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이 지난 23일(한국시각) 막을 내렸다. 이번 올림픽은 그 어느 때보다 얘깃거리가 많았다. 단연 화제는 김연아였다. 김연아는 '편파 판정'으로 금메달을 강탈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국민들의 가슴을 아프게했다. 그는 이번 올림픽과 함께 17년간의 선수(피겨스케이팅) 생활을 접고 일반인으로 돌아갔다.
이들은 공교롭게도 경기도와 아픈 인연이 있다. 김연아는 2006년 '피겨그랑프리 파이널'에서 동갑내기 라이벌 '아사다 마오'를 제치고 역전 우승하며 국민적 영웅으로 떠올랐다. 이후 '김연아 열풍'은 전국을 강타했고, 김연아가 태어나고 자란 경기도 군포와 부천시 등은 앞다퉈 빙상장 건립, 김연아공원 조성 등을 추진했다. 그러나 7~8년이 지난 지금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 사업은 손에 꼽을 정도다.
김연아가 초ㆍ중ㆍ고를 나온 군포시는 1000억원을 들여 빙상장 건립을 추진했으나 재정 상황으로 사업을 접었다. 또 '김연아 거리' 조성도 추진했으나 유야무야됐다. 군포시가 2010년 산본동 철쭉동산에 세운 김연아 동상은 제작비리 의혹에 휩싸였다. 부천문화재단 역시 '김연아 공원' 조성을 추진했으나 부천시와 이견으로 무산됐다. 이 과정에서 김연아는 서울로 이사했고, 2006년이후 해오던 경기도 홍보대사직도 내려놨다.
이러다보니 도내 일각에서는 스포츠 스타들을 제대로 관리하고 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올림픽 등에서 성적을 내면 반짝 관심을 보이다가 시간이 흐르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잊어버리는 망각증에 사로잡혀 있다는 것이다.
경기도가 이번 동계올림픽에 처녀 출전해 세계 8위(3승6패)의 위업을 달성한 경기도청 컬링팀의 선전과 국민적 관심에 힘입어 100억원 규모의 컬링 전용경기장 건립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국내 컬링장이 태릉과 경북 의성 등 2개 뿐이고, 이 마저도 국제기준에 미치 못한다는 열악한 현실을 감안할 때 경기장 건립은 당연해 보인다. 특히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치르는 동계스포츠 강국의 위상을 고려할 때 더더욱 그렇다.
경기도의 이번 컬링장 건립 추진이 김연아 빙상장ㆍ공원 건립 무산이나 재정난을 이유로 팀이 해체돼 우수 선수를 해외로 내쫓는 과거의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영규 기자 fortu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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