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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은 심고 왕따는 뽑아요" 충무초등학교의 텃밭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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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확한 농작물 조리실습에 이용…학교 홈피 댓글 등 정서순화 효과

[아시아경제 이윤주 기자]
"우정은 심고 왕따는 뽑아요" 충무초등학교의 텃밭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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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이 주먹만 하게 자랐다. 아직 크게 자라지도 않았는데 혹시 누가 따 갈까봐 안내표지를 해 두었다. 줄기가 떨어져버린 수박도 있었다. 햇빛을 많이 보지 못했나? 양분이 적었나? 의문이 들었고 몹시 안타까웠다. 그렇게 남겨진 수박은 새들의 먹이로 사라졌다."
도심 속 학교 텃밭을 이용한 생태 수업은 학생들이 직접 재배해 수확한 친환경 농산물을 섭취함으로써 식습관을 개선하고 생명존중 의식을 길러주는 교육 과정으로 활용되고 있다. 채소를 재료로 한 전통식품이 육식 위주의 식단을 즐기는 현대인의 건강에 좋다는 것은 누구나 알지만, 영양소·식품군·비만 등에 관한 지식 위주의 교육은 학생들의 식생활 문화를 바꾸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건강에 좋은 음식을 먹이는 '좋은 급식'을 넘어서 생명과 음식의 의미까지 생각게 하는 먹거리 교육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서울 중구 충무초등학교는 2012년부터 전교생 336명을 대상으로 학교 텃밭과 연계한 식생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봄 학생들은 옥상의 하늘정원 및 운동장 앞쪽 펜스 옆 70평 정도의 땅에 무, 배추, 상추, 깨, 대파, 오이, 가지, 강낭콩 등 교과와 연계된 다양한 농작물을 파종해 식물 목록을 작성하고 이름표를 달아줬다. 아이들이 쉽게 접하기 힘든 목가적 분위기가 나도록 수수, 조롱박, 수세미, 수수, 해바라기 등도 심었다. 그리고 텃밭일지를 작성해 자신이 심은 식물이 자라는 과정을 주기적으로 관찰했다. 그 결과 늦가을 텃밭에는 김장용 배추 300여포기와 무 60여포기가 무럭무럭 자라고 국화, 코스모스, 해바라기 등의 가을꽃들도 화사한 자태를 뽐내는 아름다운 교정이 조성됐다.

농작물은 급식실과 연계한 조리실습에 이용됐다. 4~6학년 가운데 자원봉사동아리에 소속된 학생들이 매주 화요일 오전 8시 상추를 수확한다. 학생들이 손수 거둬들인 상추는 급식실에서 세척 과정을 거쳐 전 학년에 급식으로 제공됐다. 상추 외에도 텃밭에서 수확한 재료로 김치전, 부추전, 감자전 등을 만들어 먹기도 했다.
충무초등학교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와 학생들의 일기, 편지, 텃밭일지 등을 분석한 결과 학교 텃밭을 통한 생태 교육의 효과가 다양한 방면에서 나타난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학교 관계자는 "텃밭에서 수확한 상추 급식, 열무김치나 알타리무김치 담그기 등과 같은 조리활동은 부모와 자녀가 식탁에서 나눌 수 있는 좋은 대화 소재가 되어 집안에서의 밥상머리교육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됐다"고 말했다. 또한 "자신이 기른 농작물을 먹는 습관을 들이면서 집에서도 채소로 만든 반찬을 즐겨 찾게 되는 효과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학생들은 아름답게 조성된 학교에 등교하면서 정서적인 안정감을 느끼고, 텃밭에서 매일매일 생명이 자라나는 모습을 보는 게 즐겁다는 반응이다. 학생들이 사소한 문제로 다투고 약한 친구들을 건드리거나 괴롭히는 것은 일단 학교생활이 재미없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고 교사들은 말한다. 학생들은 공부를 잘하거나 못하거나 대부분 노작이나 체험활동을 좋아하므로, 학교는 학생들이 몸과 손발을 움직일 만한 기회를 충분히 제공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돌을 고르고 모종을 심으며 물을 주는 활동, 자신이 기른 것을 수확해 조리에 이용하는 실습 등은 학생들에게 이런 기회를 자연스럽게 제공한다.

학생들에게 다양한 볼거리, 만질 거리, 관찰거리, 먹거리를 체험하게 함으로써 인터넷게임, 욕, 폭력, 낙서, 무질서 등에서 관찰, 자연, 생명의 소중함, 기쁨, 보살핌 등으로 관심사가 전환되기도 한다. 학교 관계자는 "학교 홈페이지 댓글에 나타난 말씨, 어투만 봐도 학생들의 정서가 크게 순화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며 "생명을 보살피며 조심스러운 마음을 갖고 여럿이 같이하는 활동에 익숙해지니 서로 협조해가는 분위기가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이윤주 기자 sayyunj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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