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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에 다시 만나보는 막심 고리끼…연극 '밑바닥에서'

최종수정 2014.03.04 10:44 기사입력 2014.03.04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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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로 고전 프로젝트 1탄...3월30일까지 서울 대학로 예술마당 4관에서 공연

2014년에 다시 만나보는 막심 고리끼…연극 '밑바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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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어둡고 퀴퀴한 지하실. 좁은 지하실 한 쪽 간이의자에는 병에 걸린 한 여자가 시름시름 앓고 있다. 무대 중앙에 놓인 테이블에 모인 남자들은 행색이 남루하고, 얼굴은 꾀죄죄한 채 실없는 소리나 주고받는다. 몰락한 남작, 창녀, 알코올 중독 배우, 도둑, 도박사 등 우리 사회의 '루저'들의 집합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인간 군상들은 한 줌의 빛도 들어오지 않는 밑바닥에서 하루하루를 연명한다.

그러던 어느 날 이들 앞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노인 '루카'가 나타난다. 지혜롭고 비범해보이는 이 노인은 죽음을 앞둔 여자를 위로하고, 배우에게는 알코올 중독을 고칠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 그의 위로는 설령 거짓말일지언정 밑바닥 인생들에게 위안이 된다. 하지만 헛되고 잔인한 희망도 함께 자라난다. 밑바닥에서의 비극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러시아의 셰익스피어라고 불리는 막심 고리끼의 희곡 '밑바닥에서'는 제목 그대로 1917년을 배경으로 러시아 밑바닥 인생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들은 평생 밑바닥을 벗어날 수 없을 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감에 시달리면서도, 또 자신에게 어울리는 곳은 밑바닥 밖에 없다는 사실을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김수로 프로젝트 고전 1탄'으로 돌아온 이번 연극은 원작에 충실하다. 3월 한 달 동안 서울 대학로 예술마당 4관에서 공연되며, 김수로를 포함해 총 25명의 배우들(더블 캐스팅 포함)이 무대에 오른다. 무채색 무대는 시종일관 시끄럽고, 지저분하다. '배우'로 등장한 김수로는 일부러 이 작품의 성격을 감안해 소극장 무대를 찾아다녔다고 한다.

지금까지 뮤지컬 '머더 발라드', '블랙메리포핀스', 연극 '발칙한 로맨스' 시리즈 등 주로 대중적인 작품을 선보였던 그가 고전 시리즈를 들고 나온 것은 언뜻 의외의 선택처럼 보인다. 최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수로는 "대중들과의 친밀도만 높이려고 할 게 아니라 우리가 성숙하게 고뇌하고 논의해봐야 할 것을 관객들과 나눠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수많은 고전 중에서도 '밑바닥에서'를 선택한 이유는 개인적인 인연 때문이기도 하다. "대학교 때 은사님이 '페페르' 역으로 이 작품 무대에 설 수 있도록 해주셨다. 그 때 한 학기를 온전히 밑바닥 삶을 살았다. 5년 전 예술의전당에서 다시 '밑바닥에서'를 공연했는데, 무대가 더 작아야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철저하게 1900년대 러시아의 밑바닥으로 돌아가서 관객들이 바로 앞에서 이 작품의 농도를 진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

이 작품을 하기 위해 김수로는 24명의 배우들을 직접 섭외했다. 대학 동기이자 동료 배우인 임형준도 '남작' 역할로 출연한다. 김수로는 "이 작품은 100년이 지난 지금도 관객들과 함께 우리 사회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관통점이 있다. 이 작품을 처음 접하고 그때 당시 진하게 받았던 것들을 관객들에게도 전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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