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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훈칼럼]현오석 경제팀의 스캔들 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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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캔들이 연예인의 전유물은 아니다. 밖에서는 대통령, 총리, 황태자가 예사롭게 스캔들 메이커로 오르내린다. 해외의 한 시사잡지가 최근 박근혜 대통령을 스캔들의 주역으로 올렸다.

박 대통령의 스캔들? 물론 로맨스는 아니다. 박근혜정부 첫 1년을 평가하며 내치(內治) 성적표를 스캔들이란 말로 압축했다. 정확한 표현은 '나라 밖에서는 성공, 안에서는 스캔들'. 잡지는 국정원 댓글사건을 정치적 스캔들이라 이름 붙였다. 대선 투표소에 가기도 전에 일어난 선거개입 의혹이 곪아 터져 국정의 발목을 잡았다, 그래서 외교 안보에서 얻은 후한 점수를 깎아 먹었다는 분석이다. 요즘 벌어지는 국정원의 또 다른 버전(문서위조 사건)을 접한다면, 이 잡지는 또 어떤 말을 할까.
'밖에서는 성공, 안에서는 스캔들'이란 표현이 국정의 총평뿐 아니라 국정의 맨 앞자리에 있는 '경제'에도 딱 맞아 떨어지는 것은 오묘한 일이다. 오는 22일 취임 1년을 맞는 현오석 경제부총리를 리더로 한 경제팀, 그들이 추진한 근혜노믹스를 돌아보면 '밖에서는 박수, 안에서는 스캔들 행진' 그대로다.

경제팀은 열심히 일했고 쉼 없이 정책을 쏟아 냈다. 하지만 끊임없이 뒤탈이 났다. 경제부총리 직제를 복원했으나 부총리 리더십은 줄곧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출범 6개월 만에 벌어진 소득세제 개편 논란, 부동산 정책 혼선, 카드사 정보유출에서 최근의 전ㆍ월세 파문에 이르기까지 정부가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여론의 역풍을 받았고 경제팀은 흔들렸다. 낙하산 엄격 규제를 선언하는 날 공기관 낙하산 인사가 이뤄지는 코미디도 일어났다.

경제팀은 억울하다, 야박하다 생각할지 모른다. 해외의 평가는 분명 다르다. 과거 한국에 날선 비판을 날렸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해 가을 '아시아의 모범이 된 한국의 위기극복법'이란 사설을 썼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를 너끈히 극복하고 꿋꿋이 성장과 안정을 유지하고 있다고 치켜세웠다. 박 대통령의 야심작인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 대해서도 대부분 높은 점수를 주었다. '실행 가능하고, 정치적 의지와 목표가 분명하다(WSJ).' '적절한 추진 체제를 갖췄다(JP모건).' '정책방향을 단기 경기진작에서 구조개혁으로 과감하게 전환했다(바클레이스),' 근혜노믹스가 아베노믹스를 눌렀다는 평가도 나왔다.
그런 경제가 왜 안에서는 '새는 쪽박'이 됐을까. 밖의 평가는 지표에 의한 객관적 기계적 평가다. 물가지수가 낮으면 물가가 안정된 것이다. 그러나 우리 국민은 다르다. 물가상승률이 1%라 해도 전ㆍ월세가 오르고 배춧값이 뛰면 가계부가 놀라고 심장이 두근거린다. 카드정보 유출 사태가 나자 "바보들이 책임을 따진다"고 일갈한 현오석 부총리나 전ㆍ월세 스캔들로 정부가 여론의 뭇매를 맞은 이유는 간단하다. 기계적 발상, 객관적 눈길, 관료적 우월감으로 국민을 바라본 때문이다. 그들이 높은 책상에서 내려와 신용카드 신청서를 한 번이라도 직접 작성해 봤다면, 세입자의 손을 잡아 보고 중개업소라도 들러 봤다면 그런 말, 그런 단선적 정책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진도개에서 암덩어리, 사생결단으로 이어지는 박 대통령의 독한 어법이 경제 쪽에 집중된 것은 강렬한 개혁 의지의 표현이겠지만, 경제팀의 헛발질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강한 압박이 가뜩이나 주눅 든 경제팀을 한층 의기소침하게 만들지는 않을지 걱정이다.

경제팀도 이제 2년차다. 국민의 마음을 읽을 때가 됐다. 스캔들 행진은 끝내야 한다. 얼마 전 정홍원 국무총리가 국민의 소리를 대신했다. "정부정책이 국민의 뜻을 헤아리지 못하고 신뢰를 얻지 못하면 없는 것 보다 못하다."





박명훈 주필 pmho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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