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의 스캔들? 물론 로맨스는 아니다. 박근혜정부 첫 1년을 평가하며 내치(內治) 성적표를 스캔들이란 말로 압축했다. 정확한 표현은 '나라 밖에서는 성공, 안에서는 스캔들'. 잡지는 국정원 댓글사건을 정치적 스캔들이라 이름 붙였다. 대선 투표소에 가기도 전에 일어난 선거개입 의혹이 곪아 터져 국정의 발목을 잡았다, 그래서 외교 안보에서 얻은 후한 점수를 깎아 먹었다는 분석이다. 요즘 벌어지는 국정원의 또 다른 버전(문서위조 사건)을 접한다면, 이 잡지는 또 어떤 말을 할까.
경제팀은 열심히 일했고 쉼 없이 정책을 쏟아 냈다. 하지만 끊임없이 뒤탈이 났다. 경제부총리 직제를 복원했으나 부총리 리더십은 줄곧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출범 6개월 만에 벌어진 소득세제 개편 논란, 부동산 정책 혼선, 카드사 정보유출에서 최근의 전ㆍ월세 파문에 이르기까지 정부가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여론의 역풍을 받았고 경제팀은 흔들렸다. 낙하산 엄격 규제를 선언하는 날 공기관 낙하산 인사가 이뤄지는 코미디도 일어났다.
경제팀은 억울하다, 야박하다 생각할지 모른다. 해외의 평가는 분명 다르다. 과거 한국에 날선 비판을 날렸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해 가을 '아시아의 모범이 된 한국의 위기극복법'이란 사설을 썼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를 너끈히 극복하고 꿋꿋이 성장과 안정을 유지하고 있다고 치켜세웠다. 박 대통령의 야심작인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 대해서도 대부분 높은 점수를 주었다. '실행 가능하고, 정치적 의지와 목표가 분명하다(WSJ).' '적절한 추진 체제를 갖췄다(JP모건).' '정책방향을 단기 경기진작에서 구조개혁으로 과감하게 전환했다(바클레이스),' 근혜노믹스가 아베노믹스를 눌렀다는 평가도 나왔다.
진도개에서 암덩어리, 사생결단으로 이어지는 박 대통령의 독한 어법이 경제 쪽에 집중된 것은 강렬한 개혁 의지의 표현이겠지만, 경제팀의 헛발질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강한 압박이 가뜩이나 주눅 든 경제팀을 한층 의기소침하게 만들지는 않을지 걱정이다.
경제팀도 이제 2년차다. 국민의 마음을 읽을 때가 됐다. 스캔들 행진은 끝내야 한다. 얼마 전 정홍원 국무총리가 국민의 소리를 대신했다. "정부정책이 국민의 뜻을 헤아리지 못하고 신뢰를 얻지 못하면 없는 것 보다 못하다."
박명훈 주필 pmho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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