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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 늦깎이 70대 노부부의 ‘특별한 졸업식’

최종수정 2018.09.11 08:16 기사입력 2014.03.09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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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짓는 남편 박순섭(74)·아내 한선산(73)씨, ‘서산시 찾아가는 배움교실’에서 배움의 한 풀어…2007년 12월 입학해 6년2개월만에 졸업

남편 박순섭(74, 오른쪽)·아내 한선산(73)씨 부부가 나란히 졸업장을 받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아시아경제 왕성상 기자]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학교문턱을 밟지 못한 70대 노(老)부부가 뒤늦게 배움의 한을 풀어 화제다.

주인공은 충남 서산시에 사는 남편 박순섭(74)씨와 아내 한선산(73)씨. 이들은 지난달 28일 서산시 고북면 사기리 마을회관에서 열린 ‘찾아가는 배움교실’ 졸업식에서 나란히 졸업장을 받고 활짝 웃었다.

이들은 겨우 자신의 이름 석 자 정도 쓸 수 있을 뿐 한글을 제대로 깨우치지 못했다. 길거리에 붙은 간판이나 편지를 읽지 못해 70평생을 살아오면서 겪은 불편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한선산 할머니는 “어릴 때 학교에 가고 싶었는데 아버지가 ‘여자가 무슨 학교냐’며 못 다니게 했다”며 “수십 년을 그렇게 살아왔다”고 지난날을 떠올렸다. 그는 “결혼을 하고서는 자식들 키우고 농사일 하느라 공부는 더욱 생각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 부부가 뒤늦게 배움의 길로 들어선 건 6여 년 전인 2007년 12월. 마을에 한글해득을 위한 배움교실이 열린다는 소식을 들은 것이다. 한 할머니는 기쁜 마음에 달려가 마을에서 첫 먼저 등록을 마쳤다.

‘배움교실’ 얘기를 들은 박 할아버지는 처음엔 “이 나이에 무슨 공부냐”며 손사래를 쳤다. 그러나 아내의 거듭된 권유에 못 이기는 척하며 결국 함께 등록했다. 졸지에 늦깎이 부부학생이 된 것이다.

서산 '배움교실' 졸업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늦깎이학생들.

나란히 배움교실에 입학한 부부는 그 때부터 매주 두 번 있는 한글수업에 하루도 빠지지 않고 나갔다.

농사일을 하면서 공부한다는 게 말만큼 쉽지는 않았다. 나이가 많아 글을 배워도 머리에 쏙쏙 들어오지 않은데다 한창 공부할 때인 봄, 가을엔 모심기, 추수 등의 일로 배움교실에 빠지지 않고 나가기란 아주 어려웠다.
그럴수록 부부는 마음을 다잡았다. 서로가 응원과 격려로 6년 2개월만에 한글과정을 무사히 마치고 지난달 말 ‘감격스러운 졸업장’을 받았다. 공부를 떠나 각자 자신과의 싸움에서 당당히 이겼다는 ‘증표’를 받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박 할아버지는 “평생을 까막눈으로 살아온 가슴 속의 한을 이제야 풀게 됐다”며 “배움의 길을 열어준 서산시와 성심을 다해 늦깎이학생들을 잘 가르쳐 준 강사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날 졸업식에선 이 부부 말고도 여든이 넘은 최도환 할머니 등 20명이 영광의 졸업장을 받았다.

한편 서산시가 운영하는 찾아가는 배움교실에선 현재 45개 마을에서 736명의 어르신들이 뒤늦게 배움에 대한 열정을 이어가고 있다. 그동안 이 과정을 통해 배움의 한을 푼 어르신들은 600여명에 이른다.



왕성상 기자 wss404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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