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부채를 짊어진 탓에 중국 경제의 '골칫거리'였던 지방정부 자금조달기구(LGFV)들은 최근 발생한 첫 회사채 디폴트 사태 이후 투자자들의 관심을 집중적으로 받는 이상 현상을 경험하고 있다.
궈타이쥔안 등 중국의 대형 증권사들이 고객들에게 만약 단기적으로 LGFV 발행 채권 가격이 하락하면(금리가 상승하면) 고민 없이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권할 정도다.
이러한 현상은 태양전지 업체인 차오리솔라가 회사채 만기일에 이자를 갚지 못해 디폴트에 빠진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이왕이면 '정부'라는 믿는 구석이 있는 LGFV 발행 채권에 투자하는 게 낫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나타나고 있다.
상하이 소재 한 외국계 투자은행 채권 담당자는 "채권시장에서는 LGFV 발행 채권에 대해 전혀 우려를 하지 않고 있다"면서 "마치 '안전자산'처럼 여겨질 정도"라고 말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빚 상환 부담에 허덕이고 있는 지방정부 입장에서 '황금 동아줄'이나 다름 없다.
지난해 말 기준 중국 지방정부의 부채 규모는 17조9000억위안(약 2조9000억달러)으로 2010년 보다 70%나 증가했는데, 이 가운데 40% 가량이 연말 상환 만기를 앞두고 있다. LGFV에 채권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지방정부는 과거 보다 더 싼 값에, 그리고 더 쉽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졌다. 즉, 새로 조달한 자금으로 기존의 빚을 상환할 수 있는 숨통이 트인 셈이다.
실제로 이러한 계산 아래 LGFV의 채권 발행은 급물살을 타고 있다. 1월 LGFV의 채권 발행 건수는 70건에 불과했는데, 회사채 첫 디폴트 사태가 터진 이후 최근 2주 사이에 LGFV 채권 발행 건수는 82건으로 그 발행 속도가 과거의 2배로 빨라졌다.
다만 일각에서는 지방정부의 더 쉬워진 자금 조달이 당장에는 긍정적 영향을 미치겠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지방정부 부채 부담을 키우는 역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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