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개업소, 거래 줄자 마음대로 호가 붙여놓는 '묻지마' 경쟁도 한몫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아파트 전용면적 85㎡ 기준 매매가가 최대 4억원까지 벌어졌다. 재건축 기대감에 매물이 부족해지며 적게는 11억원에서 많게는 15억원까지 호가가 다양해진 것이다. 압구정동 신현대아파트 입구.
[아시아경제 노태영 기자]"안전진단 통과 뒤 내놨던 매물이 쏙 들어갔다. 현재 호가가 15억원까지 왔는데 얼마나 더 올라갈지 모르겠다." (압구정 K공인)
강남 부촌의 상징 '압구정 신현대아파트' 매매거래 시장에 혼란이 커지고 있다. 주말 찾아간 압구정 인근 중개업소들엔 손님이 거의 없었다. 문의 전화도 뚝 끊겼다.
이런 가운데 작년 말부터 현재까지 4개월 여 동안 전용면적 85㎡ 기준 매도호가가 적게는 11억원에서 많게는 15억원까지 최대 4억원의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왠만한 곳에서는 한 채 값에 달하는 만큼의 가격차가 생긴 것이다. 매수를 원하는 실수요자로서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하지만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를 찾아보면 매물 가격은 11억~15억원까지 차이가 크게 벌어져 있다. 최근 압구정동 현대 1~14차(6279가구) 모두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하며 집주인들의 재건축 기대감이 높아진 영향이라는 게 중개업소들의 평가다. 작년 말과 올해 초까지 시장 반응을 보기 위해 내놨던 시세 보다 낮은 급매물들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작년 말 부동산 경기가 다소 침체됐을 때는 11억원 내외로 실거래가 간간이 이뤄졌다. 이 매물을 거래한 A중개업소 관계자는 "시세에는 못 미쳤지만 1층을 급매물로 판 적이 있다. 하지만 요즘엔 어림도 없다. 매물도 없지만 집주인들의 마음이 급하지 않고 '더 오를 수 있다'란 기대감이 크다. 이제는 14억~15억원까지 부르기도 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여기에 물건 자체가 없다보니 중개업소 간 경쟁이 더 치열해진 것도 가격차이가 커지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평균시세라는게 의미가 없어진만큼 마음대로 '호가'를 적어놓고 호객행위를 한다는 얘기다. 중개업소마다 얼마 되지 않는 매물을 소진시키기 위해 허위매물을 퍼뜨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근 B공인 관계자는 "명성이 높은 아파트단지가 몰려있는 만큼 수십개의 중개업소가 모여 있다"면서 "살아남기 위해 심지어 1명의 업자가 '바지 사장'을 내세워 4곳을 운영하는 곳도 있을 정도로 경쟁을 하다보니 빚어지는 현상"이라고 귀띔했다.
온라인 부동산 시세 사이트도 사정은 비슷하다. 현재 네이버 부동산 사이트에서 전용면적 85㎡ 압구정 신현대아파트 매물을 검색해보면 현재 시세에 맞지 않는 11억원대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기자가 직접 해당 부동산에 전화를 걸어 매수의사를 물었더니 답변은 한결 같았다. "미안하다. 직원이 착오로 잘못 올린 것 같다. 그 매물 말고 직접 오면 괜찮은 물건을 보여 주겠다"고 말했다.
문제는 호재가 생겼을 경우 어느 정도가 적정선인지를 타진해보기 위해 집주인들이 호가를 높게 부를 수는 있지만 수요자들의 눈길을 붙잡기 위해 일부러 허위 매물을 내놓는 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이 명확치 않은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허위매물을 올린다고 단속하고 처벌하는 규정은 아직 없다"며 "다만 자격이 없는 사람이 중개대상물에 대해 표시광고를 하거나 중개업소명을 제대로 표시하지 않으면 관련법에 따라 처벌받는다”고 밝혔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팀장은 “아직까지 관련법이 없어 답답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개인이 허위매물에 현혹되기보다 너무 시세와 맞지 않는 매물의 경우 다른 중개업소에도 알아보는 등 꼼꼼한 확인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노태영 기자 factpoe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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