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장면은 몇번의 같은 과정을 거치면서 '본인이 원해서 나가면 어쩔 수 없다'는 모습을 연출했다. 등 떠미는 게 아니라 길을 터주는 모양새가 됐다. 사무직이라는 점을 강조해 안팎에서 우려하는 생산물량 급감은 당장 없을 것이란 점도 보여줬다.
이처럼 '세련된' 노무관리는 아마도 GM 본사 차원에서 챙기는 사안일 텐데, 그간의 행보를 보면 한결같다는 걸 알 수 있다. 통상임금이 문제일 때는 회장이 나서 한국의 대통령을 만나 담판을 지으려 했고, 느닷없이 예정됐던 신차개발 계획을 취소할 때는 한국공장의 생산성 문제를 대면 됐다. 호주에서 GM홀덴을 빼기로 결정한 건 수지타산이 안 맞으면 한국도 예외가 아니라는 걸 단적으로 보여준다.
아직은 가능성의 영역인 GM의 한국철수는 자본에게 국적을 따져 묻는 게 그릇된 일이 아님을 보여준다. 미국 정부는 몇년 전 GM이 휘청거리자 인공호흡기를 대 살렸다. 물론 표가 걸렸기에 그랬다. 한국은 과거 대우차 시절 그리 하지 않았다. 못했다고 볼 수도 있겠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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