쳐서(有過則改) 그 보탬으로 삼는다'했다. 노자도 도덕경에서 '배움을 행함은 날로 보탬이고 도를 행함은 날로 덜어냄(爲學日益 爲道日損)'이라 했으니 그 이치가 다르지 않다.

무릇 덜고 보태고 차고 빔(損益盈虛)의 도가 이러하니 사람들아, 수신(修身)은 거르고 제가(齊家)는 건너뛴 채 치국(治國)하겠다고 껄떡거리는 사람들아, 마음을 크게 열고 때에 맞춰 더불어 행함(與時偕行)이 어떠한가.

'손익'은 시장의 엄밀한 법칙이자 어길 수 없는 세상의 섭리이며, 마땅히 가야 할 사람의 길일 것이니.

정병선 성균관대 경영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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