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ㆍ4분기 스페인의 국내총생산(GDP)은 10개 분기만에 처음 전기 대비 성장세로 돌아섰다. 스페인 정부는 올해 GDP가 0.7% 성장할 것이라며 본격적인 성장궤도 진입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스페인 경제는 여전히 '새는 바가지'다. 부채위기를 겪으면서 지하경제 규모가 커진 탓이다.
경기침체로 GDP가 감소하는 와중에도 지하경제 규모는 양적으로 꾸준히 성장해 현재 2530억유로(약 371조5558억원)를 웃도는 수준이 됐다. 이는 다른 유럽 국가들의 지하경제 규모가 점차 줄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컨설팅 업체 AT커니가 지난해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의 지하경제 규모는 꾸준히 줄고 있다. 2009년 GDP 대비 19.8%였던 지하경제 규모는 2010년 19.7%, 2011년 19.3%, 지난해 18%대까지 줄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부채위기는 대규모 실업자를 양산했다. 노동자는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무보수 초과 근무까지 감수해야 했다. 기업은 열악한 노동자의 입장을 탈세수단으로 악용했다.
정부가 재정적자 축소 차원에서 개인소득 세율을 유럽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 것도 문제다.
국민의 의식 수준 역시 문제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의 보고서를 보면 스페인 국민 가운데 자국에 부패가 만연해 있다고 답한 이는 95%다. 이는 그리스(99%)ㆍ이탈리아(97%)와 함께 유럽 국가 중 가장 높다. 덴마크의 경우 20%에 불과하다.
부패에 익숙해진 낮은 시민의식과 정부 긴축정책을 둘러싼 반발이 맞물려 스페인의 지하경제 규모가 커진 것이다. 사르다 교수는 "스페인의 경제회복 속도를 높이려면 지하경제 규모부터 줄여야 한다"며 "무엇보다 세제 개편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스페인 정부도 세제 개편의 필요성을 느끼고 최근 개편 작업에 착수했다.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는 세금을 좀더 효율적으로 거둘 수 있도록 세제 단순화 등 개편에 나설 것이라고 최근 밝혔다.
사르다 교수는 부패척결이 중요하다며 시민의식 고취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세무 공무원도 늘려야 한다. 스페인의 세무 공무원은 인구 1928명당 1명 수준이다. 독일은 729명당, 프랑스는 860명당 1명이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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